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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인사이트 Sep 21. 2019

전쟁의 목격자

한국전쟁 종군기자 마거리트 히긴스 전기

 



인천상륙작전을 함께했던

여성 최초의 퓰리처상 수상자,

강철 심장을 가진 종군기자

마거리트 히긴스.



 

1950년 6월 25일 일요일 새벽, 북한 공산군이 기습적으로 남한을 침략했다. 그로부터 이틀 후, 미군의 한국전쟁 참전 여부조차 결정되지 않았을 때 마거리트 히긴스Marguerite Higgins, 1920-1966는 전쟁 지역 중심부로 들어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마거리트 히긴스는 미국의 언론인이자 종군기자로서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친 인물이다. 그녀는 제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콩고내전, 베트남전쟁을 몸으로 뛰면서 긴박한 현장을 직접 취재했고, 수많은 특종과 현장감 넘치는 기사를 통해 전쟁의 고통과 참상을 전 세계에 알렸다.


특히 한국전쟁을 취재할 때는 전쟁 발발 이틀 만에 한국에 들어와 약 6개월 동안 한반도 전역을 종횡무진하며 전황을 보도했다. 대한민국 해병대를 상징하는 '귀신 잡는 해병대'라는 말도 히긴스가 한국 해병대 1개 중대가 북한군 대대병력을 궤멸시킨 통영상륙작전을 보도하면서 남긴 "그들은 귀신도 잡을 수 있겠다They might capture even the devil"라고 쓴 기사에서 유래했다. 1951년에는 한국전쟁을 취재하고 쓴 <자유를 위한 희생War in Korea>으로 퓰리처상 국제 보도 부문에서 여성 최초로 수상을 했다.


<전쟁의 목격자Witness to war>는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앙투아네트 메이Antoinette May가 마거리트의 주변 인물들을 조사하고,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쓴 마거리트 히긴스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다. 저자는 히긴스를 직접적으로 알고 있거나 깊은 인연이 있는 사람들-친구, 동문, 직장 동료, 가족-이 들려주는 이야기와 증언을 통해 그녀의 삶을 가능한 한 있는 그대로 보여 주고자 했다. 그래서일까. 이 책에는 마거리트 히긴스에 대한 가장 진솔하고 생생한 목소리가 담겨 있다.

 

마거리트 히긴스 Marguerite Higgins

 

히긴스는 아일랜드 출신의 아버지와 프랑스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공습 대피소에서 만났는데, 마치 그녀가 종군기자가 될 운명을 타고났다는 걸 예견하는 듯하다. 히긴스는 학창시절 학업 성적이 매우 우수했고, 경쟁심이 남달랐다. 또 빼어난 지성만큼이나 아름다운 외모로 사람들에게 늘 주목받는 아이였다. 비록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지만 히긴스의 어머니는 그녀가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힘썼다.


히긴스는 버클리 대학UC Berkeley과 컬럼비아 대학원에서 수학했고, 스물두 살에 <뉴욕 헤럴드 튜리뷴New York Herald-Tribune>(이하 <트리뷴>)에서 본격적으로 기자로서의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트리뷴>의 정식 기자가 된 마거리트 히긴스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이제 아무것도 없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 가던 1944년, 마거리트 히긴스는 <트리뷴>의 런던 특파원으로 발령받으면서 종군기자의 길로 들어섰다. <트리뷴> 내부에서는 '여성 종군기자'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었지만 히긴스는 비웃기라도 하듯 연이어 특종을 터뜨리면서 그러한 우려를 단번에 날려 버렸다. 그뿐만 아니라 미군보다 먼저 독일 국경을 가로질러 악명 높은 다하우 강제수용소에 최초로 진입했고, 그곳의 포로들을 해방시키는 공로를 세웠다. 그녀는 특종 앞에서 물불을 가리지 않는 강철 심장을 가진 기자였다.


