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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이진 Jul 07. 2024

인생에서 심한 시험에 들면 사회를 파괴하고 싶어 집니다

자신이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왔다고 믿는 사람일수록 그렇습니다.

https://youtu.be/8 y58 osEQhsc? si=9 uJaU5 HZ6 FQqU0 Fb


드라마를 안 봐서 사실 댓글을 달기는 좀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그냥 생각나는 걸 적어봅니다. 보면 아이 키우고 회사원이나 뭔가 사회의 부속처럼 열심히만 살다가 뒤늦게 인생에 회의를 느끼면서 불륜이나 횡령, 도박 등 여러 <부정적인> 일에 연루되는 사람들은 좀 있는 거 같습니다. 예전에도 어느 여성이 아이 3명을 낳고 키우면서 조용히 가정주부로만 살았는데 자기의 인생이 이렇게 끝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면서 다른 남자와 살림을 차리고 결국 나락으로 간 걸 봤는데요. 이 영화에서는 암과 같은 중병으로 인해 인생에 대한 회의에 발동이 걸린 것일 뿐, 사실 이미 주인공이 인생에서 낙을 많이 잃은 상태라고 봐야죠. 


살면서 앞만 보고 열심히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거나 심지어 이 드라마처럼 왜 나에게 이런 일이 닥친 것인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 닥치는 경우는 이외로 많으며, 극도의 스트레스가 삶에서 벌어졌을 때 막상 도움을 청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까지 깨달으면, 스스로 부여잡고 있던 인간으로서의 도덕이랄까, 넘으면 안 되는 선 따위는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거 같습니다. 


착하고 열심히 산 대가가 암이나 후회, 비난뿐이라면 글쎄요, 그 사람이 무너지는 것에 대해서 때로 악해지거나 방탕해지는(?) 부분 또한 사회도 일정 부분 용인해줘야 할 텐데, 실상은 무너진 이후에 드러나는 모습이 <본질>이라면서 비하하기가 쉽죠. 그전까지의 선한 모습, 성실한 모습이 위선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드라마에서는 이렇게 무너지는 한 인간과 그 주변을 둘러쌓은 미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함께 드러난 것으로 보이나, 실제로 저렇게 무너질 수밖에 없는 일들이 계속 발생하면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하나는 놔야 맘이 편해집니다. 


저는 일상적인 행복이랄까, 그런 것들, 제 주변에서 누리는 당연한 것들을 깨끗하게 내려놨고 (저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저렇게 행복하게 사는 거냐, 나한테 왜 이런 일이 닥친 거냐, 뭐 이런 감정?) 그렇게 하고 나니까, 지금 제가 가진 불행에 대해서 별 느낌이 없어졌습니다. 뭔가 억울하고 분노하고 참을 수 없는 그런 감정들을 내려놓으면 악한 결정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은 순간에 의외로 침착해지면서 바닥에 있던 인간으로서 내려놓고 싶지 않은 어떤 선이 다시 복구되는 것 같더군요. 그리고 또 어느 시점에서 놓았던 것을 안타까워하면서 또 뒤늦은 후회를 만드는 분들도 있는데, 여하튼, 저는 내려놓으면 그냥 깨끗하게 접습니다. ^^


좋은 선생이었지만 결국 마약을 직접 제조하는 악한 결정의 바탕에는 자신이 처한 비참함을 외면하는 사회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있을 것이고, 결국 그 분노가 자신과 사회 모두를 잡아먹고야 마는 거죠. 그리고 그 파급효과는 어마어마해지는 것이고요. 현대 사회에서 한 명이라도 사회적 약자를 돌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도 있는 듯합니다. 


훌륭한 사람 한 명이 바꾸는 세상보다 악한 사람 한 명이 파괴하는 세상이 더 빠르고 큰 점이 안타까울 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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