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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사건은 범죄 입증부터 판단에 영향을 줍니다

따라서 범죄 입증에 실패하면 아무리 죄가 중해도 처벌이 낮아요

by 이이진

https://youtu.be/zxahFtxkEYI? si=GCGCqDxxdEb6 o7 Dn


재판부를 두둔할 생각도 없고 이런 불법 촬영은 근절되는 게 맞다는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변호사나 검찰의 공소가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는 생각에 댓글을 답니다. 재판부에서 실질적으로 황의조 선수의 혐의 중 인정한 부분은 <4회의 불법 촬영> 뿐으로, 4회의 불법 촬영에서 심지어 피해자가 특정되기도 힘들다고 한 점에 비춰, 1년의 실형과 집행유예는 그다지 낮게 나온 건 아니거든요. 일반인이 이 정도 불법 촬영을 했다면 아마 실형 선고도 안 나올 정도일 겁니다.


한국 형법 처벌이 이렇게 낮은 경향이 있는 건, 한국에 워낙 범죄자가 많아서 형을 무작정 올렸다가는 감옥이 미어터지고 50억 60억 사기 치는 경제범이나 정치인, 고위 공직자 등은 무기 징역에 처할 수밖에 없다 보니까 그런 것이고, 검찰이나 피해자 변호사 측도 이 사실을 익히 알고 있을 터인데, <피해자의 고통>에만 호소하는 방향은 그다지 법리적으로 충분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어떤 범죄 피해자가 고통이 없을 수가 있나요.


모든 범죄 피해자는 고통 속에 살고 있으므로, 이 사건에서의 피해자가 특별히 더 고통스럽다면 그 부분을 법리적으로 소명했어야 되는 거죠. 제가 재판 기록을 보진 않았으나 그나마 재판부에서 피해자의 고통과 황의조 선수의 사회적 지위를 고려하여 실형 선고가 나왔다고 저는 보입니다. 물론 이게 옳다는 입장이 아니라, 한국 사법 시스템이 이렇다면 피해자 변호사의 논리도 다른 방향에서 접근됐어야지, 기존 방식으로 다투면서 이 사건만 높은 처벌을 요구하는 건 법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는 거죠.


만약 피해자가 우연히 황의조 선수의 컴퓨터를 봤고 거기서 불법 촬영을 발견했다면 모를까, 현재 황의조 선수는 형수의 불법 유포 행위에 의한 피해자인 동시에 그러니까 사실상 피해자이면서 가해자라는 지위로서 공소가 진행됐고, 가령 절도 범죄를 밝히러 집에 갔는데 집에서 불법 촬영 영상이 나온 경우, 이 사람을 절도 외에 다른 범죄로 기소가 가능하냐는 부분은 여전히 법리적으로 다툼이 있으므로, 이런 여러 측면에서 다퉜어야 되는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형사 사건에서 핵심은 범죄의 입증이고 범죄의 입증은 객관적인 증거에 입각합니다. 재판부는 황의조 선수의 범죄를 <4건의 불법 촬영>에만 국한하여 인정했으므로, 당연히 피해자 변호사나 검찰은 <4건의 불법 촬영> 외의 범죄를 인정받아야만 항소심에서 더 큰 처벌을 받게 할 수 있는 거죠. 황의조 선수의 <4건의 불법 촬영> 외의 범죄를 입증하지 못한 것은 검찰의 잘못이지 재판부의 해괴한 판결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명백한 불법 촬영을 재판부가 4건만 인정했다면 재판부의 해괴한 판결이 맞는 겁니다만.


결과적으로 형수에 의해 불법 촬영이 유포된 피해자로서의 황의조 선수를 이 사건 가해자로 바꾸어 진행하자면 다툴 법리가 상당합니다. 왜냐하면 사실상 이 사건 증거 물품은 형수의 위법한 증거로서 밝혀진 범죄이므로 이 부분도 다퉈야 되는 것이고요. 이렇게 되면 형수 또한 처벌이 3년 이상 나와야 되는 거죠.


그런데 이런 사건에서는 오로지 <피해자의 피해를 재판부가 고려하지 않았다>는 측면만 부각하므로, 저로서는 일반인이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이해가 가나, 변호사나 검찰이 이런 입장이라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이런 사건 법리는 이미 충분히 확립된 것이고, 새로운 법리로서 다퉈야만 더 형량을 올릴 수 있다는 건 변호사나 검찰이 더 잘 알 것인데, 이 부분을 제외하니까 말이죠.


새로운 법리로 다퉈야만 재판부의 갈등이 커지고, 이때 재판부가 새로운 법리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보수적이다> 비판할 수 있는 거죠. 여하튼 혐의가 단지 <4건의 불법 촬영>에만 제한된 상황에서 해당 형량은 낮은 건 아닙니다. 그리고 이것밖에 범죄 입증을 못한 건 검찰 잘못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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