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해준 사람에게 섭섭해도 담아두지 맙시다

소개받은 사람이 안 맞으면 그냥 내려놓으세요들

by 이이진

https://youtu.be/3 RoMEb8 eX1 c? si=BMqz0 qkEIsWurJJv


두 번째 사건인 김중사 사건의 경우에는 일반 살인 사건과는 다소 다른 양상이 있습니다. 여자친구를 직장 동료로부터 소개를 받았고 받음과 동시에 주변에서도 결혼을 보장한 것으로 보이는 거죠. 통상적으로 소개를 받은 뒤 교제가 시작되고 서로 맞지 않으면 헤어지는 수순이 아니라, 소개를 받은 이후부터 사귀는 건 일종의 정해진 수순이었고 둘 사이가 썩 원만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교제를 이어나갔으며, 이어서 주변에서 결혼을 종용(?)하는 분위기로 가해자가 인지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일부 질병이 있는 것을 알게 됐고 (아마 질병 외에 서로 성격적인 부분 등이 맞지 않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김중사는 자신에게 이 여성을 소개한 주변 인물들을 내심 원망하며 배신감을 갖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즉 처음 소개를 받을 때 여성이 가진 문제를 몰랐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막상 생각과는 다르자 분노에 휩싸임), 그러나 이 관계에서 발생할 이익을 포기할 수 없자 (여자친구에게 군 나 자신의 지위에 대해 토로하거나 돈을 요구했다는 내용으로 보면)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면서 그 모든 분노를 여자친구에게 토로하게 됐을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김중사는 의료 지식이 있었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기엔 단순 피부병 정도로 생각하는 건선에 대한 나름의 정보가 있었고, 임신부터 시작해서 여러 고려해야 할 상황이 있는 것부터 모든 게 자신을 우습게(?) 보고 소개한 것이 아닌가, 분노가 생기기 시작했을 것이며, 그렇다면 이 관계에서 얻을 수 있을 거라도 확실히 얻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여자친구를 종용했을 것이고, 잦은 다툼의 원인이 여자 친구의 병이었던 것도 여자 친구의 약점(?)을 빌미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려는 의사였던 걸로 보입니다. <야, 병 있는 너를 내가 결혼까지 해주는데, 너는 뭐 없냐?>, <건선 또 도졌으면 약 먹어야 되는데, 그게 정상적인 임신이 되냐?> 등등 이런 비아냥인 거죠. ^^;;;;


예를 들어 조주빈이나 갓갓같은 범죄자들이 피해자를 물색하는 방법도 피해자들이 일부 외설적인 사진을 트위터에 익명으로 올린 것을 빌미로 해서 <이를 밝혀내 주변에 공개하겠다> 윽박지르며, <공개되고 싶지 않으면 내가 하라는 대로 해라>에서 시작했던 것처럼, 상대방의 약점을 악용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으려는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제법 있고, 김중사 또한 여자친구가 병을 숨기거나 혹은 대수롭지 않게 발언한 것을 빌미로 여자 친구를 통해 원하는 것을 얻고자 하는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이 의사는 앞서 언급했듯 일부 <자신을 우습게 봤다>는 주변에 대한 일종의 패배 의식이나 분노 등이 작용한 탓으로 보입니다.


김중사는 여자 친구를 살해한 뒤 (여자 친구 스스로 약을 먹었을 가능성은 크지 않고, 오히려 협박으로 반강제로 약을 먹었을 가능성이 더 크며 그럼에도 죽지 않자 행동을 개시했을 것임, 혹은 여자친구에게 <너 또 병이 도졌냐? 그럼 이 약물을 먹어봐라, 내가 알아봤다> 등등으로 속여서 먹였거나) 그간 자신 내부에 쌓인 주변에 대한 울분을 시체 훼손으로 풀었다고 봐야 되는 거죠. 왜 이렇게 시신을 잔인하게 분해를 했느냐 하면, 일단 살인 사실을 숨기고 싶었을 가능성과 함께 살해된 시신을 봤을 때 여자 친구 주변이 느낄 그 잔혹함에 흥분했다고 봐야 됩니다.


서로 맞지 않으면 헤어졌으면 됐을 텐데, 김중사는 여자 친구를 소개해준 주변 사람들의 의중을 곡해하고 분노했으며 자신이 여러 방식으로 이런 분노를 표출함에도 불구하고 여자 친구 및 주변과의 관계에 변화가 없자 결국 그 분노를 해소하지 못하고 살인에 이르렀다고 생각됩니다. 아마 이런 성향은 김중사의 성장 배경이나 근무지의 특성과도 다소 연관이 있을 거 같긴 한데, 일단 여기까지는 사건 파일에서 보이는 부분이라 댓글로 적습니다.


여성분들도 아무리 주변에서 좋은 사람이라고 하고, 소개해준 사람의 신원이 확실하다 하더라도, 이 사람이 나에 대해 혹은 주변에 대해 어떤 분노를 갖고 있진 않은지, 계속 약점을 지적하며 특별한 요구가 지속되지는 않는지, 그럼에도 주변에서 결혼을 종용하여 마지못해 감정을 숨기고 만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봐야 될 겁니다. 특히 내면에 분노와 피해 의식이 강한 남성을 사랑이나 이해로 보듬으려는 시도는 아무 소용이 없고 다른 방식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 만큼, 주의하여야 합니다.


참고로 김중사는 본성이 이익을 추구하고 타인의 의사를 왜곡하는 성향이 강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여성들도 만약 지인이 누군가를 소개해줬는데, 편견을 조장하는 것 같아서 불편하긴 하지만 예를 들면, <다른 건 몰라도 사람이 괜찮더라>라고 해서 만났는데, 막상 그 사람이 홀어머니에 직업도 일용직이며 변변한 집도 없는 경우 <도대체 이 사람은 나를 뭘로 보고 이런 사람을 소개했을까, 내가 결혼이 급하다고 한 것도 아닌데 대체 왜????>와 같은 분노가 생길 수 있을 겁니다. 즉 누군가 소개를 받을 때는 소개한 사람이 나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는가를 반영하게 되므로, 소개된 인물이 뜻밖이거나 미흡할 때는 섭섭한 기분을 들 수가 있죠.


<그 사람이 집도 없고 직업도 없던데 아무리 사람이 괜찮아도 결혼은 무리지 않을까> 에둘러 표현을 하는데도 소개한 사람 측에서 <사람이 너무 마음이 깨끗한 거야> 이런 식으로 황당무계하게 답을 한다면, 당연히 내적으로 분노 + 짜증 + 갈등이 생기겠죠. 나이가 들어서 결혼정보회사를 가도 아이가 있는 이혼남을 만날 것인가부터 의사를 타진하는데, 그런 소개를 받을 때의 어떤 낭패감 비슷한 게 들긴 하는 이치인 겁니다. 그러면 여기서 일단정지를 하고 나는 내 길을 가야 하는데, 계속 <왜 그 사람이 나한테 이런 사람을 소개했을까, 내가 우습나?>에 꽂혀서 감정을 키우다 보면, 최악의 경우 스스로를 파괴하는 수준에 이를 수 있는 거죠. 김중사도 소개받고 기분이 상했을 때 관계를 빨리 정리했어야 하나 이해타산을 따지는 과정에서 결국 혐오와 증오를 키우게 된 거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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