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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지협 Jan 11. 2024

은근한 관종이 되는 심리

말하기는 싫은데 함께 이야기는 나누고 싶어

관종은 관심종자의 줄인 말이라고 한다. 나야 말할 것 같으면 워낙 소극적인 성격인 데다 자존감이 낮은 편이라서 뭔가 스스로 나서서 한다거나 자신 있게 해 보겠다고 말해본 적은 아주 드문 편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특이 케이스로 초등학교 4학년때는 국어시간에 손을 번쩍 들어 스스로 발표도 했고, 심지어 교내 토론대회 참가했던 기억이 뚜렷이 난다. 그건 나의 관심을 끄는 한 남자아이가 있었는데, 그때 당시 똑똑해 보이는 그 친구와 친해지고 싶어서 눈에 띄고 싶어 따라 했던 것 같다.


이토록 나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았고 표정이나 동향을 살펴봤고, 직접 다가가진 못해도 특별한 날엔 문자로 항상 안부를 물어보는 사람이었다. 


며칠 전 교육을 받으러 갔을 때 확신을 가지게 됐는데...  다른 사람들에게 먼저 설명해 주는 내용을 내게 와서 다시 이야기해 줄 거라 생각했던 건, 나만의 부질없는 상상이었다. 심지어 내 몫은 알아서 챙겨야 한다는 걸 느껴본 현실이었다. 


그래서 "커피 마시는 건가 봐요? 어디 가서 신청하면 되는 거예요?" 100%의 확신이 없어서 챙기지 못했던 내 몫을 강의를 맡은 강사분께 은근슬쩍 돌려 물어봤다. 


'왜, 내겐 말해주지 않는 걸까? 나 같으면... 내가 먼저 알았다면... 다른 사람에게 말해줬을 텐데'


© mocaandrew, 출처 Unsplash
사람들은 그다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에게 별로 관심이 없다...  


그걸 다시 깨닫게 됐다. 마지막 강의 시간까지도 먼저 말을 건네는 사람은 없었다. '6일간의 교육동안 서로가 누구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 뭘 생각하고 교육을 참여한 건지 궁금한 게 하나라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었으나 조용하게 지나가는 것 같았다. 


그래도 아쉬웠을 마무리에 몇몇 사람들의 용기 있는 제안으로 급조성된 채팅방. 하지만 이야기를 남겨봐도 별 문제도 의미도 없는 아주 무미건조한 관계... 크게 알아도 몰라도 상관없는 그런 사이. 그게 전부였다. 


뭔가 바라는 거나 원하는 게 있는 게 아니라면 더 이상의 관계를 더 나아갈 필요는 없는 것이다. 알고 있는 사이 인맥으로 발만 걸쳐있음 되는 그 정도의 거리.  더 알고 싶지 않고 알 필요도 없는 사람 그런 무의미하고 영향력 없는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기분이 드는 건 피하고 싶었달까.


© josephyates_, 출처 Unsplash


어릴 때부터 나는 부모님, 할머니의 사랑과 관심을 그리워했고 인정받고 싶어 했다. 그리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싶었는데 워낙에 장난칠 줄 모르는 진중한 스타일이라 크게 눈에 띄지 않는 편이었다. 다가가는 법도 잘 모르고 뭘 어떻게 인간관계를 이어 가야 할지 미숙한 인간. 


'아직도 나는 그 상태에 머물러 있는 걸까?'


관종이 되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관종을 숨기며 살아가는 건 참 고달픈 진실이다. 관종의 본성을 버리지 않을 거면? 뚝심 있는 관종이 돼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다 타인의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내 맘대로 살거나~ 나만의 가치를 높이는 것 그게 관종이 살아갈 길이다. 


할머니와 나는 묘하게 닮아 있었다. 다만 할머니는 내 체면을 생각해 주는 노력형 관종의 길을 선택해서 꾸준히 자기 관리를 해주셨다. 파마와 커트, 그리고 유행에 떨어지지 않기 위한 스타일링은 물론 뉴스를 챙겨보는 지식인으로 매우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솔선수범해 보이셨다. 하지만 나는 할머니처럼 배울만한 점이 있는 사람이 곁에 있었으나 잠시 뿐이었다. 부럽고 따라 하고 싶고 그렇게 살아가고 싶은 마음. 


© rodlong, 출처 Unsplash


나는 곧장 실천하는 노력형 할머니는 다르게, 실천하기 시작하면 잘될 거야 예견형 관종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성공한 사람인 잘 된 케이스에 대한 빠른 인정과 분리는 장점이자 단점인데..., 막연한 희망으로 실천에도 쉽게 급브레이크를 밟기 쉬운 편이라, 


우린 외롭고 사랑이 부족한 관종이라는 점은 같지만 우린 서로가 다른 삶의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 나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해내려는 사람과 뭐든 정확한 계획없이는 하지 않겠다는 사람. 


어쩌면 뭣 하나 쉽지 않은 인간 이끈다고 맘고생 많았을 우리 할머니... 덕분에 나는 그나마 할머니와 함께 살던 그 시절 제법 보통의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만, 가장 가깝고도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사이였던 그때 그 시절의 우리는 가장 가까운 서로에게 기대와 애정을 갈구했기에... 


일방통행과 마찬가지였던 바람과 어긋난 타이밍으로 인해 서로의 상처와 마음을 외면했던 게 아닐까... 진작에 알았다면 좀 더 보듬어줄 수 있었을 텐데... 이젠 가장 그립고도 행복했고 아름다울 정도로 찬란해서 아픈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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