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에서 중요하게 다뤄져야 될 부분 중 하나는 직장 안 관계라고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예를 들어 회의 중 피해자(?) 나이를 물어봐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논쟁이 된 사건에서 <신입 사원 평균 연령이 50세>라고 하면서 바로 옆에 가장 젊은 직원에게 나이를 묻는 경우 <나이가 주제가 됐기 때문에> 돌연 답변이 곤란할 수가 있긴 한 거죠.
가령 직장 내 육아 휴직 문제를 논의하고 있을 때 3명의 아이를 출산하여 이미 여러 차례 육아 휴직을 사용한 직원에게 <우리 회사 평균 육아 휴직 횟수는 1.3회인데 몇 번 사용하셨죠?>라고 묻는다면, <왜 갑자기 나를 지목하지???> 당황하면서 답변이 곤란한 것과 비슷한 이치 같습니다. 따라서 해당 질문이 파생된 경위에 따라 질문을 받은 사람이 괴롭다고 느낄 수야 있긴 한 거죠.
다만 질문을 받은 사람이 괴롭다고 해서 그게 곧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보는 건 직장 내에서 해당 주제를 공식적으로 다루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예를 들어 탕비실에 주로 과자를 두는 문제를 논의하는데 누군가가 <건강식으로 둡시다> 이런 의견을 내는 경우 자연스럽게 옆사람에게 <과자 좋아하지 않으세요?>라고 물을 수 있고, 물음을 받은 사람은 순간적으로 난처할 수야 있겠으나, 그건 회의 안건에서 파생된 것일 뿐 괴롭힘으로 보기에는 주제 자체를 제한하는 부작용이 생기는 거죠. 이렇게 되면 회사 내에서 안건에 대해 토의할 때 개인 의견을 묻는 자체가 제한될 수가 있어요.
따라서 가능하면 의견을 물을 때 다수결이나 차례대로 말을 합시다와 같이 특정인을 지목하지 않는 방식이 좋긴 하지만, 이 안건에 반대 의사가 명확해 보이거나 혹은 의사를 표명하지 않거나 안건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경우에는 직접 질문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회의에서 나이가 주제였다고 하면 가장 어려 보이는 직원에게 나이를 물어볼 수야 있긴 한 거죠. 회식 같은 데 가서 <역시 어린 직원이 따라주는 술이 가장 맛있어, 여기서 네가 가장 어리지? 몇 살이야? >이런 식이라면 회의 주제와 무관하게 나이를 물었으니까 괴롭힘이랄 수 있겠으나, 주제 내에서 파생된 질문이 다소 인신에 연관이 있더라도 바로 괴롭힘이라는 건 좀 과한 거 같습니다.
그리고 발표자의 질문이 주제에서 벗어났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그 자리에서 <제 나이는 회의 주제와는 관계가 없는 거 같습니다> 정중하게 의견을 말하면 될 거 같고, 그런 이후에도 계속 같은 문제로 이슈를 한다면 그땐 괴롭힘이라고 봐야 되는 거죠. 위에서처럼 의견을 말하는 자체가 힘든 회사라면 굳이 그런 회사를 다니는 것도 저로서는 납득이 안 가고, 의견을 말하도록 돼있는 공간에서 아무 말 없이 있는 것도 저는 회의 참석자의 기본자세는 아니라고 봅니다. 물어보면 답변하면 되고, 답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면 할 필요 없는 거 같다고 하면 되고, 그런 말 자체를 할 수 없는 상태라면 회의에 참석하지 않거나 직장을 바꾸는 게 맞다고 저는 보는데요.
위와 같이 한용현 변호사의 포스팅에 제가 댓글을 달았더니 한용현 변호사님이 아래와 같이 정리를 하셨습니다.
ㅇ주제에 따른 질문과 직장 내 괴롭힘의 경계
- 회의나 논의 중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질문이라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보기는 어렵다.
- 예를 들어, 신입 사원 평균 연령을 주제로 다루면서 나이를 물어보는 경우나, 육아 휴직 횟수를 논의할 때 관련된 직원에게 묻는 것은 회의 안건에 따른 연장선에서 발생한 질문일 수 있다.
ㅇ질문 방식의 개선 필요성
- 특정인을 지목하기보다 다수결이나 차례대로 의견을 묻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 다만, 의사를 명확히 하지 않거나 해당 안건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경우라면 개별 질문이 필요할 수 있다.
ㅇ회의 주제와 무관한 질문의 경우
- 회의 주제와 무관하게 인신공격적이거나 사적 정보를 요구하는 질문은 괴롭힘이 될 수 있다.
- 예: 회식 자리에서 "네가 가장 어리지? 몇 살이야?"와 같은 질문은 명백히 부적절하다.
ㅇ적절한 대응 방안
- 질문이 부적절하게 느껴질 경우, 정중하게 “이 질문은 회의 주제와 관련이 없어 보인다”라고 의견을 표명하는 것이 좋다.
- 이후에도 지속적인 문제 제기가 이어진다면 이는 괴롭힘으로 간주될 수 있다.
ㅇ직장 내 태도와 환경에 대한 조언
- 자유롭게 의견을 말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 환경은 문제가 있다.
- 회의에 참석한 이상, 필요한 경우 답변하거나 의견을 밝히는 것은 참석자의 기본 의무로 보아야 한다.
- 의견 표명이 어려운 회사라면 해당 직장을 떠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그러자 제가 덧붙여서 아래와 같이 최종 댓글을 드렸고요.
회의 중 자유롭게 의견 표명을 할 수 없다고 하면 그건 회사 차원의 문제이고, 그런 분위기가 아닌데 본인이 의견 표명을 할 수 없다고 하면 그건 본인의 문제이고, 발표자가 의견 듣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고압적인 자세라면 발표자의 문제이고 그런 거죠.
의견 표명이 어려운 회사에서 고군분투하면서 사내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할 수도 있긴 한데, 만만치 않은 작업이니까, 일단 그만두는 것을 전제로 한 점은 양해 바라겠습니다. 회사 퇴사 사유 중 많은 빈도로 자유로운 의견 교환이 아닌 점 (임원들이 의견을 안 듣는다) 도 참고해 주시면 좋겠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