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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빈곤의 주요한 이유는 자가 주택이 없어서인데

지금 고령 세대가 자기 집조차 없는 건 다소 의아한 부분은 있죠

by 이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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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의학 기술로는 인간이 다시 젊어질 수는 없기 때문에, 모든 인간은 늙을 수밖에 없고, 따라서 궁극에 노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노인이 되지 않거나 노인이 됐을 때도 가족을 부양하는 등의 책임을 지고 싶지 않은 청, 중년층의 급증으로 결혼과 같은 제도가 다시 안정적이 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결혼이나 출산을 비롯한 여러 사회 문제는 결국에 그 문제가 자신의 노년에 도움이 된다는 어떤 신뢰를 갖지 못 함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생각하고, 지금처럼 노인 빈곤이 심한 상황이라면, 과연 결혼이나 여러 사회 시스템 안으로 들어가려는 청년 혹은 중년이 있을까 싶습니다. 왜냐하면 지금의 고령 세대는 결혼과 가족과 많은 형제들과 지역 사회에 소속되는 것이 필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시스템이 노년에 도움이 안 되는 상황이라, 이걸 청년이나 중년이 반복할 생각이 없게 되는 거죠.


사실 지금의 고령 층은 한국이 허허벌판이었을 때부터 살았었기 때문에, 당시에는 땅값이나 집값이 사실상 상당히 낮았었고, 물론 임금도 낮았지만, 적어도 자기 주택을 마련할 가능성은 지금 세대보다 훨씬 높았다고 생각합니다. 호주처럼 노인 빈곤이 낮은 국가들은 통상 고령 층의 경우 자가 주택 비율이 높고 따라서 주거비 부담이 낮고 이로 인한 부담도 적죠.


고령으로서 빈곤한 계층의 다수는 자기 주택이 아니기 때문에 주거 불안에 따른 비용 압박도 높아지는데, 한국은 아마도 이 부분 즉 <고령층이 자가 주택이 아님으로 인한 비용 부담>이 큰 것 같고, 그렇다면 왜 이들은 자가 주택을 갖지 못했을까 의구심이 듭니다. 사실 서울 안에 웬만한 주택은 5억이 넘어가고, 근교에 있어도 2억 정도 되며, 서울 아파트는 그 값이 10억을 상회하므로, 주택 연금이라도 받아서 생활할 수가 있고, 그 밖에 기초 연금이나 기타 사회 보조 시스템의 도움을 받을 수가 있거든요. 즉 폐지를 줍거나 육체노동에 나가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집도 없는 극빈층이 되는 건 특수한 상황이어야 된다는 거죠.


보면, 자녀가 대학을 졸업하고 독립했다고 했을 때, 자녀가 유학이나 해외 체류 등으로 투자를 지나치게 하느라 자기 주택도 구입하지 못하고 빚을 진 경우가 아니라면, 통상 결혼 비용도 자녀가 부담했거나 부모는 그다지 부담하지 않은 경우, 지금의 고령층은 돈을 모을 시간이 나름대로 있는 경우가 많고 또 젊었을 때 사둔 집값은 자녀 독립 이후 상당히 올라있는 게 타당합니다. 당시 천만 원도 무척 큰돈이긴 하나, 당시 천만 원의 집이면 지금은 수십 억이 됐을 터라서요.


번 돈으로 집을 산 것도 아니고, 자녀에게 과감하게 투자한 것도 아니라면, 젊어서 벌어둔 돈을 사용한 곳이 불분명해지죠. 항상 돈을 너무 적게 벌었기 때문에 단순히 먹고사는데 소비했다고 하면, 정상적으로 건강한 사람이 한국 경제 발전기에 너무 돈을 적게 번 것도 납득이 안 가는 부분이 있습니다. 부자가 될 정도로 돈을 모으는 것에는 나름의 재주와 도전 의식이 필요하지만, 고령이 됐을 때 자기가 거주할 주택과 기본적으로 얼마 정도 나올 재산이 없다는 건 뭔가 특수한 상황이 있는 거죠.


다들 알고 있겠지만, 민주적으로 독재를 했다 어떻다 이런 부분을 떠나서, 한국은 70년대와 80년대 그리고 90년대까지 경제 발전이 비교적 순탄하게 일어나서, 일자리가 지금처럼 없는 경우가 없었거든요. 게다가 고령자들 시대에는 학력 중심이나 지식 중심 사회가 아니므로, 대기업이나 복지 좋은 직업이 없었던 것이지, 일자리 자체가 없진 않았었다고 보면 됩니다. 강남이나 잠실, 분당, 일산은 그냥 땅이었고 그걸 구입한 사람들은 엄청난 부자가 된 거고요. 지금 세대에게 그런 일은 일어날 수가 없죠.


