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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이진 May 01. 2024

사회 인프라로 개인 재능을 키워야 환원이 쉽겠죠

한국은 개인이 재능에 스스로 투자하는 비율이 높은 사회랄까요

https://youtu.be/ubMovounQEU? si=BktppB0 F-m2 GFDZ5


당연히 재능은 공공재로서의 성격을 갖습니다. 때문에 머리가 좋거나 성적이 좋아서 좋은 대학을 나온 사람들의 직업은 사회에 기여를 하는 경우가 많죠. 법조인, 의사, 정치인, 교수, 공무원 등등이 모두 남보다 뛰어난 지능을 가지고서 전문 분야의 지식을 획득하여 사회에 기여하는 대표적인 직업군입니다. 


법조인들은 늘 범죄자와 각종 분쟁이 발생한 사람들을 상대하고, 의사는 병에 걸린 환자를 상대하며, 정치인은 사회 갈등을 조정하고, 교수는 학생들을 전문 인력으로 성장시키며, 공무원은 사회 이익을 공정하게 분배하여 사용하는 역할을 하니까요. 그리고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를 갖게 되는 겁니다. (썩은 법조인, 부도덕한 의사, 부패한 공무원이 없다는 말이 아니라 재능의 공공성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사회적 보상이 따르는데 그 보상이 적정한가 즉 보상에 대해서 해당 개인이 얼마 정도를 가져가야 적당한가 하는 부분에서 선생님과 학생들 사이에 이견이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선생님은 재능은 공공재이므로 보상 또한 사회에 가능한 환원하는 게 맞다는 입장인 것이고, 학생들은 재능이 있다 하더라도 스스로의 노력이 없었다면 그 지위에 오를 수 없고 특히 법조인이나 의사처럼 특정 직업군은 전문성을 기르기 위해 상당히 오랜 시간을 요하는 만큼 개인에게 많은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는 거죠. 


저는 재능이 공공재라는 측면은 수긍을 하지만 이 재능을 발전시키는 데 있어서 구체적으로 사회가 기여한 바가 낮다면 이를 사회에 그대로 환원하라는 요구는 재능의 발전을 억압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경우를 보면 자식 교육에 부모의 사유 재산이나 개인의 노력이 과도하게 투자되는 경향이 높고 사회 전반 인프라가 직접적으로 부담하는 부분이 적기 때문에, 학생들이 더더욱 그렇게 생각하는 경향이 높지 않나 생각합니다. 즉 어려서부터 재능을 인정받았고 그로 인해 사회 인프라가 투자되어 전문인으로 성장했다면 당연히 이를 사회에 환원하려는 경향 또한 높아지겠지만 (가령 의대 학비가 무료라거나 법대가 무료라거나 등등) 개인이 부담하여 재능을 키웠다면, 글쎄요, 이를 바로 사회에 환원하려는 사고는 인생을 충분히 경험한 이후에라야 생길 겁니다. 


따라서 법대를 비롯해서 의대나 이런 전문대학 전반이 무료 거나 낮은 (즉 사회 인프라가 개인의 재능의 발전을 지원하는 시스템) 유럽에서는 개인의 성공만큼 그 보상을 사회적으로 환원하는 것에 대해서 압박이 높은 편이고 (물론 이 세계에도 계층도 있고 그렇긴 합니다만), 미국처럼 개인이 재능에 투자하는 경향이 전반적으로 강한 사회에서는 그에 따른 보상도 개인이 충분히 가져가는 것에 동의하는 구조를 보이는데, 한국은 미국의 시스템을 상당 부분 따르다 보니, 왜 재능의 보상을 공공에 돌려야 하나 의문을 갖게 되는 거죠. 


한국이 개인의 재능으로 인한 보상을 공공재로서 활용하자면 당연히 재능이 있는 아이들 혹은 사람들에게 사회 인프라로서 그 재능을 키울 수 있는 구조로 가야 되는 거고, 지금처럼 부모의 부유함 혹은 죽어라 혼자 노력하는 것에만 오로지 의존하는 구조에서는, 글쎄요, 보상을 사회에 환원하자면 그 개인의 도덕심에 호소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네요. 


세계적인 연구에서도 다른 나라는 가족이나 건강 등을 행복의 조건으로 봤던 반면 한국만이 유일하게 행복의 조건을 물질로 본 것에서 볼 때도, 한국이 재능이 있다 하더라도 설사 내가 부족해도 사회 인프라가 지원해 준다는 어떤 그런 믿음, 사회적 신뢰는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즉 내가 뭘 하려면 내가 돈이 있어야 된다는 그 불변의 확신이 팽배한 한국 사회에서, 내가 뭘 하려고 하는데 돈이나 이런 게 부족하지만 사람들이 도와준다는 그런 신뢰가 낮은 상황에서, 과연 개인이 성공하고 나서 그 성공을 사회로 환원하고자 할까요? 사회에 환원한다는 것은 반대로 내가 잃었을 때 사회가 돌봐준다는 어떤 그런 믿음이 될 텐데, 과연 한국 사회가 그런가 싶어요. 따라서 다는 아니겠지만, 한국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그 지위와 부를 잃지 않기 위해서 피 나는 노력을 하는 건 봤어도 (그리고 이걸 다들 인정해 주고) 그걸 사회에 빠르게 환원하고 또 사회로부터 돌려받는 건 아직  못 봤고 때문에 애들에게도 강요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스포츠 선수나 연예인의 경우에는 통상적으로 직업적 성취의 순간이 너무 짧고 사회적 구조의 틀 안에서 수용되지 않는 경향이 여전히 우세하다 보니까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그 틈새에서 아직 객관화되지 않은 보상이 주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법조인도 천차만별이긴 하나 통상 상담 시간당 얼마라는 기준 금액이 존재하고, 의사도 상당 비용 이런 게 마찬가지로 있을 텐데, 스포츠 선수나 연예인의 경우에는 이런 가이드 자체가 아직 없고 이는 열린 시장으로도 기능하기 때문에 아직 유효하지 않나 합니다. 덕분에 이 시장으로 뛰어들려는 청년들이 넘쳐 나는 효과가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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