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이진 Jul 08. 2024

알파남이 왜 사생활로 무너지죠?

그렇다면 그건 알파남이 아니라 인기에 휘둘리는 거죠

유명인이나 영향력 있는 남성이 사생활로 문제가 터질 때마다 상대 여성이 임신이나 낙태로 문제를 삼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일반 남성들 입장에서는 결혼하고 싶고 연애하고 싶어도 못 하는 마당에 헤어진 이후에도 여성이 임신을 하고 또 낙태도 하며 심지어 헤어짐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까지 보이면서, 일종의 낭패감을 느끼고 그런 남성들을 알파 남이라고 부르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입장에서 남성으로서 나름대로 희생하고 맞춰줬지만 여성이 성적으로 허용하는데 인색한데 반하여, 어떤 남성들에게는 여성들이 상당히 호의적이라는 의미로도 쓰이는 것 같고요. 


단순히 성적인 어떤 그런 측면에서 강하다는 의미로서 알파라는 말을 사용하는 거라면 저로서도 실제 그런 사람이 있을까 의문을 갖는 선에서 멈추겠지만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거 같긴 합니다만 ^^;;;;;), 통상은 그런 남성들이 일이나 사회적인 지위 또한 높은 경향을 보이고 있으므로, 알파 남이라는 건, 그러니까, 뭔가 뛰어난 남성을 지칭하는 말이라고 받아들여도 되지 싶습니다. 


그런데 저는 뛰어나다는 의미가 왜 다른 사람을 단순히 <성적으로> 지배하는 약육강식적인 것에 멈춰있는 지를 모르겠는 게, 애초에 성적으로 자유롭게 살고자 한다면 그런 성향의 사람들과 만나는 게 맞는 것이고, 인간적으로도 연인 관계를 유지하며 관계를 지속하고자 한다면 당연히 상대 여성의 임신이나 이런 문제에서부터 배려하는 게 더 뛰어난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린 시절 철 없이 만난 것도 아니고 한 번 이상 임신 문제가 관계 중에 발생했다면, 해당 남성은 자신의 신체적 건강함, 사회적 지위, 부와 명성에 이끌린 여성들과 성적으로 즐긴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암묵적으로 자유로운 관계를 맺기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이 뒤늦게 이를 강제하는지 여부까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사귀는 관계인 것처럼 여지를 둔 상태에서 이런 식이라면 배려가 없는 거죠. 애초에 임신 과정에서 배려를 했다면 사생활 관련해서 낙태 등 치명적인 각종 위협을 당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므로, 글쎄요, 누굴 탓할 것도 없다고 봅니다. 


그리고 여성들 중에도 남자가 바람도 피우고 여자 관계도 복잡하고 범죄도 저지르고 하는 데도 불구하고 헤어지지 못하고 끌려 다니면, 다른 사람이 <자기 인생을 왜 그렇게 허비하냐>, <바보 같다> 비판하듯이, 남성들도 여성이 예쁘고 뭔가 이름도 있는 거 같긴 한데, <마약도 하는 것 같고>, <남자 관계도 복잡하고>, <사생활도 문란하며>, <도대체 직업이 뭔지도 모르겠고>, <구설이 끊임이 없는> 상황이라면 <답답하게 그런 관계를 왜 유지하냐> 비판받기 전에 알아서 끝내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자들이 이상한 남자에게 끌려 다니며 사는 게 바보 같아 보이듯, 남성들이 이상한 여자와의 관계를 해소하지 못하는 것도 멍청해 보이긴 마찬가지입니다. 


덧붙여서 알파남 이전에 알파걸이라는 단어가 유행했었는데 이 알파걸도 지금은 아버지 (혹은 사실상 남성 지배 계급(?))의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개념이라는 비판으로도 이어졌던 걸 보면, 알파남도 어떤 면에서는 자신의 명성과 부, 지위 혹은 신체적 건강함에 이끌리는 수많은 여성들과의 관계를 표면적으로는 지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성적으로 정리하지 못하는 그런 사람일 수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누가 자기를 좋아해 주면 당연히 감사하고 또 그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하는 것은 필요한 면이 맞지만, 늘 말씀드리듯, 스토커도 자기는 상대방이 좋아 죽겠는데 자기 마음을 안 받아줘서 그런 행위를 한다는 논리이기 때문에,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한다는 자체가 인생을 옳게 만들어주진 않는다는 걸 알았으면 합니다. 좋아해 주면 감사하게 여기면 되는 겁니다. 네네, 거기까지 감사합니다, 덕분에 좋게, 성실히, 열심히, 살겠습니다. 이러면 되는 거예요. 


그리고 항상 문제가 되는 건 기존 이미지와의 상충입니다. 성실한 자녀, 효녀, 효부, 가장, 행복한 부인, 딸 바보 아들 바보 아버지, 인성 좋은 유명인, 전도 유망한 기대주 등으로 알려졌다가 느닷없이 사생활이 터지니까 실망감도 걷잡을 수가 없는 거죠. 


이제는 예전과 달리 유명인과의 관계를 입에 담을 수 없는 내용까지도 다 공개해 버리는 세상이 됐으므로, 누군가를 사귀고 있거나 사생활이 자유롭거나 하면, 비공개에 서로 동의한 게 아니라면, 굳이 싱글인 것처럼 숨기면서 (혹은 외롭다는 등 타령하는) 삶은 지양해야 된다고 봅니다. 젊고 결혼도 안 했다면 정상적인 누군가를 만나는 걸 굳이 감출 필요는 없는 거고, 결혼을 했다면 문제가 되는 건데, 이럴 경우 안타깝지만 이혼하고 자기 욕망을 찾아 살아야죠. 사생활 공개됐다고 난리가 나면서 고통 속에 누군가는 자살하고 이런 것도 이제는 그만 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자신이 만든 (허위) 이미지에 갇혀 봐야 괴로운 건 본인이죠.

작가의 이전글 진술의 일관성이 중요하지만 불일치도 인정하는 법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