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한 스펙이 문제가 될지 몰랐다는 자체가 문제
x에 올라온 글에 보니까 한동훈 전 장관 딸이 미국 입학시험의 일종인 ACT에서 만점을 받았고 이로서 보아도 수재임은 명백하다고 했는데, 제가 이런 글을 볼 때마다 의문이 드는 점은 늘 비슷합니다. 여러 기사에서 보면 한동훈 전 장관의 딸이 MIT를 입학하는 데 있어 달성했다 주장하는 봉사 시간이라거나 논문의 주제나 양이라거나 여러 스펙이 물리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이고, 이는 일반 국민 상식에서 판단하기에도 그런 것인데, 정작 수재라는 한동훈 장관 딸은 이게 판단이 안 서냐는 거죠.
수재라는 게 뭘 말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일반 사람도 생각할 수 있을 정도의 상식을 인지하지 못한다면 그건 수재라기보다는 그냥 공부 열심히 한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한동훈 전 장관도 검사 출신이라서 무슨 말인지 알 거고, 실제 경험하지 않은 사건을 기소하고 수사하려면 일반 상식 혹은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방향이나 사고라는 걸 일단은 파악할 수 있어야 되는 그런 이치인 거죠.
따라서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딱 봐서 물리적으로도 달성이 안 될 거 같은 과장된 스펙이라면, 한동훈 전 장관 딸이 알아서 스펙을 현실적으로 조정해서 제출하던가 했어야 수재가 되는 거죠. 딱 봐서 달성이 안 될 거 같은 스펙이라는 판단이 안 선다면 일반 사람의 상식을 인지하지 못하는 거라서 문제고, 딱 봐서 달성이 안 될 거 같은데 자기에게는 문제 될 게 없다고 봐서 넘어간 거라면 자기 객관화가 안 되는 거고요. 보면, 높은 지위에서 굳이 모든 걸 다 스스로 할 필요가 없는 삶을 살게 되는 것은 행운일 텐데, 그 과정에서 뭐가 뭔지를 판단하는 능력이 유보되면 그건 도리어 방해가 되거든요. 남들 다 아는 것도 본인은 모르니까요.
사실 머리 좋고 성적 좋고 시험 잘 보는 사람은 해당 분야에서는 차고 넘치는 세상이고 안 되면 AI도 있기 때문에, 일반 상식조차 파악이 안 되는 게 더 큰 문제라는 생각입니다. 연구 속에 파묻혀 살 수야 있겠지만, 어떻든 계속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세상에서 타인 혹은 일반 대중이 어떤 상식을 가지고 있는가를 파악할 줄 아는 게 더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혹은 실패를 감내하더라도 스스로의 신념을 지키고자 하는 어떤 집착이라거나. 물론 성공 외에 다른 신념 자체가 없는 것은 안타까운 삶이겠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