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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이진 Jun 06. 2024

시대가 변해도 문제아들의 삶은 그대로네요

거리에서 자고 아무 데서나 먹고 위험천만한 삶

https://youtu.be/-QC_o2 zCLs0? si=xkNCDv4 xYj5 wMYAK


30년 전쯤 되겠습니다만 제가 청소년이었을 때도 문제아들의 공통점은 가정환경이 불우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지금처럼 사회 기반 시설조차 최소한으로 갖춰지지도 않았기 때문에 (쉼터요?) 집이 가난한 건 기본으로 가져가는 거고, 집에 며칠씩 안 들어가도 부모가 인지도 못 하거나 (때문에 자기 아이가 경찰에 잡혀가거나 학교에서 연락이 갈 때까지도 모르는 경우도 있음) 경찰이 연락해도 그냥 버리라고 하는 부모들이 있었습니다. 


제가 아는 친구(라기에는 잘 모르고 어떻게 만났는지도 잘 모르겠지만)를 경찰이 잡아서 연락하니까 부모가 오긴 왔는데, 바로 따귀 때리고 고함지르고 그러더라고요, 지긋지긋해하면서. ^^;;;;;; 부모도 뭐 사정이 있었을 수도 있겠으나, 곁에서 보기에는 그 아이가 참 비참해 보이더라는. 저는 부모나 학교에 연락하지 않고 경찰에서 나왔는데 어떻게 나왔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납니다. 좀 조용하고 무난해 보이지 않았나 싶고요. (경찰에 많이 잡혀가진 않았고 몇 번 안 되는데, 그때마다 조용하고 인상 좋아서 ㅋㅋ 조용히 풀려났던 타입)


당시에는 새벽에 청소년들이 거리를 돌아다니면 경찰이 잡아가곤 했기 때문에 (지금 같은 편의점도 없고 pc방도 없었어서) 어디든 숙소를 잡아야 했고, 대부분 길거리 어디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숙하거나 부모나 어른이 방치하거나 자식한테 별로 상관하지 않는 그런 분위기의 집에 모여 살거나 (부모들이 도박에 빠져 아이들을 돌보지 않음) 무슨 둑방 같은 데서 이상하게 살거나 어디 술집이나 호프집에서 일하는 애들이 주인 없을 때 다른 애들 불러서 재우거나 이런 식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심지어 일부 부모는 자식이 가출한 뒤 성매매나 절도가 아니고서야 돈을 벌 방법이 없는 걸 알면서도 돈을 벌어오면 그냥 묵인하는 경우도 봤고요. 


당연히 청소년들끼리 어울려 지내니까 무절제하고 위법하고 위험한 생활은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일부 어른들의 도움이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이 어른들이 청소년을 착취하는 경우도 있고 그냥저냥 지내는 경우도 있고요) 따라서 아무리 사회가 발전해서 나름 사회 기반 시설이 잡히더라도 문제 청소년들의 삶이란 것은 사고나 경제나 사회 활동이나 법적인 면이나, 여러 면에서 독립적일 수가 없기 때문에 결국 비슷한 맥락을 가질 수밖에 없는 거죠. 


아주 심한 경우 루마니아처럼 소위 말해 국가가 망한 상태쯤 되면 아이들이 부모의 도움을 전혀 받을 수가 없기 때문에 무슨 하수구나 이런 데서 집단으로 생활하면서 매춘도 하고 온갖 범죄를 저지르며 서로 집단을 이루면서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곤 하지만, 일본이나 한국은 그 정도까지는 가지 않고 다만 어딘가 음지로 계속 숨어들 긴 하겠죠. 이거를 제도적으로 보완하려는 여러 시도가 있는 거 같긴 한데, 기본 구조는 몇십 년이 흘렀어도 똑같은 거 같네요. 사람 사는 게 잘 변하는 것 같아도 또 잘 안 변하고 그렇거든요. 


여하튼 지금 생각해 보면 제가 좀 어렸을 때 끔찍한 세상을 불필요할 정도로 많이 봤던 것도 같고, 그래서 그런가, 행복한 어린 시절을 가진 분들을 보면 좀 부러울 때가 있습니다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또 덕분에 인간이 끔찍하게 된다는 의미를 좀 체득한 면도 있긴 해서, (어린 시절 각인될 정도로 끔찍한 경험을 인지하는 것과 막연히 이해를 하는 거는 차이가 있습니다) 꼭 나쁜 건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맙니다. 어른인 지금 봐도 청소년기 인간 문제하고 별반 차이가 없을 때가 많거든요. 멀쩡해 보이는 어른인데도 그러네, 그럴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나중에 보면 부모가 포기하지 않거나 문제아 시절부터 뭔가 생각하는 게 다르고 자신의 의지가 있는 애들은 (난 꾸미는 걸 좋아하니까 전문 미용 기술을 배울 거야 라거나 등등) 은 어떻게든 대학을 가던가 전문대를 나오던가 해서 사회인으로서 역할을 하는데, 부모도 자신도 포기해 버린 애들은 사회로 나오면 어디로 사라지고 안 보이게 되더라고요. 문제아 시절에는 꽤 유명했는데 소리 소문 없이 존재감 없어지는 애들. 여러 어려움으로 인해서 끔찍한 어린 시절을 경험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를 찾으려고 하면 찾는 거를 보긴 했습니다. 의사랑 결혼해서 미국에서 잘 사는 친구도 있다고 하고 애들 잘 낳고 엄마로서나 이렇게도 살더라고요. 


사회에서 어느 정도까지는 구제할 수야 있겠지만 적어도 제가 경험한 바로는 스스로가 어떻게든 자신을 구제하려고 하지 않은 경우에는 청소년기 방황이 존재적 불안으로 이어지면서 성인기에도 불안정한 상태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고 보입니다. 한국 사회가 낙인이 심해서 청소년기 방황의 대가가 가혹하긴 하지만 (대학을 못 가면 거의 낙오자 수준이랄까) 이겨내자고 하면 또 나름 이겨 볼만하고, 이런 의지를 갖는 프로그램 정도는 사회가 제공하면 좋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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