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근사한 선물

by 아트인사이트


꽃을 무척 좋아한다.


가끔 들르는 꽃시장이나 꽃집에서 맡는 생화의 향기는 누군가에게는 비릿하다고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내게는 늘 반가운 냄새다. 생생한 향기로 말을 거는 듯한 꽃들 앞에서 나는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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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나를 잘 아는 주변 사람들은 종종 생일이나 특별한 날, 꽃을 선물해주곤 한다. 그럴 때면 나는 한없이 행복해진다.


꽃이 더 특별하게 느껴지게 된 계기는, 예전에 들은 하나의 이야기를 통해서였다. 졸업식에서 꽃을 선물하는 이유는 단지 화려한 꽃다발로 분위기를 북돋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꽃이 피어나기까지 애쓴 시간처럼, 너 역시 오랜 시간 애써왔고 잘 견뎌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그 시간들을 마무리한 너에게 축하의 마음을 전하는 방식인 셈이다.


물론 이야기는 지어내기 나름일 수 있다. ‘코에 붙이면 코걸이, 귀에 붙이면 귀걸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이 이야기는 내게 단지 잠깐 피었다 지는 찰나의 아름다움이 아닌, 그 순간의 아름다움이 오기 까지 이겨낸 시간의 깊이를 기리는 말로 다가왔다. 그래서 좋았다.


글을 쓰다 보니, 올해 받은 몇 번의 꽃 선물이 떠오른다.


먼 길을 돌아 친구가 어렵게 찾아낸 꽃집에서 사다 준 분홍빛 장미.


갑작스레 하얀 거베라를 들고 나타난 또 다른 친구.


되새겨봐도 언제나 마음이 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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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런 꽃들을 받아든 뒤, 향기를 맡는 그 첫 순간이 나는 가장 설렌다.


하지만 가장 기분 좋은 꽃은, 남이 준 꽃이 아니라 내가 나에게 주는 꽃이라는 생각도 든다. 기분이 울적할 때 사람들은 종종 샤워를 하거나 산책을 하라고 말한다. 혹자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좋다고 추천한다.


여기에 하나 더, 나는 조심스럽게 제안해본다.


꽃 한 송이를, 스스로에게 선물해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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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꽃시장이나 꽃집에 들러 가장 마음에 드는 꽃을 고르고, 사장님께 이름을 여쭤보자. 향긋한 꽃내음을 맡으며 집으로 돌아와, 컴퓨터를 켜 꽃말을 찾아본다. 그리고 그 뜻을 조용히 기록해둔다.


그렇게 기억 한 켠에 저장해 둔 한 송이를, 언젠가 어딘가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때 ‘내가 나에게 선물해준 꽃’이라는 기억이 애틋하게 피어오를지도 모른다. 그 순간, 과거의 어느 특별했던 하루가 현재의 날을 다시금 특별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가장 소중한 나에게, 꽃이라는 매개를 통해 하루를 선물해주는 일.


그건 분명, 근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매일 아침, 그 꽃에 물을 갈아주는 작은 행위는, 그저 오래 살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건네는 인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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