아이가 자기가 아는 것만 말하려고 하는 것도 주도권 다툼입니다.
https://youtu.be/3 Av0 N-ZTIGQ? si=jgujBLIUqBxqzTTd
아이가 그림을 그리고 나서 선생님이 나도 그려도 되냐고 하자 아이는 그러라고 하면서 조건을 답니다. 유에프오나 외계인을 그려야 된다는 거죠. 이때 선생님은 아이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면서 아이가 그리라는 유에프오와 외계인을 그리게 되는데, 이 지점에서 아이에게 주도권이 넘어간 겁니다.
이런 화법은 상대방을 통제하길 선호하는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화법으로서, 표면적으로는 상대방이 하고 싶은 걸 하게 하는 거지만 실상은 자기가 하라는 대로 하도록 강제하는 겁니다. <해, 해, 어, 해, 근데 이건 진짜 엉망이다, 어, 해, 근데 그거는 아니지. 어, 해, 근데 그렇게 하면 아니지 않냐?>이런 화법 구사하는 분들 있죠.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아이에게 예로 들기에는 좀 적절치 않을 거 같은데, 예를 들어 범죄자들을 상담하는 심리학자들은 범죄자들이 자백을 하는 조건으로 이런저런 핑계를 대는 것을 적절히 받아주거나 제압하면서 주도권을 가지고 오는 데요, <말해줄 테니 담배 하나 주시오>, <물 떠 오면 내가 말한다>는 식으로 범죄자들은 심리학자들이 들어줄 수 있지만 때로는 상황에서 위법적인 조건을 내세워서 자신의 조건을 하나씩 관철시키며, 나중에는 주도권을 가져오는 방법을 씁니다. 범죄자 요구가 들어줄 만해서 들어주다 보면 다 들어주고 있는 거죠.
이 아동도 처음부터 자기가 잘 그리는 태양계를 그리겠다고 했고 (여기서부터 주도권 싸움) 이게 먹히자 그다음에는 선생님에게 외계인과 유에프오를 그리게 했습니다. 통상 어른들은 아이가 뭘 좀 잘하면 봐주고 넘어가주고 하므로, 아이가 어려운 태양계를 그리겠다고 하자 좋다고 했고 (이게 주도권 다툼이라는 생각은 안 하는 게 어린이와 어른이 워낙 완력 차이가 커서 말이죠) 아이는 계속 자기가 원하는 걸 요구하면서 관철시킵니다. 그리고 선생님이 어느 지점에서 <안돼>를 외치니까 그제야 저항을 하고 재미를 잃어하고 그러는 거죠.
부모들이 실수로 아이를 건드려서 뭔가를 망치면 아이가 난리가 나서 운다고 하는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자기가 만들어 놓은 사고 체계 안에서 움직이는 건 허용하지만, 자기가 예상하지 못하는 맥락이 발생하면 감당하지 못하고 감정 조절에 어려움이 생기는 거죠. 이런 경향은 감각을 사고로 받아들이는 (이라고 해야 될 거 같은데) 성향이 높은 아이들이 보일 수 있는 특성으로서,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자신의 사고 체계 안에서 설명이 되지 않으면 납득이 안 가는 것을 불안으로 감각하는 겁니다.
따라서 이런 아동들은 자기가 좋아하고 잘 아는 주제 외에 다른 주제로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자기가 사고할 수 없으면 납득이 안 가므로 불안을 느끼고) 따라서 상대방을 자기가 원하는 주제 안에서만 말하도록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통제적 성향을 가지게 됩니다.
해당 아동이 태양계를 좋아한다고 했을 때 무작정 그림으로 그리게 하기보다는 기존에 아이가 그렸던 태양계 그림을 가지고 와서 <이거랑 똑같은 걸 그릴 거냐?>고 물어보면서 스스로 자기가 계속 같은 그림을 그리고 같은 내용을 말하고 있으며 그게 좀 더 발전되기를 바란다는 뉘앙스를 주는 것이 좋고, 이런 아동은 권위보다는 지식이 있는 사람에게 스스로 권위를 부여하므로, 태양계를 그릴 때 <왜 태양은 원이야?>와 같은 형이상학적인 질문을 마구 던져줘야 됩니다.
보니까 외계인 공격하러 갈 때도 공격적인 아동이라면 태양을 마구 질러서 갔을 텐데, 태양을 빙 돌아서 공격을 한 것을 보면 태양에 닿으면 녹는다는 태양계의 기본 구조에 대한 인지는 있는 것 같고, 이 지점에서 <근데 왜 태양을 빙 둘러서 공격을 하러 간 거야?>와 같은 질문을 자꾸 던져줘야 사고로 불안을 잠재울 수가 있을 듯합니다. 명왕성이 이제 행성이 아니라고 했을 때도 <그럼 옛날 사람들은 명왕성이 행성인 줄 알고 살았겠네, 우리도 나중에 지금과 다른 걸 알게 되는 날이 올까?> 이런 식으로요. ^^
저도 이런 성향이 있어서 나름 이해하여 써봤습니다. 영상은 바빠서 7분까지 봤으니 이 점 참고해 주시고요.
주도권 다툼을 하는 아동들은 다른 사람에 대한 파악이 빠르고 주도적이라는 의견에 대해서는,
또 범죄자 예를 들어 그렇지만 범죄자 중에는 지능이 낮거나 (즉 타인의 의도를 파악할 정도가 못 되거나) 체구가 작은 등, 주도권 싸움(이라고 하면 그렇지만)에 관심 없어 보이는 경우에도 은연중에 주도권 다툼을 하는 경우는 상당합니다. 범죄자나 어떤 특이 성향의 사람 중 조용하고 말도 없고 둔해 보이지만 상대방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고 다투는 분들 생각해 보면 좋을 듯합니다. 이들은 표면적으로는 자기주장을 하지 않지만 자신이 모르는 내용이 나오면 말을 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조용한 여아들 중에도 이런 경우가 있거든요. 말씀하신 것처럼 주도권 다툼을 하는 경우에 있어 관계에서 우위를 선점하고 주도하려는 성향을 갖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타인에 대한 파악이 느린 약자이기 때문에 자신이 아는 분야로 끌고 와서 관계를 유지하려는 과정에서 주도권 다툼을 하는 경우가 있으며, 때로는 이런 경우가 상대적으로 파악이 힘들 수 있습니다. 대화를 할 때 자기가 아는 것만 말하려 하고 자신 없는 분야에서 분노하거나 흥미를 잃는 것도 일종의 주도권 다툼이라고 저는 봅니다. 주도권 다툼이 아동이 못되서가 아니라 인간이 자아를 형성하려면 부득이 타인을 구분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아동도 있다고 봅니다.
간략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