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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이진 Jul 07. 2024

사람들 앞에서 실수하는 경험을 차단하는 게 맞나

사람은 실수와 잘못에서 배우는 게 더 많지 싶습니다. 


어디 고립무원에 살거나 무인도에 살면서 다른 사람과 전혀 소통하지 않은 채 살지 않고서야, 살다 보면 수치심이나 부끄러움이나 낭패감 등등 여러 부정적인 감정을 결국엔 느끼게 될 텐데, 몇 년 늦춘다고 뭐가 달라질까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수치심이나 부끄러움이란 게 칠판에 나가서 문제를 못 푸는 상황에서만 발생하는 것도 아니고 친구들하고 놀다가도 느끼고 그런 거라서, 딱히 저 교육 방식에서만 수치심이 유발되니 자제해야 된다는 건 좀 억지 같은데요. 문제 못 풀고 자리에 돌아오면 친구들이 위로해 주면서 같이 즐거워하는 그런 추억을 지금의 초등학생들은 느끼질 못하는 모양입니다. 혹시 친구들이 비웃나????? 못 하면 못하는 대로 또 친구가 생기던데요. ^^ 


외국어 교육을 조기에 시작하는 이유가 어린 시절에 다양한 경험을 해야 본능에 가까운 견문이 넓어져서인 것처럼 부정적인 감정이나 긍정적인 감정도 가능한 어린 시절부터 경험해야 감정을 다루는 폭이 넓어집니다. 


저희 때는 선생님이 문제를 못 풀면 면박도 주고 개망신도 주고 그랬었으므로 수치심이 유발되기 쉬웠지만, 지금 애들은 그렇게 교육받지도 않으면서 심지어 아예 부정적일 수 있는 상황 자체를 제외시켜 버리니 성숙이 더뎌진다는 생각이 드네요. 필요하면 나와서 문제를 풀게 할 수도 있고 나와서 발표도 시키고 그런 거지, 수치심 하나로 모든 경험을 차단당하는 게 저는 더 학대 같습니다. 감정 자체를 못 느끼게 하고 부정적인 반응 자체를 억압당하면 오히려 폭발하기 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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