마거리트 히긴스를 슈퍼스타로 만든 것은 한국전쟁 취재였다. 그녀는 한국전쟁을 취재한 300여 명의 종군기자 중 유일한 여성 기자였다. 사실 <트리뷴>이 처음부터 히긴스를 전쟁 특파원으로 파견한 것은 아니었다. 히긴스가 독일에서 세운 성과에도 불구하고 본사 경영진들은 그녀를 일본 도쿄 지부로 발령냈는데, 이는 일종의 좌천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녀는 어려움 속에서도 특종을 찾아냈고, 한국전쟁 당시 맥아더 총사령관이 지휘한 인천상륙작전을 함께하며 그 상황을 전 세계에 보도했다.


'종군기자 마거리트 히긴스'는 늘 전쟁의 최전선에 있었다. 그녀는 전쟁을 쉽고 안전하게 취재하기 위해 군 장성이나 고위 장교들과 가깝게 지내려고 특별히 노력하지 않았다. 오히려 분쟁 지역에서도 실제 전투 현장과 가장 가까운 곳에 머무르면서 참전 군인들과 함께 전투를 치렀다. 그래서 히긴스의 기사에는 이등병에서부터 총사령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급의 사람들이 느끼는 전쟁에 관한 생각이 폭넓게 담겨 있다. 전쟁터 근처에도 가보지 않은 기자들이 쓰는 글과 본질적으로 다른 이유다.


한편 히긴스는 전쟁터에서 공산주의 진영 말고도 남성 기자들과 또 다른 전투를 치러야 했는데, 때로 '여성'이라는 이유로 전선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여성 종군기자의 평등한 접근이라는 명분을 발전시켰다. 히긴스는 여성에게도 남성과 똑같은 공평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줄곧 주장해 왔다.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이유만으로 취재에서 배재될 수 없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었다. 즉 자신이 최전선에 가지 못한다는 것은 종군기자로서 활동할 때 '여성'이라는 성별이 핸디캡이 된다는 점을 증명하는 셈이었다.


<전쟁의 목격자>는 가장 위험한 곳에서 전쟁의 참혹함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세계 평화를 위해 헌신한 마거리트 히긴스의 삶을 기억하는 책이다. 하지만 히긴스에게는 '마릴린 먼로를 닮은 금발의 종군 여기자'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붙어 전설적인 기자로서의 성취보다는 '미모의 여기자'로 기억된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위대한 종군기자를 넘어 '전쟁 감시자', '평화 수호자'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부족하다. 이 책은 '종군기자 마거리트 히긴스'의 삶을 있는 그대로 말하고, 그녀가 전 세계에 알리고자 했던 자유와 평화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전쟁의 목격자

한국전쟁 종군기자 마거리트 히긴스 전기


 

지은이 : 앙투아네트 메이


옮긴이 : 손희경


출판사 : 생각의힘


분야

역사/문화


규격

145*225mm


쪽 수 : 436쪽


발행일

2019년 09월 25일


정가 : 16,000원


ISBN

979-11-85585-75-8 (03900)




저역자 소개


 

지은이 앙투아네트 메이Antoinette May


작가이자 저널리스트. 42주 연속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였던 실비아 브라운의 전기 <영매의 모험 Adventures of a Psychic>의 공동 저자다. 메리 셸리와 <프랑켄슈타인>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 <결연한 마음Determined Heart>, 성경 속 인물을 모티프로 한 소설 <빌라도의 아내Pilate's Wife> 등을 썼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에 정기적으로 글을 기고하며 <코스모폴리탄>, <컨트리 리빙>, <셀프>, <샌디에이고 유니언>,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산호세 머큐리 뉴스>등 여러 신문과 잡지에 글을 썼다.

 


옮긴이 손희경


편집자·번역가. 옮긴 책으로 <호기심 미술 수업>, <모던 라이프>, <뜻밖의 미술>, <미술관 100% 활용법>이 있고, 함께 옮긴 책으로 <아주 사적인 현대미술>, <레오나르도 다 빈치 노트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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