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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이진 Apr 10. 2024

사춘기 외모 때문에 사회성이 좌절되는 경험

외모가 전부는 아니지만 함께 부모가 고민해 주면 좋죠

청소년기 방황하고 갈등을 하는 친구들 중에는 쉽게 인정하고 싶진 않겠지만 교우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뿐만 아니라, 한 명의 성인으로 자라는 데 있어 겪는 다양한 신체적 문제로 인한 고민을 가진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초등학교 때까지야 체격이나 외모에서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다가, 초등학교 후반기 혹은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누군가는 예뻐지고 피부도 고와지며 키도 커지는 반면 누군가는 얼굴에 여드름이 덮이고 키도 더 이상 자라지 않는 등, 스스로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순간이 오는 거죠. 본격적으로 이성 개념이 생기면서 아이들이 다 좋아하는 외모를 가진 애들이 약진하기 시작하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서열이 발생합니다. 


이게 꼭 지금의 어린이나 청소년에게만 있는 일이 아니라 어른들도 생각해 보면 자기들 학창 시절에 전교에서 얼굴 예쁜 거 하나로 유명한 애들도 있었고, 나름 멋을 잘 내서 유명한 애들도 있었고, 그런 애들은 항상 질투의 대상이거나 반대로 아이들을 이끌어가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조용히 눈에 띄지 않게 공부 잘하는 애들 이상으로 지위를 갖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런 애들이 착용하는 가방이라거나 신발이라거나 이런 것들을 따라 사기도 하고요. 


따라서 현재 자녀가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이유 중에 혹은 인터넷 채팅처럼 가상 세계에 몰입하는 경우에, 자신의 외모를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그런 경우도 상당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물어보면 학교가 싫다고 표면적으로 저항하겠지만, 내면에는 자신의 외모를 보이기 싫은 마음, 나보다 예쁘고 잘난 애들이 활기차게 지내는 모습에서 불편감이 들고 알게 모르게 주눅이 드는 거죠. 


게다가 요즘엔 SNS 시대라 예쁘고 키 크고 몸 좋고 스타일 좋은 이런 애들은 학교를 넘어서까지 인기를 얻고 나중에는 아이돌이나 인기 스타로도 자리 잡을 수가 있으면서, 공부를 잘하거나 스포츠를 잘하거나 기타 재주가 없이 외모마저 원하는 수준으로 나아지지 않을 경우 상대적 소외감이 상당히 클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사실 한국 사회가 획일화된 미의식을 강조하는 면이 있다 보니까, 심지어 일반 성인들도 하루가 멀다 하고 성형외과와 피부과를 다닐 정도로 외모에 대한 관심이 높은 나라라서, 아이들이 이 부분에서 어려움을 느끼면 학교 생활뿐만 아니라 삶의 전반적인 만족도가 높지 않을 것으로 생각이 되네요. 이런 경우 막연히 <인간은 그 자체로 다 예뻐>를 말해봐야 소용이 없을 거 같고, 여드름이 심한 애들은 병원도 다니고 일찍 살이 찌거나 키가 안 크는 경우에도 부모가 같이 병원을 다녀주거나 댄스 학원을 다니면서 감각을 키우도록 해주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당연히 내 아이가 어떤 외모를 갖더라도 자신감 있게 잘 살아나갔으면 하겠지만 이거는 성인들도 힘든 부분이라서, (예쁜 연예인들도 성형 중독에 빠질 정도면 인간이 외적인 부분을 추구하는 건 거의 본능에 가깝고요) 심하다 싶으면 같이 사춘기 클리닉이나 성장 클리닉, 피부과, 교정 치료 등을 다녀주면서 같이 고민해 주면 아마도 아이가 마음을 열고 고민을 잘 말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막상 외모가 고민이라도 그게 고민이라고 말하기가 쉽지 않은 게 그걸 받아들이는 게 참 힘들어서 그렇습니다. 지금은 입술이 두꺼운 게 좋게 보는 그런 게 됐지만, 저도 어렸을 때 입술 두껍다고 하도 놀림을 받아서 (별명이 거의 흑인 가수들) 초등학교 시절 사진마다 보면 입술을 꽉 물고 찍은 사진들이 제법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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