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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이진 Jun 06. 2024

가부장제가 여성의 출산 자체를 강제할 수 있나요

여성의 출산은 가부장제 탓이 아닌 생물학적 특징 아닌가 싶습니다. 

가부장제가 여성과 남성으로 만든다는 젠더 이슈에 있어서 저는 여성과 남성의 성역할이 먼저 있었고 (즉 태어나고 보니 여자만 출산이 가능해지면서) 이후 아이 양육을 위해 양성 부모 (동성 부부는 아이를 낳을 수 없으므로 배제됨)를 강제하며 강화됐다 이 입장인데, (여자를 예쁘게 핑크색만 입히고 조신하게 행동하게 역할을 규정한 거는 가부장제 강화 이후로 봐야죠.)


다시 말해 저는 여성과 남성이라는 구분에 있어 출산이 전적으로 여성에게 종속됨으로 인하여, 아이 양육을 양성의 부모가 키우는 방식으로 압제하는 과정에서 가부장제가 나왔을 것으로 추론했는데 이걸 또 무슨 상식에 집착해 생각한다 비판을 하나 모르겠네요.  


즉 여성만이 현재까지 출산을 할 수 있는데 그렇다고 아이 양육을 전적으로 여성이 책임지도록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므로 통상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양성의 부모가 양육을 책임지도록 사회가 강제한 것이 가부장제의 발단이 아니겠는가, 이게 제 논점이거든요. 앞서 설명했듯, 당연히 가부장제는 동성의 혹은 여러 다른 형태의 가족이나 여성 자체를 억압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굳어졌기 때문에, 현대에 이르러서 각종 갈등을 빚게 되는 거고요. 


물론 모계 사회를 이루면서 여성이 아이를 낳고 아버지는 제외되거나 형식적인 존재이며 여성의 가족이 아이를 돌보는 사회가 없는 것은 아니나, 그러한 사회는 대부분 소수 민족이나 특정 기간에만 존재했고 지금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지경이며 가부장제가 대다수의 사회 근간을 이루는 시스템인 것은 부정할 순 없는 거죠. 


그렇다면 가부장제 이전 그러니까 과학이 신학에 가까웠던 시절을 생각해 보면, 남성이 과연 여성과 동등한 지위를 갖고자 한 시도가 없었을까 생각해 보면, 대표적으로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 신을 예로 들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신 중의 신인 제우스는 머리에서 아테나라는 여신을 출산하는 데요. 즉 당시에도 남성이 왜 출산할 수 없을까 하는 논의가 있었던 것을 해당 신화를 보면 유추할 수 있는 거죠. 


지금이야 x-ray 찍어서 굳이 해부하지 않아도 구조적으로 여성만이 출산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당대에는 왜 남성은 안 될까, 고민을 했었을 거고 그 흔적은 그리스 신화만이 아니라 여러 문헌에서 남성의 출산을 다루는 것에서 입증이 됩니다. 따라서 제우스는 머리에서 아들이 아닌 전쟁의 신 아테나 딸을 낳죠. 당대에도 아들이 대를 잇는다는 개념이 확고했을까 의문이긴 한데, 남성 신들의 지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을 생각해 보면, 제우스가 딸을 낳은 것도 의미가 깊은 겁니다. 


즉 출산과 그 역할, 성적 기대에 대한 고민은 고대에도 있었을 거고, 아이 양육의 입장에서 가장 효율적인 게 양성 (다시 말씀드리지만 동성은 아이를 가질 수가 없으니까요) 부모의 양육이었다, 이렇게 보고 있고, 이를 강제하는 과정에서 가부장제가 압제됐다 이렇게 보는 겁니다. 가부장제가 여성과 남성을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분들이 있는데, 저는 이게 이미 가부장제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이후에 가부장제에 반발하는 사람들로 인하여 생긴 것이라 보는 거죠. 사랑하지 않는데도 아이를 낳았다는 이유로 평생을 한 사람과 살아야 하는 고통은 예나 지금이나 싫은 거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당연히 가부장제에 반발하는 사람들은 있었겠죠. 


인터섹스라고 남성기와 여성기 모두를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하나의 성이 될 것을 강요받아 수술을 받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예로 들어서 가부장제가 성을 만드는 게 아닌가,라고 반박을 하셨다면 저도 또 나름 재밌게 논의를 했을 텐데 이런 증거는 또 안 보이고. 


그리고 할머니들이 오래 사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이론이 있습니다만, (남성이 남성 호르몬 때문에 위험하게 살아서 일찍 죽는다 등등), 개인적으로는 여성이 임신 과정에서 면역 반응이 유연화되는 것에서 유래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여성은 기본적으로 자기와 다른 개체의 유전자를 체내에서 합성(?)해서 배양(?)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복잡한 면역반응입니다. 이거를 안전하게 해내는 자체가 건강의 증거라서, 아이를 5명 6명 출산해도 고령으로 살 수가 있는 거죠. 따라서 출산한 여성은 헌혈도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고요. 


다만 이제는 아이를 한 명도 낳지 않거나 극소수만 출산한 여성들이 상당히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런 여성들이 과연 지금의 할머니들보다 오래 살 것인가, 이 부분은 논의의 대상으로 남아 있는 거죠. 만약 출산하지 않은 여성이 출산을 많이 한 여성들보다 오래 못 산다면 혹은 비슷하게 산다면 역시 출산은 면역을 강화시키는 거라고 볼 수 있는 거고요. 


또 한편으로는 아이를 5명이나 6명 낳은 할머니가 될 경우 자신이 낳은 가족이 풍부해지므로 사회관계가 단절되지 않은데 (물론 가족 간에 소통이 낮은 사람들도 있지만 그래도 세상 어딘가에 자신의 자식과 손자들이 있다는 인식 자체가 심리적 위안을 줄 수 있다는 관점) 아이를 낳지 않은 여성의 경우에는 가족이 없으므로 사회관계가 단절될 가능성이 높아지죠. 


과거에는 출산을 하지 않더라도 가족 관계가 유지가 됐기 때문에 (결혼을 안 하거나 이혼한 자녀 없는 이모나 고모, 삼촌으로서, 주변에 꼭 있었음) 이제는 그러한 가족 관계마저도 실제로 훼손된 상태라서, 과연 아이를 낳지 않고 가족 관계도 없는 단절된 여성들도 아무 문제 없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오래 살 것인가, 이 문제는 관찰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통상 대부분의 사회에서 여성들은 가족이라는 혈연 중심의 관계에서 안정적인 소통을 해왔으나 이제 그게 급속도록 무너진 상태니까요. (물론 가족이 고통이고 학대의 원흉인 경우도 있긴 합니다) 남성들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일찍 사회적 고립이 시작됐고 때문에 범죄율등 각종 지표가 위험 수위에 있기도 합니다만. 


이 정도로 여러 예시로 설명을 드렸는데도 제가 무슨 오류가 있느니, 과거 상식에 어떻니, 이런 어설픈 판단을 하는 분들이 있는데, 제대로 된 자료를 가지고서 말했으면 하고 요청을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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