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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인사이트 Mar 21. 2020

화분에 피어날 그 어떤 것을 기다리며 - 세정 '화분'

화분, 따뜻하면서도 단단한. 생명력을 지닌 위로가 되다

 

요즘 노래 취향이 바뀌는 것이 느껴진다.


빠른 비트와 멜로디, 랩 파트가 많은 노래들이 주를 이루었던 내 재생 목록은 따뜻한 요즘 날씨를 따라가듯 느긋하고 부드러운 곡들이 비중을 넓혀간다. 그래서 요즘은 인기차트보다는 신곡차트를 찬찬히 살펴보며 취향에 맞는 노래들로 재생 목록을 채워가는 중이다. 그러던 중 눈에 띄는 노래가 있어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글을 쓰게 되었다.


지난 2016년 시작해 큰 열풍을 일으킨 프로듀스 101에서 ‘갓’세정으로 얼굴을 알린 김세정이 이 노래의 주인공이다. 벌써 4년이 지나 연습생이라는 말이 어색하지만 아직까지도 신선함과 발랄함을 지닌 김세정은 이번 앨범 <화분>으로 첫 솔로앨범을 발매했다. 꽃길, 터널 등 평소 따뜻하고 공감되는 노래들을 주로 불러서일까 노래 <화분>은 ‘김세정’이라는 아티스트의 이미지에 어울리는 노래라는 인상이 가장 먼저 든다.


앨범커버는 한 없이 따뜻한 봄날의 느낌이 든다. 화이트 색상의 옷과 배경은 깔끔하고 전형적인 발라드를 연상케 한다. 하지만 <화분>의 뮤직비디오는 상상하던 느낌과는 달랐다. 추위가 옷깃을 파고드는 은근한 가을 날씨에 향긋한 커피 한 잔을 더한 것 같은 차분함과 묵직함은 앨범의 첫인상과는 달리 한 없이 부드럽기만 한 노래는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했다.

 

앨범 <화분> 커버


노래 <화분> 뮤직비디오 中

 


나는 초록을 닮은

푸른 마음 하나가 필요해

하루를 살아내고

다시 이만큼 또 자라있는


눈에 잘 띄는 곳에

너를 두고 사랑을 줄 거야

네가 자라는 만큼

나의 맘도 채워지는 거야


Tell me everything to me

Your everything to me

사람들이 모르는

그늘진 마음


가사를 찬찬히 살펴보면 한 마디 한 마디가 스스로에게 전하는 ‘위로’ 같기도 하다. 모르는 사이 부쩍 자라기도하고 하루를 대견히 버텨내기도 하는 ‘나’에게 이 노래는 포근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위로’가 진정한 ‘위로’로 느껴지기 위해서는 가사에서 언급된 ‘그늘진 마음’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 노래가 한 없이 부드러운 느낌은 아니라는 인상도 바로 이런 단어에서 비롯된 것 같다. 그 ‘우울’을 이해하고 들어준다는 가사는 나의 어둠까지도 이해한다는 인상을 주어 단단하고 견고한 마음을 지닌 느낌을 준다. 이러한 투박하면서도 진지한 표현들은 무조건적인 믿음과 위로보다 마음을 울린다.

 

 

뮤직비디오의 처음은 주인공의 입속에서 꺼낸 작은 알약 같은 씨앗을 심으며 시작한다. 마땅한 화분 하나 없이 솜뭉치들 사이에 심은 씨앗은 뮤직비디오의 끝부분에 이르러 예쁘게 피어난다. 두 손 가득히 담기는 작은 화분 하나에는 왠지 모를 설렘과 뿌듯함까지 느껴진다.


우리 모두 자신만의 ‘화분’을 하나씩 지니고 있다. 작곡가이자 작사가 선우정아는 말 그대로 자신의 모든 이야기를 주고 받을 수 있는 화분을 생각했고, 이 노래를 부른 김세정은 반려동물을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럼, 나에게 화분은 뭘까. 사실, 화분에 담긴 식물은 여리고 예민하다. 푸르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물도, 햇빛도, 사랑도 필요하다. 그런 사려 깊은 관심 속에서야 비로소 조금씩 크기를 키워간다. 그것도 아주 천천히. 하지만 시들기도 쉽다. 마치 사람의 마음처럼 말이다.

 

결국, 뮤직비디오를 보며 화분은 자기 자신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스스로의 성장에 약이 되어준 고마운 화분은 나에게서 나온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스스로를 얼마나 사랑하고 아껴주고 또 믿음을 주고 솔직해 주는 지에 따라 어떤 끝을 맺을지는 달라진다. 화려한 꽃을 피울 수도 있고 열매를 맺는 나무가 될 수도 있고, 사시사철 푸른 빛을 지닌 어떤 것이 될 수도 있다.

 


내게만 들리는

나를 달래주는 목소리


Tell me everything to me

Your everything to me

너만이 알고 있는

비밀스런 꿈


내게만 들리는

나를 달래주는


나는 초록을 담은

작은 화분 하나가 필요해

 

앨범에 담긴 5곡의 곡 중 4곡이 김세정이 직접 작사, 작곡한 곡인데 그 중에서도 SKYLINE이라는 수록곡이 인상 깊었다. 내가 인기차트의 대부분을 차지한 대중적인 곡들에 익숙해져서일까. <화분>이 조금 더 다듬어진 곡이자 김세정의 이미지를 상징한다면 SKYLINE은 좀 더 대중적이고 상쾌한 느낌을 준다는 점에서 눈길이 갔다.


또한 <화분>이 ‘위로’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하고 싶은 말을 전한다면 SKYLINE은 ‘찬란’이라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한 ‘응원’이 느껴진다. 스스로의 가치를 담담하면서도 솔직히 이야기해 나가면서도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편하게 들을 수 있게 만들어진 이 노래는 필자 또한 계속 찾게 될 정도로 꽤나 매력있다.

 

앨범 <화분>은 한 가수의 첫 앨범답다는 인상을 준다. 미숙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만큼 순수하고도 수수하며 아티스트의 이미지를 잘 녹여냈다. 또한 4년간 천천히 쌓아온 아티스트만의 개성이 은근히 묻어있다.


SKYLINE의 가사처럼 이 앨범, 이 가수, 그리고 이 노랠 듣고 즐길 모두가 ‘찬란하면서도 그 안에 담긴 모든 게 더 빛이 나기를’ 간절히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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