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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이진 Jul 08. 2024

모성은 절대적이고 부성은 조건적이죠

사라지지 않는 부성 불확실성으로 인한 모성애와 부성애의 차이


https://youtu.be/mxZGSfCHDDw? si=nbK4 t6 K22 VcgTVBX


의외로 엄마가 출산하면서 너무 고통을 받아서 다시는 아이를 낳고 싶지도 않았고 너무 끔찍했다고 자식에게 토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교수님 주변도 물어보면 출산 당시 위험했던 경험과 그로 인해 자식들에게 온갖 부담을 줬던 엄마들이 없지는 않을 겁니다. 제가 아는 한 여성도 자신의 엄마가 출산 당시 가위가 장기에 들어간 채 수술이 마무리된 적이 있었고, 또 다른 애도 엄마가 출산 후 척추가 나가서(?) 모르핀으로 연명했던 경우가 있었으며, (굳이) 집에서 낳다가 진짜로 죽다 살아나서 거기다 딸을 낳았다는 이유로 타박하던 엄마도 있고, 그렇습니다. 유튜버 중에 임신 과정을 올리는 경우도 있는데 임신중독증이나 임신성 당뇨가 걸려 그 내용을 올리기도 하고요. 


기독교도 그렇고 불교도 그렇고 과거를 지배했던 생각보다 많은 종교들이 신체적 고통을 수양의 하나로 보는 경향으로 인하여 고통을 얻으면 그만큼 성장한다는 입증 불가능한 믿음이 있었던 게 사실이고, 어떻게 보면, 현대 의학이나 과학이 들어오면서 인간에게 그와 같은 고통이 필요한가 하는 접근이 시작됐고, 따라서 의학에서 가장 추구하는 치료가 <통증 완화>가 됐다고 봐야 되는 거죠. 


통상 환자들은 통증의 발발로서 병원을 찾아가게 되고, 병원은 이 통증 그러니까 고통의 원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게 지금의 시스템입니다. 따라서 출산의 고통이 모성애에 도움이 된다는 가설 자체가 현대 의학이 정복하고자 하는 고통의 해소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거죠. ^^ 암 환자들도 암 자체의 고통뿐만 아니라 암으로 인한 온갖 통증 때문에 죽고자 하는 것이며, 따라서 암 치료의 핵심도 통증의 완화를 통한 삶의 질 향상입니다. 


개인적으로 너무 끔찍한 고통을 굳이 경험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현대 의학에서 도움을 받아서 부담할 수 있을 정도의 고통을 겪는 게 낫다는 생각이며, 만약 겪기로 하고 겪었다면 그로 인해 자식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이 결정한 것에 대해서 때로 부모들이 본의 아니게 그 탓을 자식에게 하는 경향이 있는데, 부모가 결정할 당시에 자식은 없었으므로 자식 탓을 해봐야 결국 부모 본인 손해라고 생각합니다. 


덧붙여서, 모성애와 부성애는 유전자 차원에서는 크게 차이가 없지만 부성 불확실성으로 인하여 부성애의 발현에는 여러 사회적인 인자가 작용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재도 유전자 검사를 실시한 군에서 30% 내외로 아버지가 불일치하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하며, 이로 인해 근본적으로 모성애와 부성애가 다를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모성은 자신의 자식이 아닐 확률이 0% 이지만 부성은 자신의 자식이 아닐 확률이 현재에서 30% (물론 조사 군에서)라고 하면, 부성애는 조건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게 되는 거죠. 


이거를 <왜 남자들은 여자를 의심하냐> 이런 차원으로 끌고 가면 젠더 갈등이 되는 것이고, 단순하게 생물학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부성 불확실성을 일정 부분 인정하면 <모성애는 절대적이지만 부성애는 발현됨에 있어 조건적인 경향이 있다>를 이해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여성은 임신 중이나 수유 중, 그리고 아이가 어느 정도 성장할 때까지 다른 아이를 갖는 것이 생물학적으로 한계가 있지만 남성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이로 인한 집중도의 차이도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가령 10년 동안 오직 사법 패스 하나만을 위해 노력한 사람이라면 사법 시험에 통과하지 못했을 때 고통이 너무 크겠지만 (여성), 사법 고시 준비도 하면서 공무원 준비도 하고 그럴 수 있었다면 사법 고시에 패스를 못 했더라도 낭패감이 덜 한 것과 같은 이치죠(남성). 


여기서는 반대로 여성이 남성에게 왜 너는 사법 시험 외에 공무원 시험까지 준비하냐 원망이야 할 수 있어도 말릴 수는 없는 것처럼, 남성이 여러 여성에게 동시다발적으로 아이를 갖게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여성이 차단할 수가 없으니, 여성 입장에서는 자신이 낳은 아이가 남성의 아이이며 따라서 남성에게 출산과 양육에 대한 집중을 요구하는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고 봅니다. 


남성에게는 여성이 낳은 아이가 자신의 아이라는 확신이 필요하고, 여성에게는 이 아이는 당신의 아이가 맞으니 여기에 집중해 달라는 요구가 강해질 수 있어서, 모성애와 부성애가 작용하는 메커니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입장 차이로 인해서 결국 손해를 보는 것은 아이기 때문에 (남성이 여성을 의심하여 아이를 방치하여 여성도 아이를 방치하는 경우, 아이가 어리면 사망에 이르게 됨) 많은 사회에서 통상 결혼하거나 약정한 남녀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남성의 가계에 편입하도록 강제하는 가부장제가 만연해지지 않았나 추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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