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기다려요 머그잔

by 지구



그를 만났다. 오랜만에 사람과 약속을 잡아 보니 기뻤다. 최근 일주일은 퐁실퐁실한 마음이 되어 누르기만 하면 눈물즙이 흘러나오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만큼 아팠는데, 그걸 또 누구에게 말할 순 없고. 내면의 고통 중 가장 극악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힘들었다.



그러던 중 그를 만나 공부하고, 밥도 먹고, 함께 걸었다. 언제 아팠냐는 듯 말짱해졌다. 대화를 나누며 내가 수용받는 기분을 받았다. 그는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고 마음을 채워준다. 내 마음이 텅 비어 있어서 빈 구석을 채워줄 누군가를 찾아왔는지도 모른다. 스스로 채우는 법을 몰라서! 함께 채워가는 거지.



함께, 함께라는 말이 참 좋았다. 개인주의가 강했던 내게 어느 공동체는 함께의 중요성을 반복적으로 알려줬다. 내가 조울증으로 아파 너무 힘들어 울 때 애인과 동생은 괜찮다고, 왜냐면 우린 함께니까. 함께 이겨낼 거니까 걱정말라고 든든하게 말해준다. 손을 잡아주고 힘없이 걷지 않도록 옆에서 지지해준다.



최근에는 친구에 대한 생각을 좀 했다. 내겐 베스트프렌드가 존재하는가. 학창시절까진 당연하듯 있었는데 대학에 오곤 사라졌다. 수많은 지인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러나 나는 내 마음을 채우고 서로의 영혼을 채워줄 친구를 늘 갈망했다. 이미 그런 존재가 되어주는 애인과 동생이 있음에도 친구는 별개의 영역이었다. 그래서 애타게 찾았던 것 같다. 나와 마음을, 진심을 나눌 친구를.



오늘 만남으로 어렴풋이 알았다. 나는 서로의 관계를 위해 노력하고 에너지를 쓰는 관계가 좋다. 한 쪽만 열심히 연락하고, 만나자고 하길 바라는 관계 말고. 누가 그런 사람들인지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최근 그런 둘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나와 너무 닮았으며, 내 고통을 털아놓아도 아무렇지 않게 들어준다. 헤어질 때 언제 또 볼 수 있냐고 항상 묻는다. 그 말이 엄청 따뜻하다.




나도 꾸준히 건강해져서, 더 나다워져서 한겨울 따뜻한 차를 품은 머그잔처럼 그들 곁을 데펴주고 싶다. 기다려요! 조금만! 왠지 나 더 강해질 수 있을 것 같아!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한겨울 광합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