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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이진 Jun 06. 2024

자기 객관화를 표방한 자기 비하

습관적으로 자신을 반성하면서 동시에 비하하는 사람들 

https://youtu.be/mTkcqN_d08k? si=UvBfCRbkbJz3 vO-n


<sns를 하면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욕심은 있는데 노력은 안 한다>, <심보에서 나온다>, <마약 중독과 같은 어리석은 저를 깨우쳐 달라>, 이 짧은 질문에서도 상담자가 사용하는 단어는 대부분 자기 비하적입니다. 게다가 이 상담을 듣는 제삼자도 동감할 수밖에 없는 추상적인 비하를 사용하죠. 사람들 대부분 <sns를 보고 나면 시간 낭비했다 > 생각할 거고, 본인이 원하는 지위에 있지 않으면 <욕심은 있는데 내 노력은 부족하다> 생각할 거고, 이 자체가 <못된 심보다> 할 겁니다. 


이런 분들과 대화를 하면 처음에는 동감도 되고 나 스스로를 반성도 하고 그렇게 되지만, 이런 대화를 10년 이상 스스로에게 해왔다면, 결국 주변도 이런 대화를 10년 이상 들어왔다는 건데, 칭찬도 3번 들으면 지치는 것과 같이 지나친 자기 비하는 듣는 주변인도 괴롭게 합니다. 저는 이런 대화를 하는 분들을 가능하면 다른 방향으로 생각하도록 대화를 유도하지만, 그게 1년 이상 반복되면 더 이상 진행하지 않습니다. 


이런 분들은 스스로를 비하하는 것으로서 듣는 사람도 비하적 기분이 드는 상황이 초래되는 걸 외면하거든요. 자기 기분이 다른 사람에게 투사되는 걸 부정하는 겁니다. 왜냐하면 스스로를 자책하고 있기 때문에 그 자체로 반성적이라고 보기 때문이고 저는 이걸 종교적 혹은 신념적 오만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즉 나는 나 자신을 충분히 비판하고 객관화를 할 만큼 양심적이라는 자기 오만이 바탕에 있다고 보는 거죠. 


사실 자신을 비판하고 객관화를 할 줄 아는 건 분명 중요한 재능이고 필요한 성질이지만, 이 상태를 10년 정도 반복한다면 문제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간헐적이고 일시적이며 때로 실패 앞에서만 발동하는 게 정상적인 거라고 보고요. 평시 아무 문제 없이 SNS를 보는 것만으로 그런 자기 비하가 든다면 그리고 이를 주변에도 알게 모르게 투사한다면 이러한 사고의 흐름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보입니다. 


<SNS를 보니까 앉아서도 다른 사람의 삶을 볼 수가 있군, 세상엔 행복한 사람이 많구나, 나도 좀 즐겁게 살아야겠다>, <욕심이 있으니 노력만 하면 되겠어>, <심성을 좀 부드럽고 여유롭게 갖자> 이렇게 언어를 먼저 순화를 해서 사용하다 보면, 바로바로 자기 비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더라도 조금씩 긴장이 완화되는 것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어떻게 인간이 매일을 효과적으로 승리적으로 건강하게만 삽니까? 실수도 하고 욕망도 부리고 낭비도 하고 그런 게 인생이죠. 자신에게 높은 기준을 가지고 도덕적으로, 종교적으로 신념적으로 사는 삶만이 아니라 흔들리고 부끄럽고 나약한 삶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면, 적어도 이유 없는 자기 비하는 떨어져 나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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