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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자는 사람을 위한 선물

이근세의 수면양, 닭, 잡묘상, 융, 푸이까지....

by 손큐

피곤하지 않아요?

잠 자다 깨고 푹 못자고 불안하고, 그런데 계속 커피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없고 그렇지 않아요?

다들 그렇게 살아요...그런데 가급적이면 평안하게 살고싶어요.....양이나 펭귄처럼요....

그런 바램 같은 작가 작품 감상하는 시간!



이근세 (Lee Geun Se)

금속조각가.
수원대학교 조소과 졸업.지금은 양평 강상면 작가마을~~

한 때 그는 화성예술공장 공장장이기도 했다~

그의 작품을 한눈에 볼! 개인전 고대해 보며....

< 이근세 작가의 작품에 나타난 미의식을 넘보다 >

: 포근한 철, 빛나는 존재 ― 이근세 조형세계의 미의식

글_손정화

이근세의 조각을 처음 마주한 사람은 누구든 그 물성을 의심하게 된다. 철이란 사실이 믿기지 않기 때문이다. 뜨겁고 차가운 이중성을 품은 금속이, 어떻게 이토록 포근하고 따뜻한 존재로 다가올 수 있을까.

작가는 말한다. 망치로 두드리고, 불로 달구고, 손으로 천 번 만 번 만져보며 형태를 만들었다고. 눈을 감고 보면 그 조형들은 사랑하는 아내를 바라보는 눈빛, 잠든 아이의 얼굴을 쓰다듬는 손길과 닮아 있다. 수면양, 잡묘상, 닭, 고양이, 그리고 ‘푸이’와 ‘융’까지. 그의 손끝에서 태어난 모든 존재들은 ‘안겨주고 싶은 존재’, ‘내 곁에 두고 싶은 따뜻한 무엇’이다.

이근세의 작업은 단순한 동물 형상 구현에 그치지 않는다. 그가 다루는 소재는 곧 ‘마음의 형상’이다. 잠들고 싶지만 잠들 수 없는 날의 위로, 억울함과 불안 속에 하루를 마감하는 이들에게, 수면양은 조용한 밤의 친구로 다가온다. 그런 의미에서 이근세의 조각은 단순한 오브제가 아니라, 감정의 동반자이며, 마음의 조율자이다.

프랑스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는 “모든 기호는 실재를 가장한 시뮬라크르”라 말했지만, 이근세의 조형은 실재의 결핍을 치유하는 물질의 감정이다. 철이라는 재료에 ‘부드러움’을, 무게에 ‘떠오름’을, 강도에 ‘포용’을 불어넣는다. 그것은 마치 금속이라는 물질 자체가 우리 삶의 감정과 교감하고 있다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작품 <수면양>은 특히 그러하다. '잠이 오지 않는 시대'에 작가는 양을 세운다. 줄을 선 양들, 줄을 선 사람들. 그것은 수면을 향한 염원의 상징이자, 치유되지 못한 감정의 언어들이다.
그리고 <융>과 <푸이>는 그 곁을 지킨다. 어느 지붕 위, 혹은 빙하 조각 위 조용히 서 있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세상의 경계 너머’를 응시하는 존재들 같다.

이근세가 참여한 이번 전시에서 가장 압도적인 장면은 단연 ‘빙하의 조형’이다. 대자연과의 조우이자, 인간의 감정이 녹아내리는 메타포로서의 빙하는, 무려 250평 규모의 현장에서 하나의 '우주적 상징'으로 재탄생한다. 바람, 빛, 물, 소리, 그리고 철. 이 모두가 공명하며 하나의 시적 공간을 형성한다.

그가 구현하는 미학은 단단함과 따뜻함의 공존이다. 인내의 물성, 사랑의 형상, 그리고 포용의 시간. 이는 단지 조형의 문제를 넘어선 삶의 태도이자 예술의 윤리다. 마치 철이 응축한 시간처럼, 그의 조각은 시간을 들여 감상해야 한다. 오래 바라보고, 다가서고, 닿아보고, 마음에 담아야만 그 진실한 아름다움이 온전히 드러난다.

‘동물’을 모티프로 삼되, 그것은 단지 동물이 아니다. 구름을 닮은 양, 산을 닮은 펭귄, 별을 품은 고양이. 이근세의 조각은 감정과 시의 세계를, 물성과 영성의 세계를, 현실과 초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우리에게 질문을 건넨다.

이근세의 조형 세계는 한국 현대조각사에서 정서적 물성을 다룬 계보와도 맞닿는다. 박수근이 담은 생활의 질감, 김환기의 점들이 표현한 그리움의 밀도, 이우환의 선이 함축한 고요한 사유처럼, 이근세의 철 조각은 현대적 감정의 풍경을 다룬다.

