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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이진 Jun 06. 2024

조현병적 우울감은 관계에서 발생하지 않습니다

일반 우울증이 관계나 사회에서의 실패나 박탈감에서 비롯되는 것과 다르죠

https://youtube.com/shorts/KY1O92Gxi1g?si=0Ho5uawjhsjSHUY8


우울증과 조현정동장애를 모두 경험하고 치료받아본 환우로서 우울증과 조현병은 우울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우울증의 경우 당시에는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으나 극복하지 못 한 정신적 상처 (예를 들어 어린 시절 부모에게 학대를 받았으나 당시에는 어찌어찌 넘겼다가 남자친구와 헤어진다거나 직장에서 동료와 마찰이 발생한다거나 다소 무겁지 않은 상황에서 발동)가 원인이 되고요, 조현병은 직접적인 인과를 알 수 없는 피해망상적 사고로부터 우울감이 발생합니다. 


즉 우울감은 가볍게는 주변 사람과의 이별이나 시험 실패 수준에서 시작하여 자신이 속한 사회로부터의 박탈감, 집중했던 일에 대한 실패, 추구하던 목적의 상실, 가까운 사람과의 돌이킬 수 없는 헤어짐, 믿었던 사람의 배신, 열심히 살았으나 처참한 결과의 발생과 같이 때로 무거운 원인으로까지 가면서, 내재됐던 존재적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발병하기 때문에, 우울증이 심한 사람은 계속 원인을 찾아 들어가다 보면 뭔가 나옵니다. (물론 본인은 자존심 때문에 그게 문제가 아니라고 극구 부정할 수는 있습니다.)


우울증의 또 하나의 큰 원인 중 하나는 신체적 질병이고요, 즉 병에 걸리면 우울해집니다. 우울 증세로 소화가 안 된다고 했는데, 실제 소화가 안 되는 증세가 지속되면 불안과 우울증이 발생하고, 이는 명백한 원인이 있는 상황인 거죠. 


반면에 조현병의 우울증은 기본적으로 망상이 전제됩니다. 우울증이 주변 사람과의 갈등, 속한 직장이나 학교에서의 문제, 신체적 저하 등 어떤 관계적 측면에서의 발생하는 것과 달리 조현병적 우울은 아무 인과 없는 관계에서의 분노에서 출발하며 (예를 들어 학교 버스를 탔는데 갑자기 옆에 앉은 처음 보는 사람이 나를 노려본다거나, 직장에 갔는데 날 잘 모르는 사람들이 갑자기 나를 알아보는 듯한 인지) 따라서 대상이 특정되지 않고 상황이 고정되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통제하기 어려운 내적 갈등을 초래합니다. 이때 느끼는 우울감은 해당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는 무기력에서 나오기 때문에 상담으로 이유를 물어도 인과를 찾기가 어렵거나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제시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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