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형색색으로 미래를 요청하기

by 아트인사이트


[[그림책 키워드 인터뷰] 형형색색으로 미래를 요청하기, ‘곧 책이 열립니다’ - 사이다 작가]


저는 생각을 이야기와 그림으로 담는 작가 사이다입니다.


이번에 출간한 그림책 <곧 책이 열립니다>의 세 가지 키워드는 #넘기는행위 #작은인간 #책 입니다.


첫 번째 키워드 '넘기는 행위'부터 말씀드릴게요. 이 그림책에서 유독 눈길을 사로잡는 단어는 바로 ‘곧’입니다. '곧'으로 시작하는 문장은 다음 장면을 예고하는 역할을 해요. 이때 핵심은, 다음 장면이 미래가 되기 위해서는 독자가 반드시 페이지를 넘겨야 한다는 점이에요. 다르게 표현하면 이 책은 독자에게 넘기는 행위를 요청하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죠. ‘책이 열린다’라는 예고는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독자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완성될 수 없기 때문이에요. 독자가 이 말을 따르지 않으면 다음 장면이 전개되지 않아요. 그 행위에 관한 책이에요.


무엇보다 저의 개인적인 경험이 반영된 결과로 이해하시면 더 공감되실 거예요. 여러 권의 그림책을 출간하며 독자분들께 많은 사랑도 받았지만, 그만큼 그림책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쉬이 외면받는지도 동시에 체감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이런 이야기도 태어난 것 같아요. 이 그림책에서 어떻게 보면 저는 독자에게 애걸복걸하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제발 넘겨달라”고요.


두 번째 키워드 '책'에 관해 말씀드릴게요. 제가 독자에게 이렇게 간절하게 요청하는 이유는, 제가 책이란 매체를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이곳저곳 강의를 나가다 보니 더 잘 보이기도 할 텐데요, 주말에 놀고 싶은데 강연장에 억지로 끌려온 아이들을 본 적 있어요. 그런 아이들 손에는 핸드폰이 꼭 쥐어져 있죠. 요즘 아이들은 유튜브 같은 영상 매체에 훨씬 익숙해요. 책을 보기 쉽지 않은 환경에서 자라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더더욱 그런 아이들에게 책이라는 매체만이 할 수 있는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어요.


영상은 한 번 틀면 그대로 보기만 하면 되지만 책은 독자의 행위 없이 볼 수 없다는 점이 특별한 것 같아요. 요즘 가끔 챗지피티에 물어보기도 해요. ‘책이라는 매체가 없어지는 건 아닐까, 이 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하고요. 책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저에게 중요한 문제예요. 책이 없어진다고 생각하면, 그냥 슬퍼요. 물론 영상도 너무 좋은 매체이지만 책만이 전달하는 온전한 경험이 있다고 생각하고, 제게는 그게 굉장히 소중해요. 책이 영상에 지지 않으면 좋겠어요.


마지막 키워드 '작은 인간'에 관해 말씀드릴게요. 원래는 ‘어린이’라고 할지 고민했어요. 그러다가 ‘작은 인간’으로 바꾸었어요. 저는 어른과 어린이를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는 편이에요. 다 사람이잖아요. 하지만 분명히 차이는 있죠. 예를 들어 ‘농부가 밭에서 아주 작은 고구마를 캐면 어떻게 할까?’란 질문에 거의 모든 어른들은 대부분 ‘버린다’라고 답해요. 쓸모가 없으니까요. 그런데 어린이에게 같은 질문을 하면 ‘귀여울 것 같아요’ 라거나 ‘다시 심어줘요’라고 답해요. 참 아름다운 대답이죠. 어린이의 마음은 어른과 달리 아름다워서 그래요. 반짝반짝하죠.


‘그림책은 0세부터 100세까지 보는 매체’라는 말이 이제는 그래도 많이 보편화된 문장인 것 같은데요, 그럼에도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실은 그림책은 아이의 언어로 말해야 한다는 점이에요. ‘어린이성’을 잃지 않는 것이요. 정확히 말하자면 그림책은 어린이를 위한 책이라기보다는, 아이의 언어로 말하는 예술 책인 거죠.



글 -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이영



0곧_앞표지.jpg
곧.jpg
곧2.jpg
곧3.jpg
곧4.jpg
무인도여행.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이런 출근이라면 환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