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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이진 Jul 07. 2024

유명인은 자기 세계가 있거나 대중과 소통이 돼야죠

대중이 유명인을 이해할 접점이 없으면 갈등이 극심해집니다.


https://youtu.be/rusHT35 MDLw? si=OwPsQkEA3 q59 xIU6


이 방송을 평소에 구혜선 씨가 보는지 모르겠지만, 이 방송에 나오는 연예인들은 대부분 때로는 대성통곡하면서 치유되지 않은 상처를 토해내듯이 말합니다. 유명인이라는 자리에 있으면서 어쩔 수 없이 가해지는 각종 폭력적인 시선들, 방송 이미지가 만들어낸 그 털 때문에 차마 말할 수 없었던 어떤 치부에 대해서 부모와 함께 나와서까지 토로하는 거죠. 겉으로는 대단해 보이는 연예인이 사실 부모에게 맞고 자랐다는 등의 고백을 할 때는 대중들이 미워했다가도 <아, 저 사람도 인간이구나> 동감을 하게 되고, 때문에 이 방송이 문제를 일으킨 연예인들에게 면죄부를 준다는 비판을 들을 때가 있는 거죠. 


그런데 오은영 박사가 <가장 속상한 안 좋은 시선이 뭐냐?> 고 질문했을 때, 구혜선 씨는 느닷없이 <청담동 샵에 가지 않는 걸로 오해받는다>는 해괴한 답변을 하게 되고, 때문에 같은 직업을 가진 연예인 패널들조차도 그게 대체 무슨 소리냐면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다 같이 짓는 상황이 옵니다. 


물론 본인에게는 청담동 샵을 가지 않은 자신의 결정에 대한 주변의 비판이 세상에서 자신이 들은 시선 중 가장 고통스러운 시선일 수도 있겠으나 (그렇다면 행복한 삶을 살아오신 건데 이걸 모르니까 힘든 거고), 적어도 이 자리가 구혜선이라는 사람을 대중과 타자에게 이해시키고자 하는 목적에 의한 것이라면, 접근 방식 자체가 납득이 안 가는 것이고, 이걸 구혜선 씨의 특이점으로 봐야 할지 지나친 자기 방어로 봐야 할지는 아직 잘은 모르겠습니다. 


일반 대중들이 구혜선 씨가 청담동 샵에 안 가고 스스로 메이크업을 하는 자체를 알기도 어려울뿐더러 또 그게 비판받을 일인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대중들에게 구혜선이라는 사람이 가장 고통을 느끼는 부분이 다름 아닌 <청담동 샵>이라는 거, 글쎄요, 이거는 지나치게 구혜선 씨가 자신을 둘러쌓은 다양한 시각들을 외면하고 있는 결과이거나 (즉 일반 대중들의 시선을 인지 못 하거나 혹은 반대로 묵살해 버리는) 혹은 너무 협소한 시각 안에 갇혀 사는 것에 대한 반증이 아닐까 합니다. 


내성적이고 활발하지 않으며 게다가 연예인이라는 삶을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협소하고 때로는 고립된 관계 안에 종속될 수도 있을 것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일반 대중이 원하는 것, 대중이 추구하는 것, 대중이 나로부터 찾아내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면, 그 결과는 결국 연예인 자신이 이룩한 일들에 대한 대중의 몰인정으로 이어지며 (배우면 연기가 나쁘다, 가수면 촌스럽다 등등) 몰인정이 이어지므로 연예인은 자괴감에 빠지는 악순환이 올 수 있습니다. 


물론 대배우나 유명 가수들 중에서도 성장 과정에 (혹은 성장 이후에도) 대중에게 혹독한 비난과 비판을 받는 경우도 왕왕 있지만, 이런 경우 죽을 만큼 노력해서 결국 자기만의 스타일을 완성해 비록 대중이 원하는 것을 그대로 반영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그 사람만이 가진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때가 오며, 그때가 오면 굳이 자신에 대해 미주알고주알 설명하지 않아도 작품이나 혹은 삶에서 대중이 이해가 되는 지점이 오게 되는 겁니다. 


무슨 이유에선지는 모르겠지만 구혜선 씨는 구혜선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동시에 <근데 구혜선이 대체 뭐지?> 의문이 드는 지점도 가지고 있는데, 정작 본인은 한 번도 자신을 어떤 역할로 부른 적이 없이 단지 학생일 뿐이라고 하고 있으므로, 또다시 대중은 그러니까 <대체 뭐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거 같습니다. 나름 이 방송에 힘들게 나왔을 텐데, 결국 다시 <그러니까 대체 뭐야?>, <무슨 삶을 추구하는 거야?>, <연예인이야? 학생이야? 유명인이야?>로 돌아가므로 안타까운 것 같습니다. 


<나는 유명인도, 연예인도, 배우도, 화가도 아닌, 그냥 학생이야>를 진짜 스스로 사실이라고 믿는다면, 이 방송은커녕 오은영 선생님 얼굴도 볼 수가 없기 때문에, <연예인이자, 유명인이자, 감독이자, 화가이자, 배우>라는 모든 타이틀을 가진 채로 그러나 사실은 <청담동 샵에 안 가는 게 가장 힘든 오해>라는 학생 구혜선을 대중들이 이해해 줄 맥락은 존재하지 않으며, 대중과 너무 괴리된 삶을 산다는 것을 토로한 것에 불과한 이 방송에 대해 역시 대중은 그다지 좋은 댓글을 줄 수 없을 거 같고, 저도 그렇게 됐네요. ^^;;;;;;;


이 방송을 보면서 <뭘 그런 걸 아직도 고민하냐> 혹은 <이제는 털어내야지> 혹은 <저런 말을 방송에서 해도 되는 거야?> 등등의 반응을 가져본 적은 있어도, 도무지 남는 게 하나 없는 이런 방송은 처음인 거 같네요. 이미 <이해할 수 없다>는 수 없는 반응들을 학생 구혜선 씨가 받아왔을 터라, 제 답글도 그 반응들 속으로 묻어가겠지만, 제가 신기해서 댓글을 달았습니다. 시간 되면, 청담동에 무슨 그런 샵이 있는지도 모르는 그런 친구들 삶도 좀 들여다보고 그러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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