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목적을 이뤘을 때 과연 불법과 악습에 과민할 수 있을까
"법원의 업무량을 감당하기 벅차하는 여성 법관을 마치 모자란 사람처럼 바라보면서 일정한 업무에서 배제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유용한 지식과 정보는 회식 장소와 흡연실에서 유통돼 여성 법관에까지 닿지 못했다", "이런 문제의식을 모아 선배 법관들이 마련해 준 것이 젠더법연구회"
신림동과 노량진 고시 골목에서 집을 구했을 때 느꼈던 건, 서울 어느 지역보다 불법 건축물이 많다는 점이었고, 앞으로 법관이 되고 검사가 되고 변호사가 될 사람들이 눈앞의 불법에는 묵과하고, 결국 제가 임대인과 임대차 소송을 할 때도 <불법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마치 적법인 것처럼 계약을 했더라도 사용 목적에 이상이 없으면 위법은 아니다>는 판결을 내는 걸 보면서, 법을 지나치게 합리화하는 게 아닌가 생각을 했었습니다. 법을 배운다는 이유로, 세상에 너무나도 팽배한 모든 불법마다 항의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그렇다고 서울에서 가장 많은 불법 건축물을 가진 지역이 고시촌이나 대학가라는 것도 참 아이러니한 거죠.
법관으로 임명돼 <유용한 지식과 정보가 흡연실에서 유통되는 현실을 묵과하고 참아낸 덕분에> 지금 여성으로 헌법재판관 후보라는 영광을 얻은 것이라고 하면 좀 잔인한 표현이 되겠습니다만, 다른 변호사가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열었을 때 제대로 반대한 사람이 없더라 이제는 그러지 말자>라고 하는 글을 읽고 나서 이 인터뷰를 보면, 결국 자신이 목적한 자리에 이르기까지 그 많은 불법과 위법과 악습을 묵과해야 한다는 소리로도 보여서 씁쓸하네요. 흡연실의 존재를 몰랐다면 모를까, 흡연실의 존재를 알았고 흡연실로 인해 여성 법관이 차별을 받는다는 것도 알았다면, 적어도 이 문제 해결을 위해 해당 후보자가 뭘 했는지 답변을 해야 된다고 봅니다.
혹시 어떤 여성 법관은 이러한 현실에 나름 저항해 보려다 결국 낙오되고 누군가의 어머니로만 남아 있다고 하면 (물론 누군가의 어머니인 삶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나 법관을 목표로 한 여성이라면), 오히려 불법에 저항한 사람보다 불법을 묵과한 사람이 높은 자리로 간다는 이 악습을 오히려 이 후보자가 더 입증한다고 보고요.
모든 불법마다 저항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자신의 가치관에 영향을 줄 정도로 악습이고, 부덕한 관행이고, 위법하다고 생각이 된 문제에 관해, 당시 적법하게 저항하지 않은 헌법재판관은 그다지 신뢰가 가지 않습니다. 기회주의와 차이점을 모르겠거든요.
이 참에 법원이든 어디든 악습과 관행에 온갖 적법한 방법으로 저항하며 다투다가 길을 포기한 분들에게 위로를 드리고 싶고 아마도 그런 저항이 사회 어딘가에는 자국을 남겼을 거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여하튼 저는 법이란 때론 어쩔 수 없이 잔인하다고 생각하는데, 법관 본인에게는 한없이 포용적인 것은 여전히 납득이 안 갑니다. 법관들이 유독 자신들에게 관대한 것이 저는 사법 불신의 가장 큰 이유라고 보거든요.
흡연실에서 불법 정보가 유통됐고 그 과정에서 여성만 배제됐다면, 당시 여성 법관으로서 당연히 이의 제기를 했어야 합니다. 당연히 특정 정당의 세력의 입지 않고서, 그냥 여성 법관으로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