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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이진 Mar 25. 2024

수술 치료에서 시술과 고가 약물 중심으로 바뀌는 중

외과적 수술은 필요하지만 약물로 치료하려는 경향은 더 높아질 것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 제가 예전에 어떤 민원에 대해서 올린 적이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충주에 대학병원 분원을 짓겠다고 공약을 세웠는데, 탑 5 병원을 제외하고는, 실상 대학병원 분원들이 과도하게 지어지면서 중증으로 인한 입원실이 차지 않는 등 부실 경영이 이어지고 있다는 의사 의견이 있다는 것으로서, 기존의 부실한 상황은 어떻게 하고 다시 충주에 분원을 지을 것인지, 이에 대한 대책을 물어본 것입니다. 


이 민원을 넣고 얼마 안 있어서 의사 정원 확대가 불거졌고 지금은 의사들이 모두 사직서를 제출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데요. 


누차 말씀드리지만 한국은 조기 검진에 대한 국민 인식과 호응이 높고 병원 진료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편리함은 확보된 게 맞습니다. 따라서 중증 입원 환자 중심이라는 것 이상으로 고령, 만성, 유병, 장기 질환자들이 속출하고 있으며, 중증으로 대학 병원에 입원하며 장기간 치료받을 환자들의 수가 병원 이익을 증가시킬 만큼 확증적이지 않다는 게 제 생각이고, 해당 의사 또한 그렇게 말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계속 중증 환자 중심으로 병원을 구조화하겠다고 하더군요. 


얼마 전만 하더라도 성형수술도 수술하고 당일에는 얼굴이 붓거나 붉어져서 일상생활로 바로 복귀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기술이 발전하여 웬만한 수술은 이제 수술이라고 하지도 않고 시술한 뒤 바로 일상으로 복귀가 가능합니다. 응급실로 실려갈 정도로 급박한 질환이 아니고서야, 장기간 대형 병원에 입원을 하면서 치료를 받을 정도의 상황이 많이 줄어든 거죠. 


그런데 반대로 주기적으로 비싼 약을 투여받아야 하는 질환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가령 예전에는 암에 걸리면 일단 수술하고 수술로 인해 입원했다면 (중증 환자 입원), 지금은 집에 왔다 갔다 하면서 항암 치료를 받은 뒤 병변을 축소시키고 그 이후에 수술을 고려하는 등 방법이 많이 바뀐 거죠. 이 과정에서 오히려 급증한 것은 암 치료에 따른 각종 약물 치료비입니다. 


암뿐만 아니라 노인성 질환인 황반 변성도 주사 한 방 값이 100만 원을 넘기 때문에 매달 이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이런 질환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이렇게 보이는 거죠. 외과적 수술과는 별도로 이 비용이 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다시 암을 예로 들면 신약들은 한 번에 600만 원이 넘고 어떤 약은 억대를 넘는데, 이 약을 투여받는다고 대형 병원에 입원을 반드시 해야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맞고 집에 오는 구조라, 중증 입원 환자 중심 체계는 굳이 확대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줄기세포로 연골 치료받는 것도 노년 분들이 많이 받는다고 하는데 그 비용이 1,500만 원이나 되니 말이죠. 


따라서 기존에 1등급, 2등급, 3등급 체계로의 전환을 더욱 강화하는 방법은 큰 실효가 없다고 보이고, 수술은 당연히 중요하고 수술로써만 치료 가능한 질병은 당연히 존재하지만, 최근에는 가능한 약물로서 치료하는 걸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오히려 약물 치료비나 장기 치료 약물비에 대한 요구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에, 의사 정원 확대 문제에 급급해서 정작 중요한 이 흐름을 놓치는 게 안타깝다고 생각합니다. 


첨부된 사진은 국민신문고 답변으로서, 무분별하게 대학병원 분원을 짓는 것은 안 되므로 충주 대학 병원 분원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한 뒤 공약대로 이행한다는 내용입니다. 


의사 정원 확대와 충주 병원 분원 모두 지방 의료를 살리는 취지라고는 하지만, 이번 이재명 의원 사건에서 봤듯, 환자들이 정말 심각한 병이라고 생각하면 일단 탑 5 병원부터 가기 때문에, 지방 의료를 살린다는 정치인도 생존 앞에서는 본능적으로 그럴 정도라, 그렇다면 과연 이 문제를 그렇게 정치적으로 몰아서 해결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듭니다. 최근 저는 주변에서 각종 질환에 걸린 분들을 다 봤지만 3일 이상 입원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심각하면 요양병원으로 갔으며, 대부분 당일에 수술을 마치고 왔고 이후에는 폭발적인 약값으로 고민하는 분들이 거의 다였습니다. 


앞으로 의학은 정형외과나 뇌혈관 등 반드시 외과적으로 수술해야 하는 질병이 아니고서야, 약물이나 보존적 치료, 수술을 대체하는 시술로 빠르게 전환이 될 텐데, 중증 환자 입원 중심 병원으로 확대가 뭘 지향하는 건지 전 잘 모르겠네요. 중증이 이제는 뭘까 그것부터 정의를 다시 해야 될지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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