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수녀가 되기를 바랐던 어느 어머니

by 이이진

꽤 오래전의 일인데, 평화방송에서 신부님이 전화로 가정 상담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가정 내 다양한 문제들을 종교적 관점에서 접근하여 주는 거죠. 그때 한 여성이 전화를 하여 상담을 하는데, 그 내용이 종교가 없던 저에게 대단한 충격으로 남은 적이 있습니다.


해당 여성의 딸은 수녀가 되기 위해 수녀원에 갔고 당시가 수련기간 비슷한 그런 거였는데, 잠시 집에 온 사이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 수녀를 그만두겠다고 했다는 겁니다. 그 여성은 사랑하는 사람을 찾은 자신의 딸을 원망하며 어떻게 다시 수녀원으로 보낼지 상담을 하였는데요.


종교를 가진 자로서 신을 향한 길을 선택하는 것이 최고의 영광이라고 스스로를 구속하는 것까지는 그렇다 손 치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 딸의 인생까지 자신의 손으로 기어코 구속하고야 말겠다는 해당 여성의 접근에 과연 종교가 무엇이고 그렇다면 신은 왜 인간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주었는가, 꽤 많은 생각을 했었습니다.


아마도 해당 여성은 결혼과 자녀로서도 달성되지 않는 삶의 허무함을 신으로 해소하였기에, 자신의 딸이 같은 길을 가지 않았으면 했겠지만, 당시 어렸던 제 눈에는 해당 여성의 모성이랄 것도 없는 모성이 끔찍하고 잔인해 보일 뿐이었죠. 딸이 딱히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니고, 신에서 인간으로 사랑의 대상을 현실화한 것뿐이니까요.


부모가 자녀에게 쉽고 고통스럽지 않은 행복한 길을 알려주고자 하는 마음을 십분 이해는 하면서도, 그게 자녀로 하여금 다양한 경험과 실패 그리고 성공 자체를 할 수 없는 규격화된 지시로 이어지는 것에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스토커들도 왜 스토킹 했냐고 물어보면 사랑해서라고 하지만, 누구도 그걸 사랑이라고 하지 않는 것은 받는 사람이 괴롭다고 하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종교가 이렇게 방향을 제한하는 것 때문에 확신이 아직 없고요.


신이 자녀에게 깃들어 자녀가 신의 세계로 가는 것이 최고의 영광이라고 생각하는 분이 계시다면 신의 계시를 썼던 모든 선지자의 삶을 보시면 좋겠군요, 다들 남다른 족적 그러니까 남이 가지 않는 덩굴에서 길을 찾아냈지 기존과 같은 길은 간 경우는 없습니다.


그리고 이 질문에 신부님이 뭐라고 답변을 했는지는 안타깝지만 기억이 안 나는군요. 해당 여성의 질문만으로 충격이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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