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먹은 대로 모두 이뤄지지 않은 나의 한계
딱히 티를 내지 않을 뿐 고마운 감정 뒤로 숨겨둔 미안한 감정은 언제든 그 앞에 비치곤 할 테다. 가끔 지쳐서 들어오는 신랑의 모습을 볼 때면 "내가 돈 버니까 걱정 마. 굶기야 하겠어?" 그렇게 호언장담하면서 잠시 일이 없고 쉬더라도 걱정 없게 해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그럴만한 입장이 아니라서 늘... "어쩌지.. 너무 오래 쉬지만 않음 되지~ 괜찮을 거야!" 해결보단 힘없는 위로만 어깨 위로 걸쳐주곤 했었다.
그렇다 해서 나야말로 처음부터 가정주부 노릇만 하고 싶을 생각을 가졌던 것도 아니고, 계속 이렇게 무직상태로 머물러 있을 생각도 없었다. 다만 돈이 있으면 좋지만 조금 부족해서 살 수는 있을 거라고 생각해 왔다. 통장잔고가 보이기 전까지는...
부탁하는 걸 힘들어했던 내가 그에게 생활비를 보태야 될 것 같다는 시그널을 보내기 시작하면서, 나는 본격적으로 그의 입장을 헤아리게 됐다. 지금까지는 "생활에 쓰이는 돈은 얼추 내가 해결하고 있으니까!" 나도 최소한의 권리는 행사하고 있기에 그럴만한 권한이 있다고 여겨왔다.
자기가 번 돈이 가장 쓰기 쉽다는 건, 처음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였다. 최소한으로 쓰이는 교통비, 통신요금, 화장품, 식비 등 수입이 통장을 훑고 지나가며 모이는 돈이 없던 그때 그 시절. 나는 깡으로도 버티기 힘든 체력으로 가끔씩 경력에 쉼표를 넣어가며 일해왔던 직장인 시절이 있었다. 쓰기 바빠서 모을 돈이 없었고, 종잣돈이 없으니 투자는 꿈에도 못했었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내겐 부모님의 은혜로 대학 졸업시절에는 나름 큰돈이었던 약간의 종잣돈이 있었으나 잘 모셔뒀다가 결혼자금에 조금 보태 쓴 셈이다.
최선을 다해 부모역할 다 해주신 부모님과 할머니 덕에 나름 쉽고 편하게 살아온 삼십 년의 시간. 이후의 삶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오롯이 우리의 힘으로 얼마나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 에 대한 물음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날은 아마 2024년이 시작되는 새해 무렵이었다.
'정말 내가 생각 없이 살았나?' 그런 허무함도 들면서, '저 사람은 얼마나 두렵고 막막할지...' 이런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그래서 아르바이트라도 해야겠다! 그렇게 생각을 했었는데...
이전보다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는 걸 직감했다. 삼십 년 넘게 건강을 자부해 온 나의 규칙적인 생활은 결혼 이후 쉽게 무너졌고 변했다. 몇 년 동안 유지해 온 불규칙한 식습관과 수면패턴은 충분히 내가 정상적인 업무를 해내기엔 부적합하다고 여겼기에, 이전처럼 규칙적인 생활로 돌아가기 전까지는 취업할 생각은 잠시 접어둬야 될 것 같다고 판단했다.
그에게 말하진 못했지만... 이때까지 스스로에게 기회와 시간을 준 신랑에게 참으로 고마울 따름이다. 그 역시 쓰고 싶고 누리고 싶은 시간일 텐데... 고마우면서 미안한 마음에 다른 방안도 찾아보게 됐다.
그러던 중에 내가 느끼게 된 건, 어렵게 시작하더라도 꾸준히 결과 상관없이 해내려는 마음에서부터 더 나은 발전이 시작된다는 걸 알면서도,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지혜와 확신에서 비롯되는 실행력이 없기에 아직까지 나는 그 많은 꿈들을 시작하기도 전해 가슴속에 품고만 있었던 것이다. 시간과 돈의 한계를 이미 알고 있었고 그걸 받아들였고 그냥 살아왔는데. 다시 돌아와 나이 많은 취준생이자 경력으로 인정해 줄지 애매한 경험 있는 삼십 대 중반의 젊줌마는 정말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예기치 않게 겪게 된 경력 단절의 틈은 메울 여지도 없이 시간이 채워 버렸고,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졌다. 또 사회 밖으로 나갈 자신이 없어 꽁꽁 추운 겨울 스스로를 싸매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찾아서 해봐야겠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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