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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이진 Jul 08. 2024

시청역 사건을 저는 테러로 봅니다

https://youtu.be/TlrEnvlnq6 I? si=hxYX54 lFddCBLvoE


시청역 차량 역주행 사건이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검색이 되면서 바로 여의도 광장 돌진 사건이 떠올랐습니다. 1991년 당시 21세였던 한 청년이 어려서 부모의 가출과 자살, 왜소한 체구로 인한 학교 폭력 노출과 그로 인한 낮은 학력, 게다가 시력을 잃어가면서 직장 생활도 하지 못해 어디에 고용이 되더라도 근로 지속이 안 되며 굶다가, 차량을 절도해 여의도 광장을 차량으로 돌진한 사건인데요. 이 사건으로 어린이 2명이 즉사하고 21명이 다치는 끔찍한 결과가 나왔죠. 


이 사건이 벌어질 때 제가 청소년이었다 보니까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았지만 개인적인 관심으로 인해서 이런 여러 범죄들에 대한 정보를 조사하다 보니 마침 기억에 남아 있었고, 따라서 시청역 사건이 벌어짐과 동시에 바로 떠오르더라고요. 부부싸움이 원인이다, 이런 루머 비슷한 게 나왔지만, 저로서는 부부싸움 정도로 도로 한 복판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을 차로 들이받는다는 게 납득이 되지 않았고, 가해자가 기간제 버스 기사로서 제네시스 차량을 몬다는 것도 좀 이상하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버스 기사 연력이 40년 이상이라고는 하나 현재 시점에서는 기간제 그러니까 일종의 비정규직 버스 운전기사인데, 제네시스를 몬다는 건 삶의 수준이 높거나 높았다는 거죠. 이거는 일종의 편견이라기보다는 통상 소득 수준에 기대되는 삶의 수준에 대한 것이라고 보면 될 겁니다. 기초수급자가 외제차를 몰면 납득이 안 가는 그런 거 비슷한 거죠. 때문에 저는 제네시스와 기간제 버스 운전기사라는 그 이질감 때문에 아마도 부부 사이에 소득이나 삶의 수준으로 인한 갈등이 상당 기간 지속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고, 사전에 암묵적으로 계획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고도 있습니다. 


가해자가 사고 이력 하나 없이 40년간 운전 직업을 갖고 있었고 부부가 동승했다는 점 때문에 처음 급발진 얘기가 나왔을 때 사람들도 그럴 수 있겠다 생각을 하는 듯 보였지만 (말씀드렸지만 범죄에서 여성이 동반하는 경우 범죄의 잔혹성이 다소 와해되는 특징은 종종 보입니다, 만약 남성 혼자 시청역을 돌주했다면 당장 살인마 비판이 터져 나왔을 것이고 가족이 오히려 남성으로 인해 고통받았다, 이렇게 나왔을 겁니다.), 


오히려 40년 간 사고 이력 하나 없이 표면적으로 성실하게 살았던 가정이 결국에 원하는 삶의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사회에 대한 원망에 가깝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통상 짧은 시간에 다량의 사람을 죽이는 사건은, <사회에 대한 분노와 증오>입니다. 본인이 원인이든 아니든 그렇고, 강하게 압박할 만한 사건이 최근에 있었을 수도 있고 돈 문제일 수도 있으나, 여하튼, 순간적인 우발적 사건은 아닌 거 같습니다. 


특정 가치를 신봉하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만, 이럴 경우에도 결국 해당 가치의 위반에 따른 사회 분노의 표시로 봐야 되죠. 가치 숭배에 따른 대량 살인은 일종의 테러라고 봐야 되긴 합니다만, 단일 민족인 한국에서 어떤 다른 가치의 신봉에 따른 살인을 테러로 보는 데 익숙지 않은 면이 있긴 해서요. 유럽에서 이슬람 (특정 가치)을 신봉하다 대량 살인이 벌어지면 바로 테러라고 하듯이, 한국에서도 특정 가치를 신봉하다 결국 대량 살인에 이른다면 테러라고 봐야 된다고 봅니다. 


참고로 1991년에 차량으로 사람을 다량으로 쳐서 죽이고 다치게 한 이 범죄자는 사형됐고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집행된 사형수라고 하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 사건도 사형에 준하는 범죄라고 보고 있습니다. 1991년 범죄자는 인질극까지 벌이다가 시민에 의해 잡혔을 때 자신의 비루한 처지를 고백하고 바로 자백을 했습니다만, 이 사건 가해자는 <급발진> 등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시간을 끌다가 이 사건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하고 있어, 저로서는 죄질이 범죄 중에서 가장 나쁜 축에 속한다고 봅니다. 직장에서 동료들과 밥 먹고 퇴근하는 일상을 완전히 파괴한 극악한 범죄죠. 너무 끔찍하고 안타까운 사건인데 자료 조사 좀 하느라고 이제야 의견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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