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예술위원회인지 비슷한 기관에서 기후 변화와 관련해 왜 예술 작품 활동을 하지 않는지 황당한 설문조사를 하길래 다음과 같은 취지의 답변을 달았습니다. 기후 변화를 주제로 각종 지원서를 낸다고 해서 반드시 뽑아주는 것도 아니면서, 왜 그걸로 작업을 안 하냐 질문이 들어오니 좀 난감하더군요.
예술이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이야 지향할 수도 있고 지원을 강화할 수도 있다 하더라도, (제 비영리 활동이 예술의 공적 기능 함양이라 하더라도) 국가와 같은 권력 기관이 예술에 특정 방향을 유도하는 것은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터라, 제 특유의 삐딱한 성향이 반영이 되는 답변이 나와버렸습니다. 예술은 특정 경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도 있지만 다른 시선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라고 보기 때문에 강압적인 방식의 접근은 불편하달까요?
기후 변화와 관련해서 특이한 점은, 일반적으로 사회 문제가 있고 정치적 입장에 따라 그 해결책이 다른데 반하여, 기후 변화는 정치적 입장에 따라 기후 변화가 <있다> 혹은 <없다>로 나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묻지 마 살인은 있고, 정치적 입장에 따라 처벌을 강화하자거나 반대로 교육을 강화하자는 등의 입장 차가 발생한다면, 기후 변화는 정치적 입장에 따라 기후 변화는 <거짓이다> 혹은 <사실이다>로 나뉘고 있다는 거죠.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입장에 따라 해결책이 나뉘는 과정에서도 엄청난 갈등이 발생하는데, 아예 그 문제 자체가 있고 없고로 나뉘는 현시점에서는, 그 문제가 인류의 보편타당한 문제라는 인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고, 이에 대해서 예술적으로 접근하는 것에는 관심이 있지만, 기후 변화 자체를 예술적으로 다루어야겠다는 의식은 아직 없습니다. 예술가가 사실을 입증하는 역할은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과거에 산성비가 내린다면서 세계가 난리 난 적도 있었고, 프레온 가스가 지구를 망친다고 해서 스프레이 등을 느닷없이 사용하지 못하게 한 적도 있으며, 코로나만 하더라도 전 세계인이 마스크도 쓰고 예방 접종도 했지만 사멸시키지 못했습니다. 인류가 어떤 문제를 예상하고 이를 막기 위해 동반 행동을 하는 것에는 찬성하지만, 이게 반드시 성공한다거나 모든 인류가 똑같은 반응을 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며, 기후 변화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기후 변화가 있다는 발견이 있기 훨씬 전부터 인간과 생활 반경이 중복되는 생물들은 멸종해 왔기 때문에 이를 기후 변화와만 연관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고, 기후 변화가 현 인류의 무분별한 탄소 배출로 인한 것이라는 점에 일견 동의는 하나, 그렇다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무작정 규제만 하는 것에는 찬성할 수 없기도 하고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예술이 반드시 모든 사회 문제를 언급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오히려 예술은 기존의 사회가 바라보지 못하는 사회의 측면을 발견하는 것에 더 의미를 두어야 한다고 봅니다.
한국은 UN이나 국제사회에서 기준을 정하면 이를 비판 없이 수용하는 경향이 너무 크고, 이에 대한 자체 연구를 거의 하지 않은 채 다른 나라의 연구 결과를 무작정 수용만 하기 때문에 (이게 싸게 먹히죠, 스스로 연구하면 그 비용이 너무 높으니 한국은 그냥 수용만 합니다), 한국에서 기후 변화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지, 그렇다면 그 결과로써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조차 알 길이 없고, 이에 대한 홍보 자체가 없습니다. 오히려 국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한국에서 일어나는 기후 변화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고 이를 통해 정립된 사실을 바탕으로 예술가들은 다양한 시각을 전달할 수 있다고도 보고요.
그렇게 설문에 응하기는 했는데, 해당 의견을 개진한다고 해도 누가 읽기는 하는 건지, 그렇다면 이런 의견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응용 가치는 있는지 등등도 일반 참여자 입장에서는 알 길이 없는 막연한 수동성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에, 조사 자체를 신뢰하지는 않으면서도, 저는 의견을 내는 방식으로서라도 참여할 수 있을 때는 열심히 참여는 하고 있습니다.
조사를 했으면 사용이 돼야 하고 사용이 됐으면 제공자에게 그 결과가 와닿아야 합니다. 아마도 그 결과가 확고하고 인류 보편타당한 사실로서 일반 대중에게 와닿았을 때 예술가의 할 일이 더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