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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이진 Jul 21. 2024

부성 불확실성으로 인한 가계 형성 메커니즘

남성의 자원이 끊기면 여성이 아이를 포기한 역사에서 발췌

지난 늦은 포스팅에서 아버지가 특정되지 않을 경우 여성이 양육에 대한 모든 부담을 갖게 되는 것으로 말미암아 영아 살해의 위험이 높아지고 따라서 혼인 중 혹은 공식적인 교제 중 출생한 아이에 대해서 남성 가계에 편입시키는 가부장제가 발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첩의 자식은 정식 혼인이 아님에도 부계에 편입) 즉 아버지가 가정을 돌보지 않으면 어머니도 아이를 돌보기가 힘들어 이는 결국 아이 살해 혹은 사망으로 이어지므로 아이 생존을 위해 아버지를 특정하는 시스템이 발달했을 것이라고 본 거죠. 


이에 대한 증거는 사실 적지 않은 편이지만 (예를 들어 한국에서 영아 살해 판례를 살펴보면 70% 가까이 남성을 특정 짓지 못했고, 여성들이 아이 양육에 있어 경제적 부담과 사회적 시선에 대한 부담을 져야 하므로 인해, 포기 또는 살해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최근 5년간 발생한 영아살해 및 유기사건의 판결문 58건을 분석한 MBC 탐사기획팀('스트레이트', 7월 16일 방영)에 따르면, '경제적인 이유(39%)'와 '출산사실이 주위와 가족에 알려질까 봐(29%)'가 가장 큰 범행 이유인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여건이거나 가족에게조차도 알릴 수 없는 '원치 않는' 임신과 출산을 하였을 때 영아살해와 유기가 발생한다는 이야기다. 특히 결혼관계 내의 임신이 아닌 경우에는 사회적 낙인과 부정적 시선으로 인해 출산을 결정하기 어렵고 영아 유기 및 살해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때문에 영아 살해 및 유기로 내모는 사회경제적 여건을 고려해야만 그것을 예방할 수 있다.>


즉 부성 불확실성은 (아버지를 특정하지 못하는 것) 문화적으로나 시스템적으로 영향을 많이 미쳐왔으며,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남성이 아이를 책임지려 하거나 책임지지 않는 것에 대한 부담이 사회적으로 약해진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스 신화 속 메데이아는 남편이 다른 여성과 결혼하려 하자 자녀를 모두 죽임으로써 복수하게 되며, 이렇게 남성의 자원이 끊김으로 인한 여성의 자녀 살해는 오랜 역사를 가진 것이기도 한 거죠. 


현재는 부성 불확실성 (아버지를 특정하여 가정을 갖는 경향을 포함하여)에서 자유롭게, 여성 혼자 출산하고 양육할 수 있도록 각종 사회적 제도와 지원 방법이 발달해가고 있어서 점차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즉 아버지의 역할을 사회가 일정 부분 담당해 주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긴 하나, 출산율이나 이런 게 어느 사회나 반등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아이 양육에 있어 결혼이라는 제도까지야 부수적이더라도 아버지를 특정하려는 습성은 아직 강하게 남아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따라서 일부 여성들은 상당히 성공한 경제적 지위를 갖고 있음에도 (혼자서 아이를 양육할 정도의 경제력) 아버지를 특정하기 힘든 경우에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이 있다고 봅니다. 이러니 모성애와 부성애가 다르게 메커니즘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게 되는 거죠. 


물론 모성애와 부성애가 다르게 작용하는 메커니즘에는 다양한 원인이 존재할 것이나 일차적으로 아이 생존 관점에서 살펴본 것이니, 이 점은 오해 없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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