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단위라면 감정기복 일주일 단위라면 조울증
대부분 잦은 감정 기복과 조울증 상태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울증이란 뇌가 자체적인 프로세스를 바꾸는 것과 비슷한 것으로 뇌가 아무리 세부 자극에 매번 반응을 바꾼다고 하더라도, 프로세스 자체를 하루에 몇 번을 오고 가는 정도로 빠르게 바꿀 수는 없습니다. 다시 말하면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거를 사용하다가 저거를 사용한다고 할 때, 적어도 지금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껐다가 다시 다른 프로그램을 켜는 정도의 시간은 필요하다는 말이죠. 따라서 조울증은 하루에 감정이 왔다가는 정도가 아니라 최소한 며칠 단위로 움직입니다. 조울증의 특징은 같은 사건을 전혀 다르게 받아들이는 동일한 자아의 분열을 스스로가 견디지 못하는 일종의 질병입니다. 타인의 말에 상처를 받아서 예민해지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 대한 스스로의 반응을 조절하지 못해서 괴로운 질병이라는 것이죠.
누군가 심한 말을 해서 자기도 모르게 과하게 화를 낸 뒤 그런 감정을 표현한 것에 대해 수치스러운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입니다. 적당히 화를 냈어도 되는데 지나치게 화를 냈거나 감정을 표현한 경우, 이후에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생각을 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죠. 이게 수치스럽고 부끄러운 이유는 자신을 통제하지 못한 데 따른 것입니다. 그 사람의 심한 말보다 스스로가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거죠. 조울증은 이 상태를 수시로 반복하는 겁니다. 따라서 상당히 괴롭죠.
예를 들어 엄마가 잔소리를 한다고 할 때, 조증 상태에서는 저거는 엄마가 나의 능력을 질투하는 것이다라고 인지하여 자신의 엄마에게마저 극도의 공격성을 드러내게 되고, 반대로 우울증 상태에서는 나는 엄마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무능력자라는 생각에 수치스러운 기분이 며칠을 가는 것입니다. 자신을 극도로 무능력하다고 받아들이다가 순식간에 다시 자신을 극도로 능력이 뛰어나다고 받아들이는 과정은 뇌가 같은 사건을 받아들임에 있어 그 프로세스를 변환하였다 이렇게 생각하는 게 편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프로세스가 변하는 것은 같은 사건에서 어디를 바라보느냐에 대해 영향을 미칩니다. 가령 조증 상태에서는 엄마의 고함지르는 소리 톤에 집중한다면 우울증 상태에서는 엄마의 푸념에 집중하는 것과 같습니다. 즉 상황은 별다를 게 없는데 조울증 환자에게는 각각의 사건을 인지하는 양태 자체가 달라지고 이로 인해 반응도 극과 극으로 이어집니다. 사람은 화를 내다가도 나중에는 푸념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양극성 환자는 그러한 연결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각각의 자극을 별개로 인지하는 등의 왜곡이 발생합니다.
상사로부터 꾸중을 들으면 우울해지고 칭찬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처럼 외부 자극의 변화에 따라 자신의 기분도 움직이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해당하지만, 조울증 환자에게 있어서는 조증 상태일 때는 상사가 칭찬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상사의 태도가 차가웠다는 등의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상사가 질투를 하고 있다며 상사에게 공격을 가하는 등의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고, 반대로 우울증 상태일 때는 상사가 칭찬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상사가 사실은 인정하고 있지 않다며 스스로의 실적을 저하하는 등의 왜곡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왜곡이 서로 다른 진실을 추구하고 있고 그게 자신의 내부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통합하지 못 한 프로세스는 어느 프로그램도 정상적으로 구현이 안 되는 상황에 이르게 만듭니다.
일부 유명인들 중에 이러한 양극성 장애를 가진 것으로 보이는 이유는 인간은 기본적으로 기존에 하던 방식대로 사고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로 인해 빠른 판단을 내릴 수가 있게 되죠. 그러나 가능한 여러 면을 볼 수 있다면 이는 또한 나름의 이익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일부 유명인들이 양극성 장애를 가질 경우, 극단적인 두 면을 바라볼 수 있는 장점도 갖게 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양극성 장애는 극단적인 두 면의 통합을 이뤄내는 것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참고로 개인적 관찰 내용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