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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불현듯 모든 사람이 한 사람을 싫어하게 될까

왕따의 신기한 메커니즘

by 이이진

https://youtu.be/MuamiL3 nL3 c? si=BOK3 x-AnyPDSL5 Ik


이미 다른 댓글에 이렇게 누군가를 왕따로 몰아가는 현상에 대해서는 저도 비판적인 입장이라고 밝힌 바가 있기 때문에, 당연히 이런 현상에 찬성하지 않습니다. <학폭과 왕따>가 악이라면 어떤 이유에서라도 누군가를 향해 집단적인 린치를 하면 안 되는 거니까요. 즉 곽튜브가 범죄를 저질렀다면 법정에서 처벌받으면 될 일이지 말씀하신 것처럼 여론 몰이로 집단 린치를 하는 건 사회에서의 학폭과 다름이 없으므로 안 되는 겁니다.


다만 왕따를 당해도 보고, 왕따에서 벗어나기 위해 폭력도 해봤던 사람으로서, 왕따를 당하는 시점에서 어떤 특정 분위기가 공통적으로 형성되는 건 있긴 합니다. 즉 암묵적으로 그 아이 혹은 그 사람에 대해 불편한 감정이 흐르다가 순간적으로 폭발하듯이 터져 나오는 거죠.


저도 왕따 당하기 전 아이들이 <잘난 척한다>고 뭐라 하긴 했었지만, 딱히 신경 쓰지 않았었고 (실제 제가 잘난 척을 했을 수도 있고, 반대로 저한테 질투(?)할 게 있어서 거짓 비난일 수도 있겠으나), 결국 이게 어떤 계기로 해서 왕따로 이어지는 결과가 나오는 거죠. 저는 당시 애들과 친분을 거의 쌓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 시간 낭비라고 봐서 (이게 어떤 면에서 거만해 보인 거죠, 지금도 그런 면은 있는데 ^^;;;;;; 안 고쳐져요, ^^;;;;;; 대신 혼자 씩씩하게 견디는 법을 배웠달까요, 별 괴상한 비난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의 비난에 둔감해졌고, 터진 거죠.


반대로 제가 학폭을 해야 할 때도 보면 (왜 해야 하냐면 안 하면 애들이 절 싫어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 애들이 공통적으로 신기하게 한 아이를 지목하며 고자질을 합니다. 아주 친한 친구가 그렇게 말할 때도 있지만, 아이들이 다 같이 그 애를 싫어하는 겁니다. 지금 보면 예뻐서 싫어했던 것도 같고 (질투인 거죠), 뭔가 공주병이 있어서 싫어했던 것도 같고 (행동이 자기중심적인 거죠), 뭔가 여하튼 뭔가 같이 집단적으로 그 아이가 싫어지는 지점이 발생하면서, 여러 명이 동시다발적으로 무시하기 시작하고 일종의 일진 중 하나인 저한테 통보가 오고, 그렇게 되더군요.


때문에 학폭은 한두 명이 주도적으로 행하기는 하지만, 통상적으로 반 전체 혹은 학교 전체가 해당 학생을 무시합니다. 따라서 학폭 가해자는 딱히 죄의식이 없죠, 다들 하고 싶은 걸 대신 좀 해주는 것뿐이니까요. 피해자가 뻔히 당하는 걸 보고도 아무도 말리지 않습니다.


가해자 한두 명 보다 그게 더 무섭거든요, 어떤 면에서는. 못 참고 누군가에게 속 마음을 털어놨다가 그게 다음 날 전체에 소문으로 퍼지면서 <네가 내 욕 또 했다매?> 따지고 들고,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사실은 중요하지 않으면서, 결국 아무도 믿을 수 없게 되는 그 공포. 학교에 가지 말고 그냥 죽을까, 이런 어떤 극심한 두려움. 지금도 등골이 서늘합니다. ^^;;;


곽튜브로 와서, 제가 예전에 곽튜브 영상에 비판적인 댓글을 달았을 때는 사람들이 나타나서 오히려 제 댓글에 비아냥과 조롱을 했었고, 즉 여론이 <곽튜브는 까지 마라> 이런 식이었다면, 지금은 반대로 제가 그만하라고 할 정도로 비난 수위가 거세졌죠. 저도 초반에는 곽튜브를 그냥 그렇게 봤지만, 어느 순간 불편한 감이 들었고, 따라서 안 보게 됐는데, 아마 제가 이 지점에서 막연하게 느꼈던 어떤 그런 불편감이 이 시점에서 폭발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랑은 결이 다를 수도 있겠습니다만.


왕따 현상을 두둔할 생각은 전혀 전혀 없지만, 곽튜브도 뭐랄까, 왜 이런 현상이 생겼을까, 소송보다는 생각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는 생각합니다. 계속 연예인으로 생활하자면 이런 대중의 변덕스러운 움직임 (어제는 최고였다가 오늘은 쓰레기가 되는)을 어느 정도는 읽거나, 그게 안 되면 자기만의 대응 방법이 있어야 되거든요. 소송은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해야지, 기관도 아니고 일반 대중을 향해 소송을 남발해서 연예계에 남는 사람은 본 적이 없습니다. 아무리 소속사가 진행한다고 해도, 일단 본인이 피로해서 힘듭니다.


인기가 많아도 약물 중독이나 성형 중독 등 각종 중독에 빠진 연예인들을 보면 항상 온갖 이상한 루머와 비난이 따라붙어 다니고, 비난은 사람을 미치게 하긴 하거든요.


보통은 기존 이미지에서 지나치게 벗어나는 행동을 할 때 비난 수위가 거세지는데, (예를 들어 청순한 배우가 사생활 논란이 나거나 가정적인 배우가 바람이 난다거나 하는 경우에, 포장된 이미지가 부서지면서 비난이 바닥으로 향해 가는 거죠) 곽튜브가 왕따 피해자로 나름대로 왕따 피해자를 위한 기부(?) 활동도 하고 그랬는데, 아마도 이번 비난받는 영상에서 뭔가 그런 행동이 불편하게 보일 소지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고, 그걸 곽튜브가 깨달아야 아마 앞으로의 연예인 생활도 즐거울 거고, 대중들도 또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대중의 우렁찬 변덕이랄지 비난이랄지를 경험하고 연예계를 떠난 분들도 제법 있으므로,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거, 그걸 좀 알면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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