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은 고갈되고 개인연금은 유지된다는 착오
이거는 조금 다른 방향에서 작성하는 글이 될 텐데요.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 (적자로 변화) 된다면서 국민연금을 더 이상 납입하지 말라는 일부 호도에 대해 그 대안이 개인연금(사보험)인 것이 맞냐는 의견을 드리고 싶습니다. 국민연금이나 개인연금이나 결국 가입자에게 받은 돈을 적절히 운용하여 이익을 내는 구조이고, 가입자수가 인구절벽으로 인해 극단적으로 감소하여 가입자 자체가 줄어드는 문제는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개인연금에도 그대로 반영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개인연금 (사보험)이 해외로 가입자를 늘리는 등의 방식으로, 인구절벽에 따른 가입자 문제를 해소하지 않는 이상, 국내에서 활동하면서 인구절벽을 맞이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해외에 본점을 둔 보험회사라 하더라도 가입자는 국내에 기점을 두기 때문에, 이로 인한 차이도 거의 없다고 봐야죠.
따라서 국민연금이 우려를 표명하여 국가 자체가 연금의 고갈을 예상하는데, 개인보험 (사기업) 이를 방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제가 보기에는 가능하지 않은 일 같습니다. 개인보험이 이 난국을 헤쳐나가는 방법 중의 하나는, 가입자수를 늘릴 수가 없으므로, 가입 금액 차제를 가능한 높이는 것이 될 텐데, 예를 들어 한 달에 30만 원을 넣던 가입자에게 60만 원으로 급상향을 하는 것뿐이죠. 비과세 혜택을 정부에서 늘려주긴 했으나, 가입금액의 급상향은 가입자에게 엄청난 부담이 될 겁니다.
국가가 이렇게 국민연금 납입 금액을 급상 향한다고 하면 국민들이 거품 물고 시위하고 난리가 나는데, 개인보험이 가입 금액을 급상 향하는 것에는 반응들이 시큰둥한 것은, 국민연금은 세금으로 인식하고 개인연금은 일종의 투자라고 보는 관점에 의한 것일 텐데, 이렇게 보면 사유화나 민영화가 꼭 나쁜 것은 아니라는 의식 구조가 형성된 게 보이네요. 국가가 연금을 운영하는 것보다 기업이 연금을 운영하는 게 더 투명하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국가가 연금을 지급하지 못해 국민 전반이 파산에 이른다고 한다면, 과연 개인연금이 정상적으로 운용될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개인연금도 정보를 잘 찾아보시면, 일정 금액 이상을 매달 받을 경우, 80세나 90세에 모두 지급이 완료됩니다. 항구적으로 완전한 기금이라는 것은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뿐만 아니라 어디에도 없어요. 결국 현금 싸들고 집에 고이 모셔두다가 때 되면 써야 됩니다. 물론 아무 이자도 없죠.
건강보험 문제도 보면, 차라리 가입 금액을 높여서 비급여 항목을 급여 항목으로 포함시키는 게 훨씬 이익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건강보험을 더 가입하려 하지 않고 굳이 높은 비용으로 개인이 사보험을 들어서 비급여를 충당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건강보험이 지급한 자신 외에 나머지 가난한 국민들을 케어하는 데도 사용된다는 점 때문에, 본인이 지급한 금액이 다른 곳에 소요되지 않게 하려는 생각 외에, 다른 근거는 없어 보이고요.
유시민 작가 등은 이전부터 연금 개혁에 대해 의견을 내왔었고 이번 윤석열 정부에서 이 의견을 더 높여 말씀하시는 것은 이해가 가나, 민주당에서는 심지어 앞으로 대량 미고용 사태가 벌어질 거라면서, 모든 국민에게 매달 25만 원부터 당장 지급을 하자는 기본소득을 주창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몇십 년을 받아 적립한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도 줄줄이 손실을 본다고 경고를 하면서도, 막상 전 국민에게 25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하는 기본소득에 대해서는 아무런 비판이 없으니, 지나치게 정치적인 입장은 개인적으로 유감입니다.
가입자조차 없이 지급하는 기본소득의 미래가 긍정적이라면 국민연금이 그보다 더 긍정적이어야 맞죠. 국민연금은 곧 죽게 생기고, 기본소득은 창창하다는 건, 그럴 거면 기본소득으로 국민연금 지급하면 됩니다. 정치적인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신다고 했지만, 국민을 이끄는 입장이시니 위험한 정치성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통상 보면, 금융 기관은 갑작스럽게 느닷없이 파산하여 버리고 (따라서 가입자들은 아무 돈도 못 받거나 최저 보장 금액만 받고) 국가가 부랴부랴 돈을 지급해 살려냅니다. 만약 지금과 같은 시스템이 그대로 적용이 된다면, 개인연금을 보장하는 각종 금융 회사들도 각종 보험금 지급 시기가 됐을 때, 어마어마한 구조조정을 해야 할 것이고, 그때 엄청난 정리가 일어날 텐데, 망한 회사에서 보험금을 받지 못하게 될 수 있는 겁니다. 이미 한국은 이걸 한 차례 겪었고, 유럽도 겪었습니다. 미국도 얼마 전 은행 하나 터무니없이 갑자기 파산했죠. 그거 국가 아니라서 개인이 보장 못 받습니다.
저도 한국이 여전히 투명해져야 할 필요를 느끼고 있고, 각종 비리와 부패가 있는 것으로 인지는 합니다만, 결국 앞서 말했듯이 현금 집에 고이 모셔두고 나이 들었을 때 나 홀로 야금야금 쓴다는 생각이 아니고서야, 국민연금을 무작정 받을 수 없는 세금인 것처럼 호도하면서 지급을 거부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길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네요. 차라리 모든 정보가 공개되어 열린 토론의 장으로 나가는 게 나아 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여러 변화들이 있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국민들도 자각을 하게 될 텐데, 그 지점에서 연금을 다시 논의할 때가 올 거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