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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지협 Jan 08. 2024

결혼 5년 차, 아이도 직장도 없습니다

마음놓고 쉬거나 놀지는 않았지만

매사 어렵고 두려운 어른이 끊임없는 방황을 이어가는 미생으로, 생각과 삶을 바꾸기 위해 어떤 노력하며 살아가는 중인지에 대해 적어볼 생각이다. 그 여느 때보다도 가장 진지하고 불안한 삼십대라서 2024년은 더욱 기대되고 긴장된다. 올해 연말이 되면 지금보다는 조금 더 나은 인생을 살아갈 수 있길 바라며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모처럼 이른 시간에 눈을 뜬 하루였다. 새해가 시작되면서... 늘 느끼게 되는 초심이지만, 이번에는 좀 달랐다. 나는 결혼 직후 코로나가 세상에 등장하면서 결혼 후 타지에서 시작하게 된 신혼생활로 1년째는 그냥 즐기면서 살면 된다는 말에 별생각 없이 살았고, 2년째는 아직은 신혼생활에 익숙해지는 중이라며 안도하던 중에 다행히 약 1년 정도 계약직으로 재택근무를 하게 된 셈이었다. 회사 사정으로 인해 나는 다시 무직으로 돌아와 이 참에 본격적으로 임신준비를 해봐야겠단 생각으로 결혼 3년 차를 맞았는데... 산부인과에서 검사를 받던 중에 엄청난 벽을 만나게 된다. 


이후 트라우마가 생겼고 1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날의 고통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었기에,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어떤 병명에서든 병원도 약도 기피하게 됐다. 결혼 4년 차에는 갑자기 부모님이나 마찬가지인 할머니가 갑자기 쓰러져 수술을 받은 이후 현재까지 마음 편할 날 없이 고민과 갈등의 시간은 보내게 된 셈으로 결혼 5년 차를 맞이했다. 


주변 사람들만 해도 결혼 후 빠르면 1년 안에 임신소식이 전해졌고, 아기를 낳아 화목한 한 가정을 이루는 모습을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로 띄워져 연락없이도 알 수 있었다. 늦어도 결혼 3년 차, 아주 많이 늦어져도 7년 안에는 아기를 맞이하는 셈인데... 이렇게 남들 다 하는 꿈같은 결혼 생활을 나는 시작해 놓고도 쉽사리 5년째 제자리걸음인 것 같달까. 불과 2년 전의 내게도 나는 그랬다...  '아직은 괜찮아. 늦을 수도 있지. 내가 하던 일 자리가 없을 뿐이야. 단지 나는 앞으로 새롭게 해 볼 만한 일을 찾아보고 있는 거고. 언제 갑자기 내가 가족들에게 필요할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하며 생산적이지 못한 하루를 보내며, 무려 5년을 채웠다. 


시간은 아주 작정하고 써야 된다. 


그동안 나는 뭘 하며 보냈다 4년이라는 시간을...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불과 작년에만 해도 놀라고 답답하던 마음 때문인지 뭔가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닌데 새벽 3~4시쯤에 잠이 들었고, 아침 10시에 일어나거나 정오 12시까지도 침실 밖으로 나가는 게 힘들 정도로 무기력한 증세가 이어졌다. '내가 혹시 우울한 게 아닐까?' 그런 생각도 잠시 해봤지만... 살아갈만했다. 조금만 바꾸면 되겠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다만 마음먹은 거에 비해 초라한 결과만이 나를 맞이할 뿐이었다. 고무의 탄성처럼 나는 다시 2시에 잠들고 9시에 눈을 뜨며 폰과 함께 오전을 다 보내던, 살아갈 목적을 잃은 배같이 하루를 또 항해하고 있었다. 


결혼하기 전에 회사 다니며 모아둔 몇 푼 안 되는 자금이 있었다. 관리비에 통신요금, 보험까지... 불만 없이 혼자서 감당하고 있는 신랑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아껴 쓰고 내가 가진 돈 몇 푼이라도 생활하는데 보태는 것. 생활비와 용돈으로 조금씩 꺼내 쓰다 보니, 어느새 잔고가 얼마 남지 않은 상태가 됐다. 생활비로 돈 벌리지 않겠다던 결심은 오래된 방둑처럼 서서히 내려앉고 있다. 명품을 사며 엄청난 사치 따위는 누릴 생각을 한 적 없었고 단지 한 달에 주어지는 월급에 따라 한 달을 살아가면 된다고, 남들 살듯 그냥 욕심부리지 않고 평범하게 살면 된다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조차 큰 욕심이었나 싶은 생각이 30대 중반이 되자, 더 크게 느껴졌다. 주부, 무직, 경력단절, 가족간병, 약한 체력... '내가 도대체 뭘 할 수 있을까?, 나는 잘하는 게 있을까?, 뭘 하며 먹고살아야 하나?' 질문에 노코멘트일 수밖에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보며 느끼건, 가장 무서운 건 하고자 하는 의지와 해내겠다는 단호하고 절박한 심정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요즘 젊은이들이 다 그렇지~ 


그런 우스갯소리에 나는 웃을 수 없었다.  (요즘 젊은이는 생각보다 아주 현실감이 뛰어나다. 어쩌면... 똑 부러지게 자기표현 제대로 할 줄 알고 자기 밥그릇은 챙길 줄 아는 현명한 친구들이 더 많은 편이고, 또 다르게 그런 친구들과 경쟁하며 불안에 떠는 나 같은 사람도 있을 테다.) 나야말로 정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 중에서도 의미 없는 인간이 돼버린 것 같아서 씁쓸해졌다. 


치열하게 살아가는 이십 대와 열심히 달리기 시작하는 사십 대 사이에서 제법 안정된 자리를 잡았을 것 같은 나이대에 비해 불안정한 건 왜일까? 2000년대 살아가는 30대의 반중년으로써 시간의 흐름이 지나갈수록 성공이라는 두 글자보다 생존에 대한 두 글자가 더 와닿는 중이다. 아직 집이 없다는 이유로 겉으로 타박을 듣게 되는 입장에서 티는 내지 않아도 이미 바짝바짝 타 들어가는 게... 속은 이미 타박고구마나 마찬가지로 우유나 물을 마시지 않고서는 답답해서 도저히 내키지 않는 한 입이랄까.  


꼬박꼬박 들어오는 직장을 다니는 사람이 없기에 대출이자조차 버거운 입장이라서 월세도 이사도 엄두내기 힘든 우리 부부에겐 서로 티를 내지 않을 뿐, 희망 없이 묵묵히 살아가는 단 하루만 존재하는 게 아닐까 싶다.  심지어 요즘은 나와 결혼을 생각했던 저 남자가 안쓰럽게 보이기 시작했다. 


대출, 청약, 아이로 인해 하루를 쪼개 투잡 쓰리잡까지 뛰는 현시대의 부모상. 과는 맞지 않은 나였기에 이미 부모라는 타이틀을 과연 내가 붙일 수나 있을지 의문에 의문이 이어지는 중이다. 분명 저 남자는 나의 확신으로 결혼은 결심했을 텐데 미래도 계획도 없는 나를 위해 별말 없이, 위해 주고 있다 오늘도. 


맞벌이를 해도 시원찮은 고 지출의 시대에서... 우리는 아주 예외적인 삶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보통 아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육아휴직을 하며 외벌이를 시작한다던데, 우리 부부는 프리랜서나 마찬가지라서 상황에 대한 변수가 많은 신랑이 비자발적인 건지 자발적인 건지 4년째 돈벌이에 손 놓아버린 유일한 가족 구성원, 나로 인해 아슬아슬 외벌이 중이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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