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권은 충돌하는 가치 중 하나를 선택하는 작업이 많습니다.
"저에게 헌법재판관으로 일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세대, 지역, 젠더, 이념 등 다양한 갈등과 저출생·고령화, 기후 위기 같은 새로운 과제 속에서 헌법 질서를 수호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겠다"
이전에 제가 한양대학교 대학원 학업 계획서에도 작성한 내용이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헌법은 국민 기본권 보장에 치우친 면이 있긴 합니다. 다른 나라의 헌법과는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이 부분은 대학원에 가게 되면 연구를 하거나, 안 되더라도 따로 한 번 생각을 해볼 예정이고요.
그런데 이번 후보자의 목표처럼 헌법이 국민 기본권 보장에 치우치게 되면, 결국 상충하는 두 개의 가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자주 봉착하기 때문에, 모든 국민의 기본권을 동등하게 보장하는 건 실질적으로는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어떤 법관도 이 부분은 언급을 하지 않더군요. 물론 법관으로서 지향하는 바를 밝히는 것일 수도 있긴 합니다만.
대표적으로 남성에서 여성이 되고자 하는 아버지가 있을 경우 현행 법률 체계에서는 미성년 자녀가 성장한 이후로 제한하고 있으며, 여기서 미성년 자녀의 기본권 (아마도 양육을 받을 권리)가 개인의 성적 결정권을 앞선다는, 기본권 상충 현실을 볼 수가 있는 거죠.
헌법이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것은 맞습니다만, 그렇다고 모든 국민의 기본권을 똑같이 보장할 수 없는 건 이미 언급했고 앞선 수많은 판례가 입증을 하죠. 불법에 불법으로 맞설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랄까요. 결국 법의 한계라고도 볼 수 있을 텐데, 그렇다면 판결로써 어느 가치를 왜 더 중요하게 보는가, 설득하는 작업이 판사들에게 남아 있다고 해야겠죠. 그러나 모든 법관은 임명 시 핑크빛 미래만을 제시하고 막상 제도적으로는 기본권을 제한하는 방식을 자주 씁니다.
대표적으로, 자주 말씀드리지만, 민사의 70%는 소액 사건이고, 이 소액 사건은 판결문에 이유를 적지 않아도 됩니다. 기본권을 보장하겠다고 하면, 당연히 판사는 판결로 국민을 설득해야죠. 따라서 당연히 상위법에는 이유를 반드시 작성하도록 돼있는 걸 법적으로 작성하지 않도록 바꿔놨으면서 막상 재판관들이 나올 때마다 자신은 국민의 기본권은 보장하겠다고 하는 건 모순이죠. 불가능한 목표입니다. 허위라고 하면 잔인한 표현이겠습니다만. 이 법률은 위헌 심판도 꽤 들어갔으나 헌법재판소는 별의별 이유로 다 기각했다고 알고 있고요. 국민 기본권을 보장한다면서 판사가 판결문에 이유를 쓰지 않는 게 정당하다는 건 다시 말씀드리지만 위선에 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