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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때만 과장된 애교 부리는 게 뭐 어렵나요

굳이 그런 여성을 원한다면야

by 이이진

https://youtu.be/HVwSCDoqHQA? si=AU0 j8 Mg9 CU72 p_p6



예전에 무슨 탐사 방송에서 여자들과 결혼식을 올린 뒤 그대로 사라져 버리는 남자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이 남자의 특징은 뭐였냐면, 창문에 사랑의 시를 써둔다거나 , 로맨스 드라마에 나올 법한 (어느 정도 사회 경험이 있는 여성이라면 오그라들 만한) 멘트들을 아무렇지 않게 잘한다는 거였죠. 여성이 오히려 소박하게 결혼하자고 하면 굳이 성대한 결혼식장을 섭외하는 등, 여성들의 로망을 그대로 실현해 주는 듯 행동하더군요. 결국 결혼식장 비용도 안 내고 남자가 도망치긴 했습니다만. ^^;;;;;;;;


물론 이런 남자들 중에 진짜 사랑이라는 감정을 처음으로 느껴서 그 감정 그대로를 표현하는 경우도 있긴 하겠지만, 제 주변을 아무리 봐도,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낀) 연애에 순수한 남자들이 그 여자를 상대로 능숙하게 애정 표현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으며, 대부분 시행착오가 많았습니다. 주변에 보고 들은 게 있어서 ^^;;;;;; 다정다감한 남성들은 있긴 했어도, 그게 연애에서 성공으로 이어지진 못 하는 경우가 많았달까요? 성격 등이 다정다감한 것과 연애의 성공률이 높은 것은 꼭 일치하진 않으며, 그건 아마 첫사랑 여성에게 집착하며 맞춰만 주다가 끝나본 남성들은 이해할 거라고 봅니다.


여하튼 이 방송을 보면서 변호사가 말하길 <정상적인 남자는 저런 오그라드는 행동은 잘하지 않는다>였고, 그 이유는 당연히 책임감 때문인 거죠. 오래 함께 할 사람에게 포장된 모습을 계속 보일 수는 없고 정상적인 일반 남자가 그렇게 오그라드는 말과 행동을 능숙하게 계속 잘할 수도 없으니까요. 그러나 그 남자는 여자들이 원하는 로맨스를 인지하고 있었고 그 여자들이 듣고 싶은 말을 할 수 있었던 건데, 결국 그건 그 남자의 진실된 모습이 아니므로 실제 삶이 됐을 때 도망을 칠 수밖에 없는 거죠.


이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남성들도 여성에게 본인의 성격과는 다른 애교, 불필요한 하이 텐션, 지나친 리액션을 요구하려면 그게 가능한 여성을 찾아야 됩니다. 정상적으로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이 아무리 남자가 엄청난 오마카세 집을 데려간다고 해서 그때마다 <어머, 어머> 온갖 애교를 부리며 하이 텐션으로 리액션을 할 수가 없으며, 만약 그게 된다면, 그 여성은 연애에 아주 아주 능숙한 거죠. 그냥 같이 연애의 감정만 갖고 긴장감을 즐기면서 살겠다고 하면 서로 연애에 능숙한 사람끼리 만나면 되는 거고요.


당연히 남자로 인해 좋은 음식점에 가면 기분 좋게 먹을 수도 있고 감사한 기분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그때마다 남자가 <내가 돈을 너한테 이만큼 썼는데 너의 반응이 이게 뭐냐?!>, <돈 쓸 맛이 안 난다>는 식이라면, 정상적인 여성은 지쳐서 그만 둘 겁니다. 님 말씀대로 남자를 인간으로 안 보고 <돈 주는 ATM>으로 보는 비위 좋은 여성이라면 곁에 남아 그 남자가 돈을 다 쓸 때까지 있겠죠. ^^


부모가 자식을 가르칠 때도 돈으로 가르치는 게 가장 하수인 것처럼, 남자도 여성을 돈으로만 만나려고 하면 절대 원하는 소통을 가질 수 없습니다. <맛있는 거 사준다고 해서 한 번 얻어먹고 물개 손뼉 치면서 비위 좀 맞추는 걸> 일반 여성들이 할 줄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라, 치사해서 안 하는 거고, 그게 치사한 걸 아는 여성을 만나야 인간 대 인간으로 소통이 가능해집니다. 돈을 써야 여자에게 물개 박수받는 남성의 삶으로 들어가면 나올 때는 빈털터리라는 거, 너무 당연한 결론 아닙니까?


이렇게 쓰면 <여자들 돈 잘 쓰는 남자 좋아하던데>,라고 댓글이 달릴 텐데, <여자들이 돈 많은 남자를 당연히 좋아하죠>, 그 남자에게 <돈이 있고 나한테 그 돈을 쓸 때만>이라는 전제 하에서. 그 삶이 좋다고 하면 그 삶을 사셔야죠. 그게 쉬워서 그런 거니까. ^^ 다시 말씀드리지만, 창문에 시를 쓰며 사랑 고백하는 남성이 드물듯이, 남성이 돈 쓸 때마다 하이 리액션을 하면서 온갖 애교를 부릴 수 있는 여성도 드뭅니다.


고인이 된 올리비아 핫세 예를 다시 들면 줄리엣 역할의 성공으로 남자들의 엄청난 애정 공세에 시달릴 때 (그중에는 비아냥도 있었다곤 하는데), 결혼을 결심하게 된 남자가 나타나는데, 그 남자만이 유일하게 올리비아 핫세의 눈동자 색을 맞췄다고 하더군요. 다들 올리비아 핫세의 신체적 특징에 사로잡혀 있을 때 그 남자만 유일하게 눈을 보고 대화를 나누려고 했다는 거죠. 물론 곧 이혼하긴 합니다만. ^^;;;;;;; 그 남자에게도 어느 정도 경제력이 있었을 수는 있겠으나 올리비아 핫세가 부자와 결혼하자고 했으면 그 이상의 남자와도 했겠죠. ^^ 실제로 돈을 아주 좋아하는 여성이 없다고는 말씀을 못 드리겠지만 굳이 그런 여성을 추구해야 할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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