더 나아가, 독일 미학자 로타르 뮐러의 ‘소박한 감정의 미학’(Ästhetik der Nähe) 개념처럼, 관객과 작품이 물리적 거리보다 감정적 거리에서 맞닿도록 설계된다. 그리고 그것이 이근세 조각의 가장 큰 힘이기도 하다.
그는 말 없이, 비명 없이, 화려한 장식 없이 묵묵히 다가온다. 그렇게 다가온 작품은, 어느덧 우리의 등을 토닥이고 마음의 한 귀퉁이를 채운다.

마음이 아픈 시대다. 사람을 미워하게 되는 사회다. 속도가 감정을 삼켜버리는 하루다.
이근세의 조각은 이 모든 흐름에 저항하며, 단단히 말한다.

사람이 곁에 있어야 한다.
작품도 사람 곁에 있어야 한다.
예술은 사람을 안아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의 조형은 그 자체로 안아줌의 언어이다.

이근세의 작품은,
우리 아이가 밤잠을 이루지 못할 때
곁에 놓아주고 싶은 존재이며,
사랑하는 이에게 무엇보다 먼저 건네고 싶은 위로이며,
세상에 상처받은 이에게 말을 걸지 않고도 함께할 수 있는 침묵의 조각이다.

그의 조형은 오늘의 위로이자, 내일을 위한 마음의 장치이다.
그리고 우리는 깨닫게 된다.

이근세의 작품은,
미래세대에게 우리가 전해주고 싶은
가장 따뜻한 선물이 될 것이다.

2025년 5월 31일, 5년간 수면양과, 잡묘상과 닭, 융이 푸이, 그리고 기억의 빙하를 만나기 까지 단단하고 견고하고 아름다웠던 그의 작품을 찬탄하며 손큐가 쓴글입니다.


















이근세 Lee Geun Se 수면양, 2018


예전에 이런 글이 있어요 (손큐의 최초 브런치에 수면양을 보면서 썼던 글)

요즘은 이근세의 양을 보면서 "Sleepy Sheep"제목처럼 정말 졸리운양의 사랑스러움을 느낀다. 잠시 나른하고싶을때 옹기종기 모여있는 저 양들을 보면서 위로를 얻기도하고 뾰족해진 심경을 다듬기도하고, 내면을 정화시키는데있어 예술이 주는 감사함을 느끼곤 한다 (손큐 브런치 첫페이지에)

가을바람이 선선히 불어오며 계절이 바뀌는 시점이다.
미술관 정원에서 조용히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 펼쳐진다.
구하우스 정원을 천천히 거닐다 보면, 이근세 작가의 작품 <수면양>을 만나게 된다.

작가는 단단하고 강한 철이라는 재료를 뜨거운 열기로 다스려
포근하고 따뜻한 감성으로 변형시킨다.
그렇게 탄생한 ‘수면양’들은 부드럽고 소박하며 따스한 기운을 담는다.

수면양들 곁에는 ‘융푸’가 함께 서 있다.
융푸는 수면양들을 조용히, 늠름하게 지키는 존재이다.
차갑고 딱딱한 쇠는 작가의 손끝에서 말의 정감 있는 모습으로 구현된다.

우리 주변의 친근한 소재들이 작가의 손을 거쳐 예술로 승화된다.
철이 가진 물성은 그대로 두되, 그 위에 감성이라는 온기를 입힌다.
그 속에서 위로와 평온, 생명에 대한 시적 감수성이 피어난다.

-구하우스 있을 때 손큐가 썼던 글-




작가노트
이근세 작가는 철이라는 단단한 재료를 주된 매체로 사용하여, 닭, 고양이, 개, 토끼, 양 등 우리 주변의 익숙한 동물들을 단조기법(鍛造技法, forging)을 통해 표현한다. 단조는 금속을 두드리며 형태를 만들어가는 전통적인 조각 기법으로, 작가는 이 과정을 통해 단순한 금속 덩어리 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수면양’ 시리즈는 2009년부터 제작된 대형 설치작품으로, 밤마다 잠들지 못하는 현대인들을 위해 꿈속으로 이끄는 안내자로 양들을 표현한 것이다. 수면양은 철로 만들어졌지만, 동글동글한 양털 형태, 온화한 표정, 귀여운 자태를 통해 보는 이로 하여금 따뜻한 위로를 느끼게 한다.

작가는 이러한 동물 형상들을 통해 감성적이고 따뜻한 시선을 전달하고 있으며, 철이라는 재료가 주는 차가움과 대비되는 서정성과 유머를 함께 담아낸다.


주요 테마

단조기법을 통한 동물 형상의 형상화

불면과 위로, 평온을 상징하는 수면양

금속이라는 재료의 물성과 감성의 융합

인간과 동물, 일상과 예술의 경계 허물기

기타 정보

빙하미술관 외에도 다수의 개인전, 단체전, 야외설치 프로젝트를 진행함. 은둔형을 지향~

철 이외에도 구리, 황동 등 다양한 금속을 혼합하여 재료의 감각적 변주를 추구함.

SNS 등에서 ‘수면양’은 캐릭터화되어 팬층의 사랑을 받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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