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패망하는 경험을 한 이후

by 이이진

간혹 보면 일본인들 중에 대단한 실패를 경험하고도 초연한 분들이 있습니다. 심지어 성공이나 명성 자체에도 집착하지 않는 듯한, 뭔가 달관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거죠.


이렇게 말하면 좀 잔인하겠지만, 일본이 1945년 패망을 경험했으니, 이러한 경향을 보이는 어르신들은 어린 시절 소위 말하는 국가가 망하는 경험을 한 것이죠. 우리나라도 IMF가 터지기는 했으나 일본이 경험한 패망과는 차원이 다르지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도 IMF 때 자살하는 사람이 속출하고 난리도 아니었죠.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했던 은행들이 지금은 모두 통폐합된 것도 IMF 때이고, 그 은행들을 포함해서 금융 시스템이 뭐랄까, 다시 통폐합(?)을 앞둘 수밖에 없는 시점이 오는 것도 참 재밌는 시대 흐름 같습니다.


여하튼 금융 하나만 망해도 그 지경인데, 국가가 패망하는 것을 상상하면 그 고통이 대단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마도 그러한 경험에 의하여 수십억을 잃었을 때도 비교적 담담히 겪어내신 게 아닐까 싶고,


게다가 국가의 개념도 현대와는 달라서 존재를 규정하는 부분 이상의 역할을 했을 것이고, 전쟁을 일으킨 당시의 애국심이라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 정도인데, 그게 붕괴되는 경험은 대단히 많은 영향을 일본인들에게 주었을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전쟁을 일으켜서이든 아니든, 그 경험을 모쪼록 후대에게 알려서 다시 그렇게 국가나 어떤 질서가 터무니없이 붕괴되지 않도록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지금도 전쟁에 목을 매는 많은 나라들을 보면 참 답답하고요, 그래서. ^^ 그러나 대안은 역시 쉽게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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