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비싼 레스토랑을 방문한 뒤 형편없는 서비스와 맛을 비판하는 영상을 보고 떠오른 글입니다. 음식이 서버 될 때마다 서버가 해당 음식에 대해 설명을 해주는데 이 서비스가 불편하다는 취지로 영상을 올리셨더라고요. 저는 뭐 이렇게 비싼 레스토랑까지는 가본 적이 없지만 기본적으로 미국이나 서구 식당은 계란 요리도 손님 입맛에 맞게 조리해 주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용어도 기억이 안 나는데, 서니 사이드라고 해서 프라이를 반숙만 하기도 하고, 보일드라고 해서 물에 삶아주기도 하고, 스크램블로 해주기도 하고 그렇죠. 고속도로에 위치한 한적한 레스토랑마저도 손님한테 계란 요리 어떻게 하냐, 우유는 데워주냐 물어보는 거 영화에서마저 보고 있습니다. 심지어 술마저도 온 더락이니 하이볼이니, 별별 방법이 다양하죠. ^^ 물도 탄산 넣어서 먹고 그럴 정도인데, ^^
한국에서야 냉면 시키면 맑은 국물에 면 돌돌 말아서 소고기 몇 점과 계란 반쪽 삶아 나오는 게 국룰이고, 이거 안 지키면 신기하다고들 방문하고 그렇지만, 미국에서 그렇게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음식을 먹는 모습은 본 적이 없고, 종교나 인종이 다양하다 보니 신념과 별 희한한 알레르기 때문 에라도 셰프는 손님의 주문을 받아서 만듭니다. 스타벅스조차 우유를 어떤 종류로 할 건지, 시럽은 몇 스푼인지, 향을 뭘 넣을 건지 등등 때때로 지나친 사람들은 요구 사항이 계산서 한 페이지를 넘어가기도 할 정도잖아요. 이게 낫다는 말씀이 아니고.
따라서 해당 식당에서도 음식에 대해 미리 설명을 한 것이고, 그렇게 설명된 조리법과 재료가 불편했다면 본인의 취향을 설명하여 셰프에게 주문을 넣는 게 맞는 거 같습니다. 버터는 부드러운 게 좋다든지, 빵은 따뜻한 게 좋다든지, 할라피뇨는 개인적으로 향이 있어 싫다든지, 이런 의견을 서버에게 미리 말하고 양해를 구하는 거죠. 만약 그런 취향이 딱히 없다면 셰프가 준비하는 음식을 일단 먹어보고 설명도 청취하는 게 낫지, 설명은 귀찮다, 그런데 따로 내 방식은 없다, 이게 인종차별로 흐르는데, 저로서는 조금 난감하더군요. 오히려 한국처럼 모든 손님을 떠나 심지어 모든 국민들이 똑같은 방식으로 먹어야 하는 그게 어떤 면에서는 인종차별이죠. ^^
그래서 현재 한국에서는 미국 유명 프랜차이즈인 서브웨이에 대한 이슈들이 있습니다. 한국인들은 거의 똑같은 모습을 예상하고 주문을 넣은 게 익숙한 반면에 서브웨이는 주문 시작부터 빵, 조리 시간, 치즈의 종류와 야채, 각종 소스까지 하나하나 손님이 결정해야 해서, 손님들이 패닉에 이르고 이런 내용들이 알려져 있어요. 프랜차이즈임에도 불구하고 손님의 취향을 가능한 살리는 방식은 한국에서는 잘 안 되는 방식이고, 따라서 이거를 누가 먼저 인종차별이다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싶습니다.
앞으로는 미국 식당을 더군다나 이렇게 비싼 식당을 이용할 때는 본인이 원하는 바를 구체적으로 요구를 하시고 이에 상응하는 서비스가 없을 시에는 정식으로 셰프에게 이의를 제기하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영국에서 공부를 하셨어도, 영국도 인도인들이 많아서 베지테리안 식당이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특정 고기를 다루지 않거나 할랄 표시가 잔뜩 있는 지역도 있는 데 말입니다. 이게 미국에서 더 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다는 것을 잊으신 듯하네요. 아니면 한국 음식을 바탕에 둔 식당에서 식사를 하다 보니, 한국식으로 다 같이 먹어야 한다는 전제에 빠진 것도 같고요. 인도인들이 한국에서 베지테리안으로 살 수 없어서 힘들어하는 기사들도 있고 그래요.
그리고 미소는 된장과 다릅니다. 발효 방법도 색깔도 달라요. 일본이 먼저 서구화되고 서구에 진출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서구인들은 된장보다는 미소에 익숙하죠. 때문에 한국인 셰프라고 하더라도 서구인들에게 익숙한 미소 베이스 음식을 선보인 것일 뿐, 미소를 된장으로 적으라고 하는 건, 오히려 한국 음식의 발색을 포기하는 거죠. 앞으로 된장으로 서구인들에게도 익숙한 음식을 만들면 된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