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여성에게 처분이 강하다는 게 사실일까

by 이이진

살인 사건에 있어서 여성이 가해자인 경우는 드뭅니다. 비율로 보면 남성은 80%, 여성은 20%에 이를 정도니까요. 그리고 어떤 사건에서의 남성들은 다소 별 거 아닌 이유로도 살인을 저지르나 (몇만 원을 훔치기 위해 살인을 한다거나, 지나가다 노려봤다는 이유로 살인을 하는 식으로), 반면 여성들은 지속적인 가정 (성) 폭력에 의한 살인, 질투심 혹은 시기심에 의한 살인, 사주를 통한 살인, 범죄 조직의 강압에 의한 살인, 돈을 위한 살인, 특정 종교와 관련된 살인, 자녀를 이용한 살인, 정신병을 주장하는 살인을 하는 등 양상이 비교적 다양한 편입니다.


형을 결정할 때는 통상 과거 범죄 전력을 보는데, 살인에 이르는 남성들은 청소년 시기부터 각종 문제를 일으키는 등 사회적으로 부적응자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미 각종 전과가 줄줄 달려있어서 당연히 형량이 높아지며 (언론을 도배한 많은 남성 살인범들은 초범일지라도 사형이 예외 없이 구형됐습니다), 반면 여성들은 해당 사건이 발생하기까지 사회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에, 재범일 확률이 거의 없어, 범죄 기록이 없기 때문에, 살인 범죄 자체가 잔혹하지 않고서야 양형에 있어 남성보다 높게 나올 확률이 실제로는 높지 않습니다.


아이 셋을 목 졸라 죽여도 20년이 나오거나, 아이를 던져 죽여도 2년이 나오거나, 성폭행한 의붓아버지를 청부 살인해도 3년 형에 집행유예를 받는 등 여성 범죄 중 끔찍한 것들이 사형을 구형받는 경우는 현재 눈에 띄는 건 정유정 정도입니다. 그 유명한 엄여인이라는 여성은 가족 구성원들의 안구를 직접 바늘로 뚫어버리고 독극물을 먹여 서서히 죽여버렸으나 경찰이 여성을 의심하지 않아, 범죄가 남편에서 가족 전부로 이어지는 등 큰 범죄로 이르고서야 밝혀지는 등, 실제로는 여성 살인자에 대해서 경찰이나 법원도 이해 자체를 어려워할 정도입니다.


<궁금한 와이>라는 프로에서도 나온 사건인데, 남편이 자기 누나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부인이 시기를 하여 (이게 살인 의사로 이어질 수가 있나?) 눈이 멀거나 즉사할 수 있는 독극물을 타서 시댁 식구들에게 나눠줬던 여자는 아이를 키운다는 이유로 수사 과정에서 심지어 구속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불륜남과의 결혼을 위해 남편에게 3년 간 쥐약을 먹여 서서히 죽이려 한 여성도 남편이 죽지 않았다는 이유로 3년 형 밖에 안 나왔고요. 그냥 불륜남과 결혼하면 되지 남편에게 3년 간 쥐약을 먹인 걸 생각하면 너무 잔인한 거죠.


이런 끔찍한 사건에서 여성이 남성을 바로 죽일 물리력이 없어서 그런 계획 살인을 하는 거라는 관점을 적용하는 것은 터무니가 없는 것이고, 오히려 누군가를 몇 년에 걸쳐 서서히 죽어가는 모습을 보려 하는 그 잔인성에서는 명백히 남성과는 다른 살인 의도와 목적, 패턴이 있다고 봐야 하는 겁니다. 사실 여성에 대한 현재 사법 처분이나 경찰 처분은 남성에 비해 상당히 관대하며, 이는 여성 범죄에 대한 데이터 부족 탓이라고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하고요. 앞으로는 여성 범죄를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그 유명한 전청조도 감옥에서 임신했다는 거짓 이유로 각종 혜택을 받았던 것을 보면, 법정 구속이 당연한 여성 범죄자에게 아이가 아직 돌이니 좀 클 때까지 항소하여 시간을 벌어라 판사가 말을 할 정도면, 여성 특히 아이를 기르는 경우에는 상당히 관대한 처분이 나오는 것은 명백한 거죠.


아동을 학대한 여성 중에 젖꼭지를 자른 여성도 있는데 (아이의 고통이 얼마나 끔찍하겠습니까? 이거는 살인보다 잔인한 거죠.) 이 여성이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겠으나, 통상 아이를 키우고 있다면 다른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이유로 처벌이 집행유예 정도로 끝납니다. 많은 아동학대보호 기관에서 양형을 높여달라 주장하는 것도 학대 여성이 아이를 키우면 거의 집행유예로 풀려나기 때문입니다.


알려진 것처럼 일부 여성에게 높은 형량이 주어진 것은 해당 사건이 대단히 잔혹하고 끔찍하며 너무 오랜 기간에 걸쳐 이뤄졌기 때문일 확률이 높습니다. 그 말은 곧 여성이 남성처럼 물리력으로 바로 살해하지 못하는 점을 양해해야 되기 때문에 가 아니라, 해당 가해자로부터 도망가거나 기타 공권력의 도움을 받을 충분한 기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살인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가 큽니다. 즉 사람이 순간적으로 살인을 하는 경우에는 돌이킬 수 있는 기간도 대단히 짧지만, 오랜 기간 약을 먹이고 눈을 파고 하는 등으로 죽이는 경우에는 돌이킬 수 있는 기간도 길기 때문에, 굳이 그 결정을 고수할 근거가 없는 것이죠. 또한 아동을 살인하는 경우 창창한 미래가 송두리째 사라지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울증을 빌미로 집행유예가 나올 정도입니다.


아무래도 여성 범죄 자료 자체가 부족한 탓이 크겠으나, 여성에게 형법이 높게 적용된 경우는 대단히 대단히 드물고 (특히 아이 엄마), 그런 사건은 누가 봐도 너무 끔찍하거나 충분히 도망갈 시간이 있었음에도 옆에서 서서히 죽이는 등의 사건일 확률이 높습니다. 여성범죄는 남성범죄에 비해 아직 미지의 영역일 뿐, 여성이라고 딱히 가혹한 처벌을 받기는 쉽지 않습니다. 어떻든 사건 피해자의 다수는 여성이지 가해자 다수가 아니기 때문이죠. 다만 여성 범죄는 아동에게 치명적일 수 있어 또 다른 주의는 필요합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는 왜 타인의 시선이 불편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