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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이진 Jul 07. 2024

관계를 끊은 사람이 생각난다면 끊긴 사람 잘못이겠죠

보면, 잘못한 사람이 후회를 하기 때문에 잘못하지 않는 게 낫습니다

https://youtube.com/shorts/JOjEexb3CEQ?si=I4ba0zjYh6jumXxL


이상할 정도로 관계를 끊는다는 평을 듣는 편이라 영상 보고 댓글 답니다. 근데 저는 (웃으면서 혹은 그냥 아예 아무 언급 없이) 조용히 관계를 끊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사전에 여러 차례 불편하다는 의사 표시를 완곡하게라도 하는 편이고 (하하, 그런 내용은 좀 불편한데요, 거기까지 하시면 될 듯요, 제가 그걸 알겠습니까 등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 목적대로 행동하는 경우에 제가 여러 차례 불편함을 표시했음을 다시 정확하게 언급하고 더 이상 연락하지 말 것을 직접 요청하는 편이며, 이렇게 요청했을 때 반박하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람은 지금까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제가 연락을 끊자고 했을 때 억울하다거나 오해가 있었다거나 등등 저를 설득할 요소가 있었다면 그렇게 했으면 될 텐데, 다들 제가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을 언급하면 입 꾹 닫고 그대로 제 요구를 수용하는 거죠. 


지금 말씀하시는 웃으면서 관계를 끊는 사람이 무섭다는 것은 아마도 이렇게 상대방도 자신의 잘못을 동의할 수밖에 없게 하는 그 부분에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관계야 끊으면 그만인 건데, 무서움까지 느낄 필요가 없는 거죠. 


그런데 이런 부분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이 사람은 뭔가 자신만의 기준이 높아서 혹은 거만해서 혹은 반대로 도덕적이어서 등등>의 이유로 관계가 끊길 수 있다는 우려가 발생하면서 이 사람이 과연 나에게는 어느 선까지 수용하나, 시험하는 사람들이 생긴다는 거죠. 


가령 처음에는 단순히 가족에 대해 장난처럼 욕을 하면서 친근하게 굴기에 농담조로 <그래도 자기 애한테 그러면 안 되죠> 이렇게 말해줬음에도 불구하고 나중에는 <부인과의 사적인 생활까지 농담>하는 수준에 이르렀고, 그럼에도 농담이니까 넘어가자 하니까, 결국 추행까지 이르렀습니다. 끔찍한 수준의 추행은 아니지만요. ^^ 거의 한 명도 예외 없이 <사적인> 대화를 하는 단계에 이르면 성이 주제가 되는 일밖에 없었습니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유부남이든 유부녀이든. 


제가 성적인 혹은 성인문화를 즐기고 농담도 좋아하고 그러면 또 같이 즐기고 놀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런 문화에는 사실 별로 흥미도 없는 데다가 어울리기 위해 억지로 웃고 답해야 했고 (성인이 되면 다들 이렇게 행동하는구나) 결국 나중에는 자신의 배우자에 대한 성 관련 농담과 대화가 오고 가는 상황이 오게 됐기 때문에, 글쎄요, 제가 그런 관계를 유지하는 게 더 이상한 사람이라는 확신에서 관계를 깨끗하게 정리했습니다. 


심지어 무슨 법률 상담을 해줘도 부인과의 관계, 남편과의 관계, 남자친구나 주변인과의 관계에 대한 욕설만이 난무했고 아무리 들어줘도 끝이 없이 욕설에 욕설만 이어지더군요. 업무 외적으로 대화하지 않은 분이 간혹 있긴 합니다만 이 분도 거의 업계에 대한 욕설만 하고 제가 어떻게든 돕겠다고 하면 손사래를 칩니다. 


제가 운이 안 좋아서 다소 편협한 관계를 맺은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선을 미친 듯이 넘더라도 뭔가 배울 게 있다는 그런 생각이 드는 대화를 하는 사람은 아직까지 만나본 적 없습니다. 다 주변 사람 욕이고, 가족 욕이고, 성 문제고, 돈 문제고, 윗 상사 욕이고, 알고 있는 정치인 욕이고, 자기가 속한 조직 욕이고, 그렇던데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제가 됐든 누가 됐든 관계를 끊고자 하는 사람이 오해한 부분이 있다면 허심탄회하게 말하면 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이 아니고 오히려 착하고 자기 소신대로 사는 사람이 맞다면, 사실대로 오해를 풀고자 하는 상대방을 단순히 선을 넘었다는 이유 하나로 배척할 리가 없겠죠. 


관계를 끊는다는 데 끊김을 당한 그 사람도 수용하고 이의제기를 못한다는 것은 관계의 끊김을 당한 그 사람도 자기 잘못을 인지하면서도 차마 이를 발설하지 못 한 채 관계를 끊은 사람만 <차갑다> 또 뒤에서 욕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욕으로 시작하는 인간관계를 맺는 사람과 헤어지면 그 욕은 바로 자신에게 오거든요. 그래서 저는 일단 욕으로 대화를 시작하는 사람은 50%는 접고 시작하고, 계속되면 한두 번 경고한 뒤 깨끗하게 정리합니다. 이건 거의 불변의 법칙이더군요.


여하튼 사설이 길었는데 억울하게 제 멋대로 관계를 끊은 사람이라면 애초에 상종할 필요가 없으니 미련도 가질 필요가 없고, 혹시 오해 때문에 관계가 끊긴 거고 회복을 원한다면 허심탄회하게 오해를 풀고 다시는 같은 짓을 하지 않겠다 약속하면 될 일입니다. 오해를 풀 자신도 없고 다시 안 한다는 보장도 못 하면서 무작정 관계를 끊었다고 원망하는 모습을 보면, 관계를 끊은 사람이 역시 <관계를 끊길 잘했다> 이런 생각이 더 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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