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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이진 Aug 14. 2024

실패에 대한 비난을 듣지 않기 위해 살인하기도 합니다.

성공 외에 다른 일로 평가받은 적이 없는 사람의 실패 이후

https://youtu.be/XPcFzs-S9Tk? si=3 Kh5 s0 MZpgsNlsN5


예전에 미국인가 캐나다에서도 이민 가족이 있었는데 딸이 공부도 잘해서 기대가 컸었고 이 딸이 의대인가 약대를 결국 진학하게 되면서 행복한 이민 가정의 표본으로 살다가 강도가 들이닥쳐 부모가 죽는 일이 발생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어머니는 총을 여러 번 맞아서 즉사했고 아버지가 가까스로 살아났던가 그랬는데, 알고 보니 이 강도들의 배후에 딸이 있었던 거죠. 


딸은 이민하고 공부를 계속 잘한 편이었지만 연애를 하면서 성적이 떨어져 (아마도 그럴 겁니다) 부모가 원하는 의대나 약대를 갈 수 없었고 그럼에도 딸은 부모에게 거짓말로서 의대인가 약대를 다니는 것처럼 위장했고, 실제로는 마약이나 여러 문제 행동을 하다가 결국 어머니에게 들통이 날 지경에 이르게 됐는데, 그즈음에 강도가 들이닥쳐 부모를 살해한 거였습니다. 딸은 당시 부모와 함께 집에 있었고 부모들은 죽거나 끔찍하게 상처를 입은 반면에 딸은 손만 묶였다가 풀려나자 경찰이 이를 수상하게 여기고 수사 끝에 밝혀냈는데요. 


이런 방식으로 부모나 주변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거짓된 삶을 살다가 거짓이 들통날 시점에 이르면 가족이나 주변 사람을 죽이는 사건은 아주 드문 사건은 아닙니다. 이 명문대생도 퇴사에 이어 아파트를 담보로 한 대출금마저 주식에 투자하여 모두 잃은 것과 그 밖에 여러 문제들이 가족에게 밝혀질 시점이 다가오고 있었고 (뭔가 더 큰 잘못들이 밝혀질 시점에 가족을 죽이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은 게, 예를 들어 미국에서 바람피운 게 들통날까 봐 부인과 세 자녀를 죽인 사건도 있거든요), 통상이라면 가족에게 이러한 어려움을 토로하고 같이 극복하자고 해야 하나, 이들의 사고방식은 가족이야말로 자신을 가장 비참하게 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죽이는 지경에 이르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성공을 위한 주변의 희생이 그다지 불편하지 않으며 또 성공으로서만 인정을 받아왔기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 인정받고 교류하는 것에 대한 경험이 없거나 무가치하다고 생각하는 경향) 실패를 토로하는 순간에 마주해야 할 극심한 비난에 극렬한 수치심을 느끼므로 차라리 실패를 토로하는 순간보다 살인이 더 쉬운 선택이 되는 겁니다. 


성공한 삶을 살다가 인생의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자살을 하는 경우와 달리 이런 사람들은 자신이 일정 부분 가족을 위해 <억지로> 이런 삶을 살았다는 원망을 가진 경우가 많고, 다른 사람이 실수하거나 잘못하는 것에 대해서도 관대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혐오하기 때문에, 남이 자신을 그런 낙오자로 본다는 자체에서 극심한 자격지심을 느끼게 되므로, 낙오자로서 비난받기보다는 자신을 비난할 것이 명백한 가족을 살해하게 되는 거죠. 


이민 가정에서의 딸도 입시에 실패했다고 인정하고 부모에게 좀 혼이 나더라도 다시 공부하는 방법을 택하지 않은 채 계속 대학에 들어간 것처럼 거짓말을 하다가 결국 진실이 터질 때쯤 부모를 살해하도록 청부했으니까요. 명문대생은 자신이 남자니까 가족을 스스로 죽일 수 있었던 거고 그 여학생은 스스로는 못하니까 남자친구 등을 동원해 청부살인 한 거고 그렇죠. 


누구나 실패를 인정하는 건 대단히 고통스러운 일인데 주변이나 가족의 기대가 큰 경우, 자신의 실패에 대한 인정을 가족의 기대로 인한 것이라며 착각에 의해 가족을 죽이는 일이 있는 거 같습니다. 내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하기보다는 비난할 존재를 죽여버림으로써 아예 그 감정 자체를 삭제하면서까지 스스로의 자존심을 지키려고 하는 비열한 행위인 거죠. 그래서 실패도 연습을 시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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