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Ch62 xHoHvkc? si=YAW_bbz4 Vv9 xbYR7
인관 관계에서 이용당했다는 생각이 드는 건 누군가를 돕기 시작하고 자기에게 여유가 없을 때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처음 비영리 활동을 할 때, 돈이나 뭘 바라고 도와준 건 아니지만, 나름 신경 써서 제 시간을 들여 무언가를 해줬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로부터 만족스러운 반응조차 얻지 못할 때 분노 비슷한 감정이 생겼습니다.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나의 노력을 태만히 받아들이는 상대방에 대한 섭섭함 비슷한데요.
그리고 보통 사람은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이 아니면 도움을 잘 청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사이에서 선뜻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은 다소 이기적인 면도 있어서, 자칫 도와주고 기운 빠지는 일이 발생할 수 있긴 합니다. 만약 자신이 남을 잘 맞춰주고 도와 달라고 하면 별 뜻 없이 잘 도와준다고 생각이 된다면, 자신이 어느 정도 기준을 세워서 진행하는 게 좋습니다. 예를 들어 일주일에 몇 시간 정도 돕는다, 이 사람하고 어느 정도 친해지면 돕는다, 이번 사건까지만 돕는다, 어떤 식으로든 값을 받아낸다, 뭐, 이런 자기 기준인 거죠. ^^
이런 자기 기준이 있어도 당연히 깨지기도 하고, 지켜지지 않기도 하고, 그렇게 니 편하게 도와줄 거면 돕지 마라, 되레 시비 거는 분들도 있고 세상엔 별별 사람이 다 있습니다만, 일단 자기 기준을 세워서 가능한 지키고자 하면 처음의 갈등이 가라앉고 돕고 나서 이용당했다 이런 기분 드는 일이 줄어듭니다. 어차피 내가 하기로 한 일이니까 하고 나서 완수했다 이런 기분이 들어 오히려 성취감이 드는 거죠. 즉 <내가 남에게 나의 시간을 할애했다> 생각하면 <이용당했다>가 되지만, <이 시간은 이걸 하기로 했다>가 되면 <미션 클리어>가 되는 거랄까요? ^^
가령 저는 변호사는 아니지만 무료 법률 상담을 진행했었는데 일주일에 두 시간 상담하는 거 받아들였고 이후에 해당 사건으로 연락이 오면 해결되기 전까지 전화 통화 몇 번만 한다, 이렇게 정해두니까, 오히려 사건을 들을 때마다 새로운 관점을 배운다는 생각이 들어서 재밌었습니다. 누가 도와 달라고 하면 <제 질문에 숨김없이 답변하신다면 저는 고소장까지만 써드리겠다, 제가 그 이상 제 시간을 쓰면 원망할 거 같다> 솔직히 털어놓고 진행하니까, 도와주건 도와주지 않았건, 저는 어떻든 성취감이 드는 거죠.
따라서 다른 사람을 대할 때 <이 사람이 나한테 친절하니까 나도 먹을 걸 줘야지>, <이 사람이 나를 좋아하니까 나도 친절하게 굴어야지>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계속 다른 사람에게 뭔가를 갈구하고 뭔가를 주려고 하게 되는 거고, <나는 이 시간에 이 사람을 만나서 상담을 하기로 했어>가 되면 그 사람이 퉁명스럽건 친절하건 상관없이 제가 할 일에 집중하게 됩니다. 물론 상대방이 너무 무례하고 이상하면 당연히 기분 상하고 나도 흔들리지만, 어떻든 관점을 <내가 이 시간에 무엇을 한다>로 바꾸는 게 좋다고 봅니다.
<즉 나는 오늘 하루 2시간은 유튜브를 보면서 생각나는 게 있으면 한두 개 정도 댓글을 달아야겠다>가 지금 제 마인드랄까요. 이 사람이 강연하는 게 마음에 안 드니까, 혹은 마음에 드니까, 댓글을 달아야겠다고 발단은 거기서 시작하는데, 결과적으로는 <내가 댓글을 달기로 했다> 이 지점에 집중하면 이용당했어도 집착하지 않게 됩니다. 오히려 뭔가를 배우더군요.
덧붙이면 혼자 있는 걸 선호하는 경향은 일부 타고나긴 합니다. 제 모친과의 관계를 설명하긴 그렇지만, 여하튼 저도 아주 어려서는 혼자 있으면 울고불고하는 때가 없었던 건 아니었겠지만, 3살? 4살? 때 이미 제비 잡는다고 친척 할머니네 집에서 혼자 무슨 옥상 처마 같은 데 올라가서 매달려 있는 바람에 친척 할머니가 떨어지는 줄 알고 난리가 났고 제가 나중에 커서 갔을 때 <거길 어떻게 혼자 가냐며, 그때 떨어지는 줄 알고 다시는 못 오게 했다>고 토로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리고 부모님이 늘 일을 했고 집이 너무 가난해서 조명이나 수도도 없고 그랬는데도, 초등학교 시절에도 저는 집에 와서 딱히 학교 친구를 그리워한 적이 없고 (5학년쯤부터 단짝이 생기긴 했지만) 그냥 혼자 집에서 책 읽는 게 제일 좋았다고 지금도 기억을 합니다. 고등학교는 자율 학습 때문에 너무 늦게 끝나서 집에 가면 부모님이 계셨지만 중학교 때도 그냥 저는 어둑한 집에 혼자 조용히 있거나 책 보거나 그 순간이 제일 좋았다 이런 기억을 갖고 있으니까요.
이건 부모님의 교육이나 양육방식 때문이라기보다는 그냥 제가 일부 타고난 성향이라고 봅니다. 저 말고는 이렇게까지 책이나 뭐를 혼자 조용히 좋아하는 풍토가 아니거든요. 부모의 양육 방식이 인간관계에서의 기본적인 신뢰 관계 형성에는 분명히 영향을 줍니다만, 어떤 그런 혼자 있고자 하고 외부로부터 분리되려는 경향은 타고난 것에 더해서 환경적으로 발전이 되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