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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큐 Nov 09. 2021

학예사의 현실 생각

사회적 위치에 대한 생각

포트폴리오 심사가 있었다.

순전히 포트폴리오를 심사하러 온 것인가 보다.

페이퍼 워크에 대해선 순전히, 어떤 논문도 꼬투리 잡으면 끝도 없듯이 그렇다,

아 다르고 어 다른 것인데 다 각자의 입장과 시선으로 바라보겠지만 심사를 당하는 학예인력 입장에서는

학예사는 인권도 없이 폄하되어도 되는 직업 인가 싶다. 맞다. 아무도 소리를 내지 못하고 노조위원도 결성되지 않은 그저 소규모의 힘들지만 해야 하고 잘 참는 직업이 사립관의 학예사이다 어쩜 만족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학예사가 참으로 그만둘 직업이라는 걸 오늘 깨닫는다. 원래도 알고 있지만, 실천에 옮길 때가 오는듯하다.

오늘 퇴사 마음을 먹게 되었다. 출근할 때는 반반이었으나 퇴근길 60프로 퇴사 각이다.


외부 심사 교수가 인상을 찌푸리고 처음부터 인사도 잘 받아주지 않은 채 앉아계신다. 포트폴리오를 전달하는 손길에서, 리플릿을 함께 드렸더니 "포트폴리오를 달라고!"라고 소리치는 소리가 들린다. 포트폴리오와 리플릿을 드리면 뭐 큰일 나는 것인가 보다. 이 순간 내공이나 경력이 긴 자아가 강한 학예사의 멘털에서 반감이 당연히 생긴다. 한마디 말에도, "포트폴리오 문제가 많다. 심각하다"로 시작하면 할 말이 없다.

어느 관에서, 한 달 내내 포트폴리오만 쓰고 일하지 않고 일을 개판 쳐놓고 나간 어떤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그 직원은 이 심사자가 극찬했다고 한다.

서류 관점에서 맘에들었나보다 그러면 높은 평가를 받나 보다. 누가 누굴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


나는 그 포폴 잘 쓰고 싶지 않았다 그럴 수가 없었다. 연말마다 일이 몰리고 너무 많은 일들이 몰리기 때문에 내가 한 일을 어필하자고 다 적고앉아있을 새도 사실은 없다. 그분은 페이퍼로 모든 업무를 심사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아직도 그런 힘을 갖고 있는 것은 다른 능력이 있으신듯하다. 본인이 심사한다는 권력이 있기 때문에 맘에 들면 괜찮고 조금이라도 맘먹고 좀 무시해야겠다 싶으면 짤이 없으신 평판으로 유명하신 분이다.

그걸 견디고 이겨내야 하는데 별로 이겨내고 싶지가 않다. 나이를 많이 먹어버린 나 자신이 자영업이나 할 것이지 왜 이 월급을 받으려고 이 모욕을 당하고 앉아있을까 싶어 내자신이 한심했다.


일을 다 해내야해서 아파도 죽도록 써내려가야하는것인 지금 내가 처한 학예사의 현실이다.

큐레이터라고 좋은 멋진 직업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정말 집안이 부유하고 그럴만한 대우를 받을 돈과 명예가 있는 사람만 도전하기 바란다.

나처럼 그림이 좋아서 인문학전공자가 억지로 미술이론 석사를 하고 준학예사 시험부터 시작해서,

여기까지 십여년이 넘도록 인턴부터 짧은 견딤의 시간을 보낸 관까지 열개정도 경험해본 사람은 적어도 끈기가 없다는 평을 받을 수는 있으나, 잘한것이 없다고해도 그만큼 학예사라는 사회적 처우가 안맞는 사람같다

나는 학예사 이지만 학예사로서 모욕스럽다 치욕스럽다고 느낄때가 많다

이대우 받으려고 공부를 그렇게 길게하고 그렇게 오랜 꿈을 꾸었나? 싶다.


이런글을 한번도 쓴적없었지만 혹시나 학예사를 꿈꾸고있는 학도가 있다면 나는 아마도 가시밭길을 장본인의 한 사례가 될듯하다 박봉의 학예사로서 가시밭길이지만 혹자는 그림이 좋아서 이일을 한다고 한다

좋았던 감정도 다 시들해졌다 나는 이제 떠나야겠다. 내 길로....

퇴사를 마음먹은 어느날. 아무도 보지말고 그냥 나의 어린시절 꿈꾸었던 그 학예사를 꿈꾸는 어린내가 있다면 들려주고싶은 언니의 말이다....

이건 아닌것 같다



<사진은 글과 무관한 최근에 들렀떤 장흥아뜰리에~그리고 미디어 작가의 작업인데 그림은 이쁘다

그냥 그림만 좋아하면서 살려면 학예사는 당장 접어야겠다고 결심한 어느날>#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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