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소문이 발생한 날짜만이 아니라
현재 대법원에 재항고 중인 사건이 있는데, 이 사건 내용이 일부 소송 관계인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서, 내용만 공개합니다. 제가 어떤 사람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사건인데, 아무래도 개인 간 사안이라 사건 번호 등을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내용은 공개해도 되지 싶어서요.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이 제 뒤에서 허위 사실을 포함한 제 말을 하고 다닌다는 걸 사람들이 제법 모인 장소에서 B라는 사람이 알려줘서, 1년 전 오늘 제가 그 사실을 알았다고 칩시다. 그리고 제 뒤에서 제 말을 하고 다닌 A도 그 장소에 있었고, 저는 그냥 바로 그 자리를 나왔다고 치는 거죠.
그 모임 자체를 제가 선호하지 않다 보니까 그 안에서 어떤 말이 오고 가더라도 딱히 문제 삼고 싶지 않았고, 또 그런 말을 하고 다닌다는 이유로 A를 고소하기에는 아무래도 고소니까 주저하고 있었는데, A가 계속 저에 대해 말을 하고 다니므로, 이를 멈추기 위해 결국 저는 고소를 하게 되는 데요.
그런데 고소를 하고 보니, A가 저에 대한 말을 한 날짜가 제가 알게 된 시점보다 두어 달 앞선 겁니다. 1년 전 오늘이 아니라 1년 3개월 전에 있었던 사건인 거죠. 즉 제가 1년 전 오늘 해당 모임에 처음으로 잠깐 참석하자 A와 갈등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B가 A 앞에서 느닷없이 저에게 <너 없을 때 A가 너에 대해 이런 말을 했어, 이게 사실이야?>라고 질문을 한 상황이라고 보면 되고요.
B는 결국 A의 고소로 감옥까지 갔다고 하는데, 정확한 건 모르겠지만, A는 그렇게 모임 안의 누군가를 감옥까지 보낼 정도로 불쾌감을 느낀다면 그냥 모임을 나가면 될 텐데, 무작정 그 모임에 상주하다가, 고소를 남발하고 있다 보시면 됩니다.
싫고, 불쾌하고, 모욕적이고, 이상한 사람들 모임이면 안 나가면 되는 건데, 거기 계속 있으면서 계속 고소, 고발하고 있으니까, 저는 A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보시면 되고요. 그러나 그 안에서 워낙 많은 고소 고발이 있다 보니까, 처음 말씀 드렸듯이, 저는 아예 그 모임 자체를 선호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A는 저를 포함해서 그 모임 안 누구도 실물을 본 적도 없고, 신분도 모르고 하기 때문에, 굳이 그 안에 상주할 이유는 없는 건데 말이죠.
여하튼 제 사건으로 돌아와서, 당시 저는 A가 자신과 하는 대화를 비밀로 해 달라, 모임에 있는 사람들이 이런 사실을 아는 것은 불쾌하다고 했으므로, A가 해당 모임에서 저에 대해 이런저런 뒷말을 하리라는 걸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때문에 저에 대한 뒷말이 오고 가던 시점에도 A와 표면적으로 별문제 없이 지냈었습니다.
저는 A와 친분을 나누면서 A가 이간질이 심하고 피해 의식도 있는 것 같아 불편했지만, 이런 모임의 성격을 전혀 몰랐기 때문에, 이런 모임의 사람들은 다 그런 것이겠거니, 참고 관계를 유지하다가, 결국 그 뒷말을 계기로 완전히 관계를 끊게 되고요.
문제는 고소에 대한 판단입니다. 저는 A가 저에 대해 뒷말을 한 것을 B를 통해 인지한 1년 전 오늘을 사건 발생 일로 고소했고, 수사 기관은 A가 저에 대해 처음 뒷말을 한 1년 3개월 전 그날을 사건 발생 일로 특정해, 당시에 A와 제가 문제가 없었으므로 비방의 목적이 없다고 결론을 내리거든요.
당연히 저는 A가 저에 대해 이런저런 뒷말을 하는지 전혀 몰랐으므로 당시 표면적으로 잘 지냈던 건데, 그리고 이건 명예훼손 사건 당사자들에게는 통상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인데 (누가 뒷말을 앞에 와서 하나요, 돌고 돌아서 결국 본인 귀에 들어오는 거죠), 수사 기관이 제 고소와는 무관한 날짜를 사건 발생 일로 특정해 불송치한 겁니다.
범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건 발생 일을 특정하는 것이고, 그로부터 공소시효 등 모든 날짜 기산이 시작되는 건데, 만약 이렇게 당사자가 모르는 날짜에 유통된 정보를 토대로 사건을 판단해 버리면 사건 당사자의 실제 피해는 간과되는 거죠.
즉 제가 대법원에 재항고한 내용은 <명예훼손처럼 당사자 뒤에서 일어나 당사자가 사건 발생을 모르는 경우 범죄 발생 일을 처음 사건이 발생한 날짜뿐만 아니라 당사자가 인지한 시점도 포함해야 된다>는 거죠. 이런 판례가 없을까 싶어 무척 많이 찾아봤는데, 저는 못 찾아서, 재항고에 이르렀습니다.
앞에서 친하게 굴면서 뒤에서 허위 정보를 유통하는 사람이 있다면, 피해자는 이를 모르고 허위 사실이나 욕이 유통되는 시점에도 그 사람과 잘 지낼 수 있기 때문에, 가해자 A의 주장에 의한 사건 처음 발생일 만을 기준으로 할 경우 판단에 오류가 생길 수 있다고 보거든요. 대법원은 법리 판단을 주로 하기 때문에 다른 여러 다툼의 여지에도 불구하고 일단 이 부분으로 재항고를 했습니다.
뒤에서 벌어진 사건의 기산 일은 범죄가 일어난 시점에 더하여 피해자가 인지한 시점에서도 시작해야 한다, 왜냐하면 피해자가 그런 일이 있는 줄 모르고 불쌍하게 가해자와 잘 지낼 수 있기 때문이죠. 오히려 이런 경우 피해자는 이중 삼중으로 피해를 입는 거죠. 뒤에서 유통되는 소문도 모르고 저는 가해자 A와 하하 호호(^^;;;;;;) 하면서 A를 오히려 두둔하는 걸로 보였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