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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path라도 socio와 psycho는 달라요

by 이이진

사이코패스라는 용어가 만들어진 계기는 통상 살인은 치정, 돈, 관계에서 발생하는데 이들에 근거하지 않은 이유로 사람을 죽이는 사람들이 나타나면서입니다. 예를 들어 한 여성이 살해됐다고 하면 통상 주변 남자관계를 조사하는데, 이 과정에서 해당 여성이 바람을 폈다고 하면 애인이나 바람피운 상대가 먼저 의심을 받게 되고 대부분은 그 둘 중 하나가 범인입니다. 예를 들어 노부부가 살해됐다고 하면 그 자녀를 살펴보는 것과 같은 거죠. 돈 많은 사람이 살해되면 주변 채무자를 살펴봅니다.


그런데 과거에도 있긴 했지만 70년대를 들어서면서 미국에서 인과를 살펴볼 수 없는 살인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했고 해당 피해자들 사이에 특징적인 물리적 특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흑인 남성 게이라거나, 백인 여성 성매매 종사자, 금발 (혹은 갈색 머리와 같은 물리적인 공통점)의 여자 아이와 같이 피해자 사이 공통점은 있지만, 오히려 가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살인이 발생하는 거죠. 따라서 이들이 어떤 경로(돈도 치정도 관계도 아닌 기존과는 다른 path)로 살인을 하는지 알 수 없다는 의미로 <psychopath 사이코패스>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한국에서는 유영철이 비슷한 경우인데, 유영철도 처음에는 노인들만을 살해 대상으로 삼다가 어려워지자 성매매에 종사하는 특정 여성들만 살해를 했습니다. 또 얼마 전 신림동 연쇄살인범도 도로에서 처음 만난 젊은 남성들의 목 부위 등 특정 공격 행동을 보인 것으로 보아 사이코패스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범죄자도 일면식 없는 여성의 뒤를 따라가 바로 머리를 공격하는데 이런 과감한 공격성은 사이코패스의 특징이고, 이들은 본인들이 목표로 삼는 대상이 나타났을 때 그 욕구를 억누르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정 물리적 상황 혹은 특정 신체적 요소에 과감한 공격성이 포텐 터지듯 터지는 거죠. 이들의 범죄는 조사하면 할수록 너무나 과감해서 (도무지 왜 그렇게 강한 파괴 욕구가 있는지 알 수 없는) 보는 사람들의 등골이 서늘하죠. ^^

이후 연구가 활발해져서 지금은 사이코패스가 감정이 없다는 등의 조사 결과가 보도되고 있긴 하지만, 통상적으로 사이코패스는 특정 신체적 혹은 본인이 관심을 갖는 어떤 상황에서의 통제력 상실 (반대로 본인은 타인의 신체를 완전히 장악하려는 강한 통제욕)이라는 특성을 갖습니다. 누군가 나를 자꾸 갈궈서(?) 그 사람을 죽이고 싶다고 생각하는 거야 당연한 사고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살인까지는 이어지기가 쉽지 않은데) 사이코패스는 그런 경우에도 살인을 생각하고 덧붙여서 본인들이 무의식적으로 혹은 의식적으로 갈구했던 어떤 상황이나 인간상에 대해 살인욕 (지배욕)을 갖는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물론 사이코패스라고 해서 이 통제 욕구에 충실한 삶을 살기는 쉽지 않습니다만, 사이코패스들은 사회적인 명성이나 이런 것들에 크게 관심을 두기 않기 때문에 비정규직이나 육체노동을 해도 개의치 않고 본인을 드러내는 직업 군에 있지 않다 보니 사회적으로 그 욕구가 드러났을 때는 유영철처럼 사회를 뒤집어 놓는다 이렇게 보시면 될 거 같습니다. 관계나 치정에 의한 살인이라고 해도 너무 범죄가 잔인할 때는 사이코패스를 의심하기도 하지만, 그 감정이 너무나 골이 깊어서 그런 경우도 있기 때문에 반의 반인 거 같고요. 즉 사이코패스는 통상적이지 않은 이유로 특정 사람을 지나치게 과감하게 훼손한다, 이런 특징이 전반적으로 보입니다.