노인 빈곤이 안타까운 일인 건 맞습니다만, 이게 시스템과 제도적 문제로 인한 것인지, 개인 차원에서 다소 통상적이지 않은 상황으로 인한 것인지 구분할 필요는 있는 거 같고, 만약 시스템과 제도적 문제라면 이 부분을 지금부터라도 고치면 되고, 개인 차원의 통상적이지 않은 상황으로 인한 것이라면, 그때는 아무래도 사회 보조 시스템으로 도울 방법을 찾아봐야겠죠.


무작정 한국 노년층이 OECD 가입국 중 가장 빈곤하다 이렇게 볼 게 아니라, OECD 가입국 중 가장 드라마틱하게 경제적으로 성장한 한국의 고령층 40%는 왜 경제 성장의 혜택을 보지 못하고 그늘에 있는가, 그걸 봐야 된다고 봅니다.


덧붙여서 노년기에 자기 삶이 없는 경우도 노년의 삶을 외롭게 하는 것 같습니다. 통상 노년기에 자녀들은 장년층으로서 한창 사회생활을 해야 하므로 고령인 부모와 시간을 보낼 수가 없는 경우가 많으며, 따라서 노년기에 자기 삶이 없는 경우, 외롭고 고독한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게 되는데, 이 부분도 고려가 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창 일할 나이의 자녀가 고령 부모의 수발을 들게 하는 것도 개인적으로는 사회적 낭비인 거죠. 게다가 지금은 고령으로 병에 들어도 십수 년을 살기 때문에, 한창 일할 나이에 부모 수발로 시간을 보낼 경우, 막상 그 자녀가 혼자가 됐을 때는 아무 대책이 없어지죠. 여하튼 관련 자료를 읽어보다가, 역시 노인 빈곤이 낮은 국가들은 대부분 고령층이 자기 주택을 소유했다는 걸 읽었고, 자기 주택을 갖고 있으면 주거비 부담이 낮아짐과 동시에 여러 제도적 혜택을 볼 수가 있는 것도 알겠더군요. 대표적으로 주택 연금도 있고요.


또 고령층 중에는 대출을 받아 자녀에게 준 뒤 자신은 파산하는 경우도 상당해서 고령 파산은 사회적 문제라고도 하므로, 이런 여러 다각도에서 한 번 볼 필요는 있는 거 같습니다.


저도 모친이 살아있을 때부터 척추에 골절이 되면서까지 일을 하기보다는 주택 연금부터 신청하라고 누차 말씀을 드렸고, 그 밖에 여러 제도도 알아봐 드리겠다고 했으나 모두 거부를 당한 채 모친의 갑작스러운 사망을 받아들인 터라, 노년 빈곤에 관심이 제법 있습니다. 계속 말씀드렸지만, 저는 제 가족도 제 직언을 거부하는 경험을 하고 있기 때문에 ^^;;;;;,,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살아라>, 잔소리해서 고치는 건 아주 힘들다는 걸 몸소 체험하고 있다고 보시면 되고요.


장년층인 저도 말할 수 없이 억울한 일들을 겪는 등 다소 특수한 이유로 지금 기초수급을 받으면서 상황이 힘들기 때문에, 이 부분에 관심을 두는 것이기도 합니다.


모친 사망 후 부친에게 계속 주택 연금을 신청하라고 말씀을 드리고는 있는데, 동생에게 빌려준 돈도 다시 받으면 된다고 하고, 다행히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으로 생활할 수 있다고 하여, 말씀만 드린다고 보면 됩니다. 부친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국민연금과 기초 연금, 주택 연금이면 두 분이 생활하는 데 무리가 없었을 텐데, 자녀에게 의지하고 싶지 않고 손주 용돈이라고 주고 싶다는 이유로 무리한 근로를 하다가 모친이 급작하게 사망에 이르고 보니, 더 끈질기게 설득을 했어야 하나 싶은 마음이네요.


오늘 또 이렇게 온갖 자료 보다가 새벽을 넘기고 내일 또 등과 허리가 아프다고 골골거릴 거 생각하면 저 자신에게 문득 짜증 아닌 짜증이 나는데, 한림대에서 코로나 실험에 참여 중이라 내일은 한림대를 가고, 거기서 받은 돈으로 백화점 가서 좋아하는 디저트나 먹으면서 통증을 달래 볼까 합니다.


그젠가, 롯데백화점에 가서 이것저것 디저트 사 먹으면서 보니까 요즘에는 오히려 편의점 신상 가격이 더 높은 것도 같더군요. 웬만한 신상은 5000원을 넘어가던데, 아니면 사이즈가 너무 작던데, 1000원 정도 더 내면 새로운 디저트를 먹을 수가 있더라고요. 진짜 오랜만에 백화점에서 디저트 사 먹은 듯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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