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일본판으로 리메이크되었다. 3월 말부터 방영을 시작하였고, 한국에서는 TVING에서 시청할 수 있다. 간만의 반가운 리메이크 소식에, 예전에 보았던 이 드라마를 다시 한번 보았다. 이번에는 취준생의 시선으로, 노동과 경영의 관점에서.
취업시장이 아주 꽁꽁 얼어붙었다. 이런 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는 취준생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개인적으로 취준생을 가장 절망스럽게 하는 말은, 이렇게 치열하게 준비해도, 결국에는 회사의 부품으로 갈리게 될 것이라는 직장인들의 한탄이다. 일터에서 비전과 의미와 행복을 찾는 것은 요원한 일이며, 결국에는 주말만을 기다리며 살게 될 것이라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정말, 자본주의 사회의 일터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수평의 착취가 늘어가는 이 불경기에, 일터에서 비전과 의미와 행복을 원하는 것은 정말 철없는 짓일까? 수익 창출과 행복 추구는 정말 함께 갈 수 없는 것일까?
드라마 <스토브리그>는 직장인들의 이야기이다. 야구단 프론트에서, 새 시즌을 준비하기 위해 치열하게 일하는 직장인들의 이야기. 스포츠물인 동시에 오피스물이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만년 꼴찌 구단 ‘드림즈’. 이 구단을 살리기 위해 신임 단장 백승수가 부임하고, 그가 끌어내는 변화는 ‘스토브리그’ 동안 드림즈를 아주 많이 성장시킨다.
노동으로서의 스포츠, 열정의 대상으로서의 스포츠
대부분의 스포츠물에서, 스포츠는 열정의 대상으로 재현된다. 스포츠물에서 선수들은 자신이 좋아하기 때문에, 더 잘하고 싶으므로 운동하고, 훈련한다. 그러나 프로의 세계는 열정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선수들은 스포츠를 사랑하지만, 대가 없이는 운동하지 않는다. <스토브리그>에서는 노동으로서의 스포츠와 열정의 대상으로서의 스포츠, 스포츠의 양면성이 드러난다.
프로 스포츠에서 선수들의 하는 훈련과 경기, 운동은 낭만의 대상이 아니다. 그들의 실력은 철저하게 데이터로 평가되고 실력에 따라 연봉이 책정된다. 단장 백승수는 30%나 줄어 버린 모기업의 후원을 가지고, 선수들의 연봉을 조금씩 깎아 가며 선수단과의 계약을 마친다. 후원을 줄인 것은 모기업인데, 그 아래 프론트와 선수단만 서로 얼굴을 붉히며 싸우고, 감정이 상하는 일이 일어난다. 선수들은 ‘내 몸값이 이것뿐이냐’고 하고, 프론트는 ‘이것밖에 줄 수 없다’고 한다. 깎인 연봉은 필연적으로 사기 저하로 이어지고, 프론트는 떨어진 선수들의 사기를 다시 끌어 올리려 고군분투한다. 자본주의 하의 프로 스포츠 세계가 얼마나 냉혹하게 굴러가는지 보여 준 셈이다. 스포츠는 젊음과 패기로만 굴러가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의 노동은 또 돈으로만 굴러가지 않는다. 팀의 맏이 투수 장진우는 깎여 버린 연봉을 두고 ‘이 연봉을 갖고 가족들에게 희생을 요구하기는 궁색하다’고 하면서도, 팀에 대한 애정과 야구를 향한 열정 때문에 은퇴를 유보한다. 팀의 4번 타자 임동규는 높은 연봉과 우승 가능성보다도 ‘자신의 응원가를 부르며 철망을 흔드는 아저씨, 쥐포를 구워 주는 아줌마’들, 즉 자신의 팬들이 야구를 계속하게 하는 동력이라고 말한다. 돈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언제나, 돈보다도 중요한 가치가 존재하는 법이다.
휴머니스트적 가치가 경영에 녹아들 때
‘드림즈’의 신임 단장 백승수는 이것을 잘 이해하고 있다. 돈이 아주아주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때로는 돈으로 설명할 수 없는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것. 그는 ‘휴머니스트와는 일을 하지 않겠다’라고 말하며, 그간 팀의 핵심 전력이었던 사람을 가차 없이 잘라낸다. 그래서 그는 자칫 냉혈한처럼 보인다. 그러나 회차가 진행되며, 그는 영리한 전략으로 돈과 그 이상의 가치를 모두 잡는 단장이었음이 드러난다.
그는 분명 휴머니스트는 아니다. 의사 결정을 할 때 사사로운 정이나 의리에 얽매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이 사람을 도구 취급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는 팀을 구성하는 개개인을 인격적으로 대하고, 정과 의리를 걷어내고, 그 사람이 가진 재능과 가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 팀의 사기를 북돋기 위해 전지훈련지에서 그가 하는 말은, 그가 인간적인 가치를 잘 이해하는 리더임을 드러낸다. ‘만약 이 팀이 우승한다면 그것은 이런 곳에서도 열심히 훈련하신 선수분들 덕분이고, 이 팀이 우승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이런 곳으로 전지훈련을 보낸 나 때문이다’.
작중 재송그룹 회장은 그와 대비되는 리더상으로 그려진다. 드림즈의 모기업 회장인 그는 직접 말한다. 본인은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아서 이 자리까지 올라왔으며, 일을 하지 못하는 사람은 가차 없이 잘라낸다고. 돈만 읽어내는 그에게 드림즈라는 구단은 돈 잡아먹는 기생충일 뿐이다. 그래서 그는 산업군을 바꾸고 드림즈를 해체하려고 한다. 스토브리그 기간 그들이 일군 변화, 우승 가능성, 팬들의 애타는 마음과 선수와 프론트 직원 개개인의 열정은 보지 않은 채로.
팀은 결국 매각된다. 드림즈의 새로운 모기업이 된 IT기업 PF는 ‘해체 직전의 야구단을 운영하게 되면서 열 개의 구단 체제를 유지시켜 준 경영인’의 타이틀을 얻게 되었다. 제대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백승수 단장의 노력 덕에 새로워진 드림즈는 새로운 시즌을 시작한다. 재송그룹 회장이 행복할지 어떨지는 드러나지 않지만, 만약 드림즈가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그는 자신이 놓친 매출을 두고 후회하지 않을까, 모를 일이다.
내가 이 드라마에서 읽어낸 것은 이것이다. 인간적 가치에 대한 이해 없이는 경영도 잘될 수 없다는 것. 야구 같은 스포츠 산업, 또 넓게는 문화 산업은 인간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기 위한 것이다. 비단 문화 산업뿐 아니라 모든 산업은 결국 인간의 삶을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적인 가치를 배제하고서는 좋은 경영을 할 수 없으며, 인간적 가치를 고려하는 경영에서 노동다운 노동이,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노동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