소시오패스는 기본적으로 타인의 감정이나 사고에 기생하여 본인의 지배 욕구를 달성하기 때문에 그 사람은 지나치게 멀쩡한데 주변 사람이 피폐한 경우를 보면 됩니다. 자기 친구를 성매매를 시켜서 본인은 남편과 여유롭게 사는 여성이 나왔는데, 대표적으로 이런 사람들이죠. 계곡살인인가, 은혜라는 그 여성도 본인은 해외여행 다니고 누가 봐도 즐겁게 살면서 남편은 돈이 없어 말라죽어갔고, 이런 게 소시오패스라고 보면 됩니다. 타인이 정신적으로 무너지면서까지 본인의 욕구를 채워주는 것에서 깊은 만족을 느끼기 때문에 타인이 본인에게 넘어올 때까지 얼르고 달래고 공격합니다.


물론 건강한 사람이라면 나한테 이렇게까지 할까, 의문을 갖게 되는데 (소시오패스들은 처음에 매력적이거나 자주 연락하거나 친근하게 굽니다) 외롭거나 고립돼 있거나 뭔가 판단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는 곤란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은 이러한 접근에 속수무책으로 넘어가며 넘어간 뒤에는 이 사람의 지시대로 하지 않을 시 상당한 불안함을 느끼기 때문에 벗어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이코패스는 뭔가 본인만의 이유로서 (생물학적 매력이나 어떤 특정 상황) 살인에 이르는 물리적인 지배욕까지도 갖는다는 것이고, 소시오패스는 만약 살인을 해야 할 거 같으면 본인을 좋아하고 신뢰하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이 내가 싫어하는 사람을 죽이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요즘에야 사건의 이면을 파고 또 파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소시오패스는 통상 사건의 뒤에 있기 때문에 쉽게 발각되지 않거나 발각이 되더라도 별 범죄가 아닌 것으로 오인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심지어 본인이 살인범 옆에 있는 피해자 시늉도 하더군요.


예전 다른 글에 댓글로 달았는데, 물욕이 심해서 성매매를 하는 여성이 있다면 본인이 성매매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물욕이 되는 것이고, 본인이 성매매를 하면서 타인을 계속 성매매로 유도하는 자체에 흥미를 갖는다면 이는 소시오패스가 되는데, 물욕이 강한 여성이 소시오패스를 만난다면 바로 성매매를 하게 되는 것과 같다 이렇게 보면 될 겁니다. 즉 일반적인 여성이라면 누가 자꾸 뭔가를 주면서 성매매하는 곳에 오라고 해도 안 가겠지만 물욕이 강한 여성이라면 그 유혹에 쉽게 넘어가겠죠.


소시오패스는 본인도 모르게 이런 걸 잘하고 (약점 혹은 needs 파악) 넘어온 사람들이 피폐해질 때 즐겁습니다. 뭐 물론 본인은 즐겁다는 인지를 못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항상 주변에 뭔가 문제가 있고 잘못된 사람들이 있으며 그들이 최악의 선택을 하도록 놔두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거의 소시오패스입니다. 은혜라고 계곡 살인 그 사건도 남편이 돈도 없고 수영도 못 하는데 부인이 계곡으로 놀러 가자고 하니까 남편이 그런 결정을 하도록 유도했죠, 이런 사람들입니다.


갓갓이라고 그 사람도 일부 노출욕(?)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해서 정신을 거의 파괴했는데 실제 얻은 금전적 이익이 거의 없습니다. 성매매나 성적 행위 매매는 돈 때문에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경제적 이익이 거의 없는 해당 행위를 했다는 것은 본인이 지배하는 대상들이 파괴되는 것, 본인의 의지를 상실하는 것을 즐겼다고 봐야죠.


이들을 과연 한 문장으로 밝혀낼 수 있을까 하는 문제에서 보면, 저는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유영철 관련 자료들을 싹 다 본 적이 있는데 (물론 공개된 자료이니 한계는 있을 것이나) 생각보다 존재론적인 고민을 많이 하더군요. 그렇게 사유를 하면서 살인을 하는 것은 사이코패스라고 보기 어렵다고 봤지만 유영철은 사이코패스에 가깝기 때문에 (특별한 이유 없는 살인 자체에 대한 집착) 이런 걸로 봤을 때 쉽지 않다 생각합니다. 소시오패스는 사람들의 감정을 움직이기 위해 필요한 요소 (외면, 경제력 (물주를 구하던, 부모 재산을 악용하던, 사기를 치던 상관없이), 말발)을 갖추고 있어서 더군다나 초면에는 발견하기 어렵습니다만, 뭔가 나쁜 일을 같이 하자고 하면 그때는 의심을 해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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