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이진 Apr 10. 2024

의사 증원은 의료 체계의 변화 때문이죠.

지방 인구와 필수 의료를 위해서라고요? 이게 왜 소멸합니까? 

의료 사태 이전에도 작성한 포스팅입니다만, 사실 한국을 비롯해서 의료 체계 자체가 상당히 빠르게 변화하는 시점이 됐습니다. 과거에는 암이나 심근경색, 뇌졸중 등 기타 여러 질환이 발병하면 5년 이상 살기가 어려웠었고, 일단 병소를 제거하는 수술 위주로 진단이 이루어졌죠. 그런데 지금은 암에 걸려도 수술로 제거하지 않거나 간단한 수술 이후 5년 이상 사는 사람은 30% 이상이고 (심지어 1기 발견은 10년도 살고), 이 과정에서 값이 비싼 신약들이 대거 이용되게 됐습니다. 


그리고 65세가 넘어가면 사실 당뇨, 고혈압, 심장병, 각종 관절 문제 등등으로 삶의 질은 다소 떨어지나 만성적으로 약을 먹으며 사는 사람이 다수를 차지하게 됐고요. 그러나 정부는 기본적으로 중증 질환 입원 환자 중심으로 대학병원을 제도화하면서 만성적으로 높은 약값을 부담하며 살아가는 다수의 환자를 배제하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따라서 지방 대학병원들은 중증 입원실로는 실제 이득을 못 내고 있다고 하죠. 


필수 의료가 무너진다고 하지만, 필수 의료에 대한 필요가 급증한다면 의사들이 피부과나 이런 과로 갈 리가 없고, (즉 출산을 하지 않기 때문에 소아과를 안 가는 것과 같은 이치) 따라서 무작정 의사를 늘린다고 해봐야 현장에서 환자를 상대하는 의사들 입장에서는 대체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의아함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의료 서비스의 변화를 위해서 의사의 수를 일정 부분 늘리는 것은 필요한 조처가 맞습니다만, 이는 의료 서비스 자체의 변화로 인한 것이지, 지역에 의사를 파견하려는 목적 하나에 의해서는 타당성이 낮습니다. 


사실 한국 정도면 1시간이면 국내 대표하는 대학 병원들까지 문제없이 도달하기 때문에 어떤 지역 의료가 부족하다는 것인지도 너무 추상적입니다. 이번 이재명 당대표도 경동맥 공격당하고 급박한 상황에서 바로 서울대병원으로 가서 수술한 걸 보면, 딱히 부산대병원이 왜 있나 싶을 지경인데 말이죠. 


명백히 의료 시스템과 체계, 치료 방식이 변화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의사의 증가는 필요하지만, 그게 막연히 지역 의료, 필수 의료 하나만 갖고 얘기하기에는 치료 방식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는 게 반영되지 않았다고 봅니다.

작가의 이전글 사춘기 외모 때문에 사회성이 좌절되는 경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