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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이진 Aug 01. 2024

너무 알고 싶을수록 내려놓는 게 대화에는 좋던데요

가까운 사이일수록 비밀이 많아지는 이상한 현상

https://youtu.be/wmYyIQSjLS0? si=xfeuABkdETN-fWIt


예전에 친구의 남자 친구와 전화로 꽤 오래 대화를 할 일이 있었습니다. 실제로는 한 번밖에 안 만나봤지만 저도 같은 동창이라 누군지 인지는 하고 있었고, 그 남자 친구는 대학을 운동(그것도 조금 특이한?)으로 가서 일단 체형이 상당히  좋았고 스타일도 괜찮았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저도 디자인이 전공이라, 처음 만났을 때 서로 스타일에 대해 가감 없이 대화를 했고 (일어나 봐라, 신발이 어울리나 등등), 일단 동창이었던 터라 더 부담이 없었던 거 같습니다. 


그러다 제 친구와 이 남자 친구가 다투게 됐는데, 친구가 너무 힘들어하고 속 상해하니까 제가 전화로 분위기 좀 봐주겠다고 했고 (남 사이 껴드는(?) 이런 행동은 완전 절대 하지 않지만, 친구가 제 초등시절부터 친구인 데다가 저도 또 동창이고 하니까 어쩔 수 없이) 전화를 했는데 상당히 길게 대화가 된 거죠. 당시 이 남자 친구는 신체구조나 스타일이 다 좋았지만 피부에 여드름 흉터가 심했고 제 친구도 이 부분을 자주(?) 언급했기에, 제가 그냥 솔직하게 피부에 대해서 물었더니, 이미 레이저 치료랑 다 받고 있다 하더라고요. 


그걸로 꽤 오래 대화를 해보니까 여러 가지로 고민도 많고 그래서, 그 여드름 문제는 일종의 대화의 발단이 된 거죠, 남자 친구 입장에서 제 친구에게 섭섭할 수 있는 부분들도 조금 알게 됐고 (저는 당연 제 친구 편이라 남자 친구가 이상한 줄 알았다가) 그걸 제 친구에게 전달하니까 난리가 났었습니다. 자기는 남자 친구가 여드름으로 그렇게 고민하고 레이저 치료도 받았는지 몰랐다는 거죠. 그때 든 생각이 오히려 사귀는 사이에서 뭔가 대화가 겉돌지 않나,  서로 신경 쓰이고 그런 부분을 막상 솔직하게 못 건드린다는 그런 거였습니다.


사귀면서 남자 친구 연봉이나 직업 같은 걸 물어보면 속물인 줄 알면서도 물어보듯이, 자기가 궁금한 것에 대해서도 불편을 무릅쓰고 물어봐야 되는 시기는 있는 거 같고, 다만 이 주제로 인해 서로 멀어진다면, 일방이 너무 솔직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는 반면, 물어보는 자신도 그 궁금함에 답변해야 하는 상대방의 감정을 고려 못 한 부분을 인정해야 된다고 봅니다.


따라서 오히려 남자친구일수록, 궁금한 문제일수록, 마치 남사친이나 아는 오빠 상대하듯 부담 없고 허심탄회하게 물어보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남자 친구이면 너무 큰 일이지만 남사친이면 들어주고 공감해 줄 수 있으니까, 일단 거기에서 시작하는 게 어떨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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