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저녁 6시 30분, 때가 왔다. 과연 우리 팀은 오늘 승리할 수 있을 것인가.
2026년 KBO 정규 시즌이 개막을 맞이했다. 일주일 중 6일을 함께하는 야구 경기는 언제 쉬었냐는 듯 금세 나의 일상의 한 부분이 되었다. 올해는 우리 팀이 작년보다 더 잘해낼 수 있을지, 겨우내 쉬지 않았던 훈련의 성과가 있을지 기대가 되는 시간이다. 수많은 야구팬들은 아마 비슷한 설렘과 걱정을 가지고 개막을 기다렸을 것이다. 우리는 왜 이렇게나 야구라는 스포츠를 사랑하는 것일까? 그 이유를 한번 고민해 보았다.
직관의 매력
야구 경기는 직관을 갔을 때 그 매력을 100% 느낄 수 있다. 현장에서는 ABS 존도 보이지 않고 거리도 멀기 때문에 중계방송만큼 경기를 자세히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티켓이 전석 매진되고 사람들이 원정 경기에까지 찾아가는 이유는 야구장이라는 장소가 가진 에너지 때문일 것이다.
우리 팀의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 속에 파묻혀 다음 날 목소리가 안 나오도록 응원가를 부르고 소리 지를 때 느끼는 소속감과 벅참은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다. 원정석의 뜨거운 햇빛에 땀 흘리다가 선선해지는 바람과 함께 감상하는 야구장의 노을도 빠뜨릴 수 없다. 그리고 야구장 곳곳에서 사 먹을 수 있는 직관 푸드와 시원한 맥주까지, 이 모든 것을 약 3시간 동안 만원 대의 티켓으로 즐길 수 있는 야구 직관은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여가 생활이다.
도파민 중독 스포츠
야구는 팬들이 늘 화나있는 스포츠로 유명하다. 그 이유가 궁금하다면 유튜브에서 엘지 트윈스의 열혈팬인 개그맨 문상훈의 ‘야구팬들이 항상 화나 있는 이유’ 영상을 참고해 보시라. 이 영상에서도 언급된 것처럼 야구는 실패의 스포츠라고 불릴 만큼 수많은 실패의 순간들이 쌓여 경기를 완성한다. 우승 팀도 약 40%의 경기는 패배하고, 뛰어난 타자도 약 70%의 공은 치지 못한다. 이토록 많은 아쉬운 순간들이 있기 때문에 가끔 찾아오는 성공이 더욱 짜릿한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솔직한 마음으로는 투수는 전부 삼진 아웃으로 이닝을 끝내고 타자는 안타만 치길 바란다.
야구팬들이 마음을 졸이며 매 경기를, 투수의 공 하나하나를 지켜보는 일종의 야구 중독 상태는 마치 랜덤 가챠에 중독되는 것과 유사하다. 우리의 뇌는 규칙적인 보상보다 불규칙적인 보상에 쉽게 중독되며, 도파민은 실제로 보상이 주어졌을 때보다 보상을 기대할 때 더 많이 분비된다. 경기 후반부 역전 홈런을 간절히 비는 것, 2아웃 만루에서 마지막 아웃 카운트까지를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는 것은 마치 잭팟이 터지길 기대하는 갬블러의 마음과 같다. 이러한 원리를 생각해 보면 야구팬들은 농담처럼 말하는 도파민 중독이 아니라 실제로 도파민 중독 상태에 빠진 것일지도 모른다.
미우나 고우나 응원할 수밖에 없는 우리 팀
나는 기아 타이거즈의 팬이다. 보통 야구 응원팀은 부모님이 응원하시는 팀, 연고지가 나의 고향인 팀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나 또한 비슷한 경로로 기아 타이거즈의 팬이 되었다. 그리고 한번 정한 응원팀은 웬만해서는 바뀌지 않는다. 우리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보다 보면 깊게 정이 들어서 다른 팀으로 옮겨가는 것은 배신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타 팀의 잘하는 선수를 영입하고 싶을지언정 우리 팀의 성적이 좋지 않다고 팀을 바꿀 수는 없는 일이다.
사실 개막 이후 기아 타이거즈는 다소 아쉬운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하고 싶은 말이 넘치도록 많지만, 그래도 역시 가장 전하고 싶은 것은 늘 응원하고 있다는 말이다. 성장하고 있는 어린 선수들이 경험을 쌓아서 미래의 팀의 기둥이 되길 바라고, 현재 다소 부진한 선수들도 가진 기량을 모두 발휘할 수 있길, 큰 부상 없이 건강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아직 정규 시즌 144경기 중 8경기밖에 치르지 않았다. 선수들이 경기에 성실하게 임하는 이상 나도 기대를 놓지 않고 끝까지 응원할 것이다.
이러한 팀에 대한 애정은 야구를 더 좋아하게 만든다. 우리 팀이 승리한다고 나에게 이득이 되는 것은 없다. 그저 순수한 기쁨만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때로는 누군가를 응원하는 마음이 스스로에게 더 큰 힘이 될 때가 있다. 힘들었던 하루의 마지막에 우리 팀이 멋지게 이긴 경기가 행복이 되기도 하고, 오랜 시간을 기다려 빛을 본 선수가 활약하는 모습이 감동을 주기도 한다. 그럴 때면 야구를, 우리 팀을 좋아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며
야구를 보며 늘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화나고 아쉬운 날들이 더 많다. 앞서 말했듯 야구는 실패의 스포츠이니 말이다. 똑같이 패배한 경기더라도 잘 싸웠다는 느낌이 드는 경기가 있고,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경기도 있다. 어쩌면 야구에 대한 팬들의 감정은 애정보다 애증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습관처럼 경기 일정과 선발 투수를 확인한다. 1,2회에 실점을 하면 중계를 껐다가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7회쯤 다시 중계를 켜기도 한다. 야구를 좋아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오늘도 야구를 보고 우리 팀을 응원하고 있다. 부디 아쉽지 않은 경기를 하길, 다치지 않길